• 경제민주화 후퇴는 정치도 보수화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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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6월 29일 05: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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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주최의 ‘6월민주항쟁과 한국 민주주의 현주소’ 학술토론회에서 2부 두번째 발제를 맡은 장상환(경상대, 진보정치연구소 소장)은 지난 5.31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한 것도 “경제 사회 민주주의 후퇴로 일반 국민들이 진보세력의 정치적 힘에 의한 분배의 개선과 양극화 완화의 가능성을 낮게 보기 때문”이라며 “다수 민중들은 분배 개선의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성장률을 높여서 성장의 과실이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돌아오는 것을 기대하는 현실적 길을 찾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분석했다.

    장 교수는 또 이 같은 상황 아래서는 “보수 정치세력의 참주선동, 민주주의의 허구화, 파시즘 대두의 위험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발제문 요약.

    신자유주의와 ‘기업하기 좋은 나라’

    현재 한국경제의 거시경제 운영은 신자유주의 기조하의 성장정책과 ‘기업하기 좋은 나라’ 구호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정부는 2005년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40만개의 일자리 창출과 지속 성장에 두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성장을 지속하는 것을 경제운용의 기본방향으로 제시했다.

    참여정부 경제정책 기조는 신자유주의이다. 양극화 문제 해결, ‘동반 경제성장’이라는 정책방향은 자본가와 노동자․민중이라는 두 계층의 지지를 모두 얻겠다는 것인데, 구호는 민중을 위한 복지확대이지만 실제로 수행하는 정책은 선진화, 규제 완화, 개방 등 신자유주의이다.

    또한 노무현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 실현,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을 국정 지표로 설정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너무 강한 노동조합이 노동시장을 경직화시켜 외국인투자환경을 악화시킨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정부 경제정책은 당정협의, 정부와 재계간의 협의를 통하여 결정되는데 이 과정에서 재벌은 자신의 이해관계를 관철한다.

    노동자는 거시경제 운영에서 완전히 배제되고 있다. 노사정위원회에서 노동조합은 실질적으로는 배제대상이 되고 있다. 노사정위원회는 형식상 3자 기구이나 실제로는 노동자를 대화 상대방으로 인정하지 않고 정부의 구조조정 수행을 위해 노동자를 포섭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겉보기에는 3자 위원회인 것 같지만 정부와 사측이 우위에 있고 노동자 측은 들러리에 불과하다.

    재정의 비민주적 운용

    한국에서는 재정이 극히 비민주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철저히 정부주도로 예산이 편성되고 국민들의 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지 않으며, 9월에 제출되는 예산을 꼼꼼하게 심의할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의회의 예산 통제는 허구적이다. 정기국회 회기내에 예산을 심의하는 것은 실질적 개입의 여지가 극히 제한적이다.

    정부 재정은 긴급한 복지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너무나 빈약하다. 전체 재정에서 복지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OECD 평균이 51.7%인 데 반하여 우리나라는 26.6%에 불과하다. 2001년 현재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은 1990년 4.25%에서 2001년에는 8.7%로 확대되었으나 OECD 평균 22.4%의 약 40% 수준에 불과하고 맥시코의 11.8%보다도 낮다.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아주 낮다.

    2003년 현재 조세부담률은 20.4%로 26위, 사회보험을 합친 국민부담률은 25.3%로 28위에 불과하다(OECD 평균은 28.2%, 37.6%). 또한 직접세 비중은 10.4%에 불과하여, OECD국가 평균에 비해 무려 5.3%포인트나 낮다.
    OECD 국가들만큼 직접세를 거둔다면 지금도 약 40조원의 직접세를 더 거두어야 한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8조 9천억 원에 달하는 감세안을 국회에 버젓이 제출하고 있다. 이것은 일부 서민에게 세금감면 혜택을 주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부자들에게 수십 배의 특혜를 베푸는 방안이다.

    외국자본이 지배하는 금융

    외환위기 후 금융 구조조정의 결과 금융기관은 외국자본에 지배당했다. 제일은행, 한미은행, 외환은행이 해외자본에 매각되었다. 제일은행은 2000년 1월 뉴브리지 캐피탈이 51%의 지분을 매입했고, 한미은행은 2000년 9월 모르간은행과 칼라일이 17.9%의 주식을 매입하여 최대주주가 되었고, 2004년 3월에는 시티그룹이 한미은행의 지분을 100% 보유하게 되었다. 외환은행은 2003년 10월 론스타가 51%의 지분을 인수했다.

    그리고 해외자본에 매각되지는 않았다 할지라도 외국인의 국내은행 주식 소유가 크게 증가하여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어서는 은행이 4개로 늘어났다. 이 중 3개 은행은 외국인이 최대주주가 되었으며, 2개 은행에서는 외국인이 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해 경영활동에 직접 개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외국자본의 금융기관 소유경영 지배에 따라 서민들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소외되고 금융기관은 수익성 위주 경영으로 부동산 담보 소비자 대출에 집중해 산업자금의 공급을 통한 경제성장 기여에 소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재벌의 이중적 독재체제 심화

    민주화 이후 재벌의 지배력은 강화되었다.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재벌개혁의 핵심은 부채비율의 인하에 의한 기업영영의 안정이고 총수 일족의 기업지배구조는 거의 개혁하지 않았다. 참여정부 역시 김대중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을 계승하였다.

    2004년에 들어와서 대기업그룹은 약진하여 국민경제에 대한 독재체제를 강화했다. 자산규모 5조원 이상 23개 기업집단의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은 505조원과 46조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8.1%, 42.4% 증가했다. 순이익도 34조원으로 72.3%나 늘었다(금융감독원, “2004년 회계연도 자산규모 5조원 이상 기업집단 재무제표 분석”, 2005. 8. 2).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집단 매출액 비율은 2001년 58.8%에서 2004년 64.8%로 크게 늘어났다. 재벌 총수일족의 재벌 계열기업 지배력도 강화되어 2005년 4월 현재 38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38개의 경우 총수 일가는 4.94%의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간 순환출자 등으로 높은 내부 지분율 51.21%를 확보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왕재벌’ 위상도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2004년 현재 총 자산 202조원으로 전년 대비 6.9% 증가했고, 23개 그룹의 총자산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32.9%에 달했다. 이는 2위인 현대차 총자산 규모의 3.5배에 이르고 나머지 상위 4개 기업집단의 전체 자산규모보다도 107,670억원 많다.

    노동시장에서 자본의 지배력 강화 ― 비정규직 확대와 임금격차 심화

    정부는 1990년대 이후 국가경쟁력의 제고를 위해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노동의 유연화 전략을 꾸준히 추진해 왔고 IMF 경제위기를 계기로 더 강화되었다.

    정부는 이러한 국내외 자본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여 노사정위원회 합의라는 형식을 빌려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를 전격적으로 도입하였다. 1998년 제정된 정리해고제는 법률상의 미비점과 법률시행상의 불법행위 만연 등으로 인해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크게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리해고 요건 완화와 근로자 파견제 도입의 영향으로 비정규직이 크게 늘어났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경제위기 이후 전체 임금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선 이래 2000년 58.4%에서 2001년 55.7%, 2002년 56.6%, 2003년 55.4%, 2004년 55.7%(813만 명)로 절반이 넘는다.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 노동자의 절반 수준으로 저임금의 온상이 된다. 상용직 노동자의 중위 임금은 월 약 180만원인데 OECD 기준으로 이의 2/3 이하인 월 120만 원 이하를 저임금 노동자로 규정할 때 전체 임금 노동자 1,458만 명의 47.9%인 699만 명이 저임금노동자이고 이들 저임금 노동자의 18.7%는 정규직이지만 압도적 다수인 81.3%인 568만 명이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여성 노동자의 비정규직 문제가 더 심각해서 전체 여성노동자의 70.5%가 임시·일용직 노동자이며 임금은 남성노동자의 63%에 불과하다.

    소득분배의 불평등 심화 ― 사회 양극화의 급진전

    세계화와 경제위기 이후 소득분배 불평등이 심화되어 1997년 0.283이었던 지니계수는 1998년 0.316으로 수직상승한 뒤 1999년엔 0.320으로 높아졌고, 이후 등락을 거쳐 2004~2005년 연속 0.310을 나타냈다.

    전체 국민의 15%를 차지하는 빈곤계층 716만 명 가운데 소득인정액(소득평가액 + 재산의 소득환산액)이 최저생계비의 120%를 초과하는 자 315만 명을 제외하고 지원이 필요한 빈곤계층 401만 명 중 2/3인 263만 명(비수급 소득빈곤층 즉 소득인정액은 최저생계비 미만이나 부양의무자가 있거나 재산기준으로 인해 수급자가 되지 못한 계층 177만 명, 빈곤위험계층 즉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의 100~120%에 해당하는 계층 86만 명)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현재 기초수급자가 138만 명에 불과하고, 「희망21」에 의하더라도 2006년에 기초수급자는 고작 11만 6천 명 늘어나 150만 명에 머물 예정이다.

    신용불량자수가 급증했다. 1997년에 143만 명에 불과했는데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1998년에 무려 50만 명이 늘어났고 2001년 245만 명, 2003년 372만 명으로 급증했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신용불량자가 2004년 361만 명에서 2005년 9월 317만 명으로 올해 들어와 약 40만 명 감소했다.

    그러나 신용불량자수가 실질적으로 감소했는지는 의문이다. 신용불량자 기준이 바뀌면서 50만 원 이하 소액연체자가 신용불량자에서 제외된다든지, 신용불량자 중에서 매월 대략 5천여 명이 사망하는 등 기술적 요인이 있다. 정부 신용불량대책의 심각한 문제점은 민간금융기관이 중심이 된 대책에만 치중하고 공적회생제도를 방기해 왔다는 점이다.

    대외경제관계의 비민주성

    다수 국민들은 불평등하고 비민주적인 대외경제관계 때문에 고통을 당하고 있다. 국제통상 협상은 정부 주도로 이루어지고 정부는 정보 공개는 통상전략상 불리하다는 이유로 통상협상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물론 국회의원들도 자세한 모르는 가운데 협상이 타결되면 국회에 비준을 요청한다. 국회는 내용 수정 없이 형식적으로 비준을 해주게 된다. 지극히 비민주적이다.

    구체적인 사례로서 지난 9월 9일 대법원은 전북학교급식조례 가운데 우리 농산물 사용 조항이 WTO 협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전북도의회의 재의결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전북도의회 변호인단은 “WTO 협정에 대한 위반 여부에 대한 판정은 WTO 분쟁해결기구만이 재판권을 갖고 있으므로 대법원은 재판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재판권 관할에 관한 WTO 조항은 WTO 체약국들 사이에서 효력을 가질 뿐이므로 체약국이 아닌 광역지방자치단체 의회가 제정한 이 조례안이 가트 제3조 제1항, 제4항 등에 위반되는지를 대법원이 판단할 수 있다”면서 변호인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농업통상 전문가 송기호 변호사가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듯이 WTO협정은 국내에서 일반 법률과 같은 직접효력(direct effect)을 가지지 못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또한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여 학교급식을 하며 자국 농산물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 등이 소규모 예산을 지원해 국산 농산물 사용을 촉진하는 한국 지방자치단체의 학교급식조례를 WTO에 제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경제 · 사회 민주주의의 후퇴와 사회의 재생산 위기

    경제·사회 민주주의의 후퇴는 경제적 재생산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정치도 보수화시킨다.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국민들은 사회 밑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개별적으로 발버둥친다. 우선 자녀교육에 매달리고 이것은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과 과다한 대학생 수로 귀결된다.

    과중한 교육비 부담 때문에 자녀 출산을 기피하게 된 결과 출산율이 1.06으로 세계 최저로 내려가게 되었다. 이것은 사회의 경제적 재생산이 심각한 위협에 처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한편 이러한 양극화 심화 속에서 노령화가 진전되면서 다수 국민들은 노후 대비와 질병 등 제반 위험에 대비하여 소득 가운데 많은 부분을 보험료로 지출한다.

    보험료 납입금액이 2004년 현재 60조원으로 GDP의 8~9%에 달한다. 그런데 수령하는 보험금은 40조원에 불과했다. 20조원이 보험 모집인 수당과 회사운영비로 사용된 것이다. 엄청난 낭비와 비효율이다. 공적인 사회보장 제도로 할 경우에는 운영비를 대폭 줄일 수 있고 그만큼 효율적이다.

    그리고 소득분배 악화는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 침체를 장기화시키고 있다. 산업연구원 강두용의 연구, “소비 부진의 구조적 원인”(2005)에 의하면 최근 한국 경제의 경기부진의 주요인은 소비침체에 있는데 그 배경에는 소득 양극화 등의 분배구조 변화에 기인한 소비성향의 하락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보수야당 한나라당이 압승한 것도 경제 사회 민주주의 후퇴로 일반 국민들이 진보세력의 정치적 힘에 의한 분배의 개선과 양극화 완화의 가능성을 낮게 보기 때문이다. 다수 민중들은 분배 개선의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성장률을 높여서 성장의 과실이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돌아오는 것을 기대하는 현실적 길을 찾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보수 정치세력의 참주선동, 민주주의의 허구화, 파시즘 대두의 위험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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