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에 바친 내 청춘,
    돌아온 건 해고와 13년간의 긴 투쟁”
    [인터뷰] 단식농성 중인 콜텍 해고노동자 임재춘 씨
        2019년 03월 20일 09:3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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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년간 복직투쟁을 하는 해고노동자 세 명이 있다. 그중 한 명이 단식을 시작했다. 이렇게까지 싸우는 이유를 물으니 ‘명예를 되찾고 싶어서’라고 말한다. 이들에게 명예를 되찾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노동조합 만들었다고 당한 해고가 부당하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하는 의미일 것이다. 사법농단 의혹과 같은 국가폭력에 더 이상 억울한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의미일 것이다. 기타 만드는 데 바쳤던 청춘 앞에 당당하고자 하는 의미일 것이다.

    17일 강서구 등촌동 콜텍 본사 앞 농성장에서 임재춘씨를 만났다. 농성장에서 사계절의 변화를 열세 번 겪은 사람의 ‘명예를 되찾기 위한 싸움’이 궁금했다. 

    단식중인 임재춘 조합원

    – 단식 6일차다. 좀 어떤가?

    “배고프고 그렇다. 말로 설명이 잘 안 된다. 조합원들 단식할 때 동조단식은 많이 해봤지만 혼자 단식하는 건 처음이다. 아직까지는 버틸만한데 앞으로는 잘 모르겠다.”

    – 요즘 심정은 어떤지?

    “답답하다. 13년 넘게 투쟁을 하고 있다. 최장기 투쟁이라고 하는데 그 최장기라는 타이틀이 참 부담이 된다. 국가의 폭력에 의해서 이런 상황에 처해 있는 게 너무 억울하다. 이게 현실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너무 혹독하다. 법도 있으나마나하고 정치인들은 관심도 없다. 상황이 요즘 날씨와 같다. 너무 흐리다.”

    – 13년간 어떻게 싸워왔나?

    “콜텍은 세계 기타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잘나가는 회사였다. 그에 비해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그런 현실을 바꾸고 싶어서 2007년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가 해고를 당했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싸움을 시작했다. 13년 동안 정말 죽는 거 빼고 다 해봤다. 법정 투쟁과 함께 이인근 지회장이 양화대교 고공농성도 했다. 단식투쟁도 여러 번 했다. 그러다가 2009년 서울고등법원은 회사 측의 정리해고는 무효라고 노동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의 특별회계감사조차 콜트콜텍이 긴박한 경영상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후 양승태 대법원은, 장래에 도래할지도 모를 위기를 대비한 정리해고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요즘에서야 진실이 밝혀지고 있다. 그때 양승태 대법원장이 상고법원을 받기 위해 사법농단을 했다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이게 국가폭력이 아니고 뭐겠는가. 우리 조합원 중 한 사람이 올해 정년이다. 정년퇴임하기 전에 꼭 회사에 복직하려고 한다. 뒤가 없다는 생각으로 투쟁하기 위해 등촌동 본사 앞으로 왔다.”

    사법농단과 재판거래로 구속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콜트콜텍 노동자들에게 사과하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모습

    –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에게 사과 받은 일도 있었다.

    “2015년 9월에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귀족노조가 제 밥그릇 챙기기식의 파업을 해서 콜트악기 공장이 폐업했다’는 말을 했다. ‘공권력을 투입하면 귀족노조가 쇠파이프로 두들겨 팼다. 만약 그런 일이 없었으면 우리는 국민소득 3만불을 넘었다’는 말도 했다. 정말 울고 있는데 뺨 맞는 격이었다. 그래서 당시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 농성에 들어갔다. 김무성 대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강제조정 명령을 내렸다. 김무성 전 대표의 사과는 자발적인 게 아닌 법원의 강제조정 명령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 최근 교섭 상황은 어떤가?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세 가지다. ‘사과 표명’과 ‘복직’ 그리고 ‘투쟁기간 동안의 보상’이다. 사측은 세 가지 모두 불가하다고 이야기한다. 여덟 번 교섭을 했지만 항상 똑같다. 재판에서 이긴 건 우리인데 왜 너희들에게 보상을 해줘야 하느냐고 말한다. 벽을 보고 얘기하는 것 같다. 대법원 판결이 났는데, 대법원 가서 농성하지 왜 우리한테 하냐고 한다.”

    – 노조와 사측의 간격이 얼마나 되나?

    “일단 사측은 사과나 복직은 안 된다고만 말한다. 그나마 제시한 게, 해고된 25명에 대한 퇴직위로금 등의 제공으로 5억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25명이 13년 동안 억울하게 해고당한 걸 생각하면 최대한 낮춰서 생각해봐도 20억원 이상은 받아야 한다. 갭이 너무 크다.”

    –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의혹이 투쟁의 변환기였을 것 같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될 때 법원 앞에 있었다. 어서 특별법을 만들어서 재심을 해달라는 소송 중이다. 그런데 우리 조합원들이 이제 곧 정년이라 그것만 기다리고 있을 수가 없다. 사측은 아직 소송 결과도 안 나왔는데 자꾸 우리한테 요구하지 말라고 한다. 소송 결과 나오고 법을 만드는 데 또 몇 년 걸릴 텐데, 그걸 기다릴 시간이 없다. 정말 국가폭력이다. 국가가 이렇게 만들어놓고 나몰라라한다. 문재인 정권 들어서도 똑같다.”

    – 이렇게까지 싸우는 이유가 뭔가?

    “너무 억울하기 때문이다. 30년 간 기타 만들다가 노동조합 만들었다고 해고당하는 게 정상적인 건 아니지 않나? 그래서 싸웠는데 국가폭력으로 재판에서도 졌다. 그래서 더 억울했다. 그런데 투쟁을 하며 우리 사회를 보니 사회가 다 똑같았다. 노동자들이 다 힘들다. 다 억울하다. 이걸 조금이라도 바꾸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리고 명예도 되찾고 싶다. 기타를 만들던 사람이라는 자존심이 있다. 꼭 복직해서 명예롭게 정년퇴직하고 싶은 마음이다.”

    – 단식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아까 이야기했듯이 여덟 번이나 진행한 교섭도 결렬이 됐다. 억울한 것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투쟁을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박영호 사장은 교섭에 아무런 카드를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 단식을 시작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단식은 다음 단계 없는 투쟁이다. 합의가 안 되면 끝장을 볼 각오로 하고 있다.”

    – 가족들도 있으실 텐데 지금 생활은 어떤가?

    “처음엔 퇴직금으로 어떻게 살았지만 투쟁이 길어지니 힘든 게 사실이다. 자녀들 학자금 문제도 있고 빚도 좀 진 상황이다. 연대단위에서 조금씩 도와줘서 생활하고 있다. 투쟁을 하는 사람들이 다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 같이 투쟁하는 조합원 분들도 비슷한 상황인가?

    “다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얘기를 서로 잘 안한다. 서로 걱정하고 힘들 것 같아서 굳이 그런 얘기를 자주하지는 않는다.”

    – 콜텍이 연대단위가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우리가 최장기 투쟁이라고 해서 문화연대 등 연대단위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다. 연대단위가 최고 많은 투쟁이 콜텍 투쟁이다. 투쟁할 때마다 함께 회의하고 문화제를 연다. 연대단위들이 없었으면 지금까지 투쟁을 못했을 것 같다.”

    – 기타를 몇 년 동안 만들었나?

    “고등학교 때부터 만들어서 30년 이상 만들었다. 기타에 내 청춘을 다 바쳤다. 젊은 시절부터 우리나라의 수많은 명품기타가 내 손을 거쳤다. 기타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

    “투쟁 빨리 끝내고 가족들이랑 따뜻한 밥 먹고 여행 한 번 가 보고 싶다. 소박한 건데 그게 참 멀게 느껴진다. 13년간 투쟁하면서 가족들이랑 밥 한 끼 제대로 못 먹었다. 투쟁 시작할 때는 아이가 초등학생이었는데 어느새 대학생이 됐다. 해 준 게 없어서 미안하다.”

    임재춘 조합원 단식 돌입 기자회견 모습

    필자소개
    정의당 강서당원. 강서양천 민중의 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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