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교조와 문재인 정부,
    협력과 동반자적 비판으로
    [기고] 2019년 교육정세와 전교조
        2019년 03월 05일 11:0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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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교육정세에 대한 분석과 전교조의 실천방향에 대해 제안하는 기고 글이다. 전교조 전 집행부의 강경한 대정부 투쟁 방침을 비판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새 집행부에 대해서도 비판적 충고를 하고 있다.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와 파트너십을 가지는 협력과 견제의 노선을 가야 한다는 제언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 전교조의 지난 활동에 대한 평가, 법외노조와 교육정책에 대한 개입 방향 등에서 논쟁의 여지를 많이 담고 있는 글이다. 이견과 토론 글이 있다면 언제든지 환영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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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올해는 문재인 정부의 성패를 가르는 한 해이다. 임기 5년 가운데 2년이 지나가는 시점이자 집권 3년차이다. 내년 4월 총선 승리를 위해서 올해 문재인 정부의 개혁은 너무도 절실하고 중요하다. 집권 여당이 2020년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개혁의 고삐를 다시 틀어쥘 수 있다. 거꾸로 총선 패배는 바로 개혁 동력을 물거품처럼 사라지게 할 것이다. 왜냐하면 집권 4년차로 의회권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바로 레임덕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문재인 정부의 개혁은 반드시 성공해야 할 절체절명의 시간들로 다가올 것이다. 2020년 총선이 문재인 정부의 성공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앞날에 미칠 영향은 결정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2019년 올해는 문재인 정부의 성패를 가르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2월 15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회의에서 국정원-검찰-경찰 등 국가권력기관의 개혁 원년을 선포했다. 국민 위에 군림하여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역할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국회에 개혁입법을 촉구한 것이다. 사법부 역시 지지부진하지만 사법적폐와 사법농단이 지난해 현실로 드러났다. 그리고 김명수 대법원장 또한 사법부 개혁을 선언한 상태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은 그 시작이다. 내부 저항이 있지만 큰 그림에서 사법부 역시 거대한 개혁의 흐름을 거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마찬가지로 지난 2월 20일 교육부는 전교조에 손을 내밀었다. 물론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에 협조를 구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다. 교육부장관이 전교조를 전격 방문하여 전교조를 교육정책의 '파트너'라고 발언했다. 나아가 '새로운 100년! 대한민국의 미래 교육을 위해 전교조와 함께 하겠다'고도 했다. 왜 연초부터 대통령이 개혁을 외치고 교육부 수장이 전교조를 방문하는지 그 절실함이 여러 군데에서 감지된다. 2019년 올해가 문재인 정부 성패를 가르는 분깃점이기 때문이다.

    전교조를 방문한 유은혜 교육부총리

    제자리걸음 혹은 퇴보 중인 경제사회정책

    불행히도 문재인 정부의 경제・노동정책은 이렇다 할 내용이 없이 답답하다. 사회적 차별과 경제 불평등이 심화되는 현실에서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견지하는 것 이외엔 실망적인 상태이다. 경제 정책 실패를 부각시키며 수구언론의 공격도 만만치 않다. 탈법, 불법을 저지른 삼성 이재용과 한진그룹 조양호 구속 수사와 경제민주화는 시급한 현실이나 재벌 개혁은 상당히 후퇴했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경영권 배제가 논란 중에 있을 따름이다.

    더구나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와 탄력근로제 기간(3개월→6개월) 확대 등 노동배제 정책이 현실화된 상황이다. 게다가 ILO 핵심 협약 비준을 지연시키는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며 민주노총은 불신의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28일 민주노총 대의원 대회에서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 약칭) 불참을 결의한 것은 그런 연유 때문이다. 말로는 '노동존중 사회', '사람이 우선인 사회'를 외치면서 현실에선 노동자의 처지와 권익보다 자본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저소득 계층과 청년 세대를 위한 장기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 토지 공공성 강화는 미약한 현실이다. 전반적으로 복지정책을 더욱 강화해야 함에도 단기처방에 그치는 등 불안 요인으로 잠재돼 있다. 해법은 복지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복지 서비스분야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사회복지 서비스 산업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침체된 경제를 되살릴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사회복지 서비스 분야에 정부의 대대적인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올해도 소방, 경찰, 사회복지 공무원을 증원하는 정도이다. 올해 GDP 대비 사회복지 예산이 10.2%이다. 이미 OECD 선진국은 사회복지 비중이 평균 25% 수준을 넘어섰다. 선진국의 반토막도 안 되는 우리의 복지 현실이 얼마나 낙후돼 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사회복지, 교육복지의 현실은?

    문재인 정부는 지난 2월 12일 향후 5년간 실천할 사회복지 정책의 2차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이전 선별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 정책기조를 변경하여 '모든 국민의 기본 생활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아냈다. 그러나 2040년에 가서야 GDP 대비 사회복지 예산 지출을 19%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한다. 20년이 지나도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은 OECD 선진국 수준에도 미치질 못한다. 사회복지 정책기조와 달리 복지 현실은 거북이걸음 수준이다. 좀 더 과감하게 사립유치원을 단계적으로 국・공립화하거나 유아학교로 전면 통합해 무상의무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전국 단위 국공립 유아학교와 돌봄 교실 전면 확대는 보육 및 사회복지 서비스 분야 일자리 창출을 가져올 수 있다. 나아가 저출산 양육 문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보통교육을 담당하는 초중고 학교사회에 획기적으로 교육투자를 감행해야 한다. 현행처럼 중학교까지 무상의무교육을 시행하되 학교사회 복지분야 예산 비중을 늘려야 한다. 학급당 학생 수를 15명~20명으로 급전환하고 한 학교 당 (심리・진로)전문 상담교사를 학년별로 심리상담, 진로상담 각각 1명씩 총 6명을 배정한다. 교사 수업시수를 대폭 감축하고 교육행정사를 한 학교 당 3명씩 채용해야 한다. 교사가 잡무로부터 해방되고 수업연구에 집중할 때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나아가 방과후 돌봄교실과 방과후 학교를 적극 운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교육 분야에 대한 혁명적인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고스란히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소득주도성장을 견인할 것이다. 북유럽 복지 선진국의 경험을 통해서 볼지라도 사회복지 분야 일자리 창출만큼 좋은 것은 없다. 복지 인프라를 전면 확대함으로써 경제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사회복지 서비스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함으로써 과감하게 유효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그것은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내수경기를 진작시키는 지름길이다.

    불황인 건설업을 사회복지 분야와 연계시키면 건설 호경기를 맞을 수도 있다. 지역별로 3-4개 학교의 학생들이 전용할 수 있는 청소년회관을 건립하여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고 아이들의 특기 적성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전국적으로 초중고 1만 개 학교를 학교복지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시도해 보라! 전국 단위에서 3천-4천개의 청소년회관이 지상 20층 지하 5층으로 건립된다고 상상해 보라! 부동산 경기를 얘기할 때 아파트에만 매달릴 문제가 아니다. 동시에 단위학교별로 학교 리모델링을 통해 학생 휴게실과 북카페 그리고 그룹스터디가 가능한 실내 공간을 재구성하는 것에서 시작해도 좋다. 정부의 혁명적인 인식 전환과 함께 '행복한 학교', '희망이 있는 교육' 건설을 위해 대대적인 교육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은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확실한 기제로 작용할 것이다. 적어도 학교교육 분야에서 '삶이 있는 교육', '쉼이 있는 교육'이 가능할 것이고 이는 고스란히 삶의 질을 높이는 동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소망과 달리 현실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교육 문화 복지 영역에선 아직도 갈 길이 아득하다.

    교육계 현안으로 눈을 돌리면 참담한 현실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해 국정감사 당시 박용진 의원의 폭로로 촉발된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는 최근까지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사학 공공성은 온데간데없고 사학 자율성의 미명 아래 집단이기주의는 낯 뜨거울 지경이다. 사학비리를 넘어 사학집단의 후안무치와 뻔뻔함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은 사학집단이 문재인 정부와 힘겨루기를 하면서 자유한국당과 연대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결국 최장 330일 신속처리안건(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돼 올해에도 사회갈등과 고통이 지속될 전망이다. 내년 총선까지 최소 1년 동안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 마디로 문재인 정부를 마뜩찮아 하고 개혁에 저항하는 기득권 세력들의 움직임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는 개혁 주도세력인 문재인 정부의 담대함과 강력한 추진력의 부재, 즉 문약함도 있겠지만 수십 년 동안 기득권을 누려온 수구집단의 저항도 엄연히 존재한다. 아무튼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개혁의 중심을 확고히 세울 필요가 크다. 당연히 개혁의 중심은 대통령이 되어야 하고 개혁추진 집단을 계속 두텁게 강화하고 독려해야 할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났음에도 국제정세가 여전히 한반도 평화에 힘이 실린 상태로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전교조의 청와대 앞 집회 자료사진

    전교조, 무엇을 할 것인가

    이러한 내외적 환경에서 전교조는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할까? 2019년 올해 상반기 전교조의 활동양상은 교육정세에 심대한 파장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에도 적잖은 영향을 주리라 생각한다. 따라서 지난 2월 23일 제80차 전교조 대의원대회에서 채택된 사업계획을 분석해 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여기에선 사업계획을 집행하는 데서 나타날 수 있는 정세 인식의 경직성에 대한 조언과 함께 전술적으로 생산적인 아이디어를 일부 제언해 보고자한다.

    2019년 전교조 사업계획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법외노조 취소'와 '전교조 결성 30주년 기념', 그리고 '교육권 확립'이다. 비록 후순위이지만 사업목표로 조합원이 주인 되는 <직접 민주주의 확대>와 <교섭과 투쟁>으로 노동조건을 개선한다는 항목이 눈에 띈다. 당연히 사업목표 1순위로 들어간 <법외노조 취소>와 <해직교사 복직> 문제는 시급하다. 그리고 교권이 무너지고 교사가 일상적으로 상처 받는 학교현실에서 <교육권 확보>를 위한 전교조 활동도 노동조합 본연의 일이다. 그밖에 현안 사업으로 교장자격증제 폐지 및 교장선출보직제, 교육적폐청산 및 교육체제 개편, 학교자치제도 법제화, 사학법 개정을 통한 사학공공성 강화, 교원증원과 학교업무 정상화, 성 평등 학교를 위한 페미니즘 교육, 남북교육자 자주 교류 등을 제시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사업계획은 전교조의 소망을 담은 내용이자 현장교사의 요구사항을 적절히 수용한 모습이다. 다만 2019년 문재인 정부가 처한 현실에서 전교조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지을 것인가는 매우 중차대한 과제이다. 전교조가 문재인 정부 개혁의 우군으로 자리할 것인지 아니면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비판하는 위치에 계속 설 것인지의 문제이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의 성패와도 직결될 뿐만 아니라 향후 전교조의 활동기반과도 직결된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는가는 앞으로 교육개혁의 핵심동력으로서 전교조의 활동 저변을 확산시킬 수도 있는가 하면 거꾸로 일개 교원노조단체로 쇠락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교조 2019 사업계획에 대한 우려와 제언

    2019 전교조 사업계획에 드러난 전략적인 측면에서 필자는 매우 우려스러운 측면을 발견했다. 특히 서른 살 전교조가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기 위한 사업으로 전교조 결성 30주년 5・25 전국교사대회 이전에 '법외노조 취소 투쟁'이라는 전략적 접근을 보인 점이 그러하다. 교사대회 이전까지 '대정부 투쟁을 집중한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사회적 공감과 여론 확산을 위해 각계각층 저명인사 릴레이 유튜브 동영상을 만든다고 한다. 그리고 10만 교사를 조직하여 탄원서를 정부에 제출한다는 내용이다. 물론 대법원의 조속한 판결을 위해 대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지속적으로 감행할 예정이다.

    법외노조 취소를 위한 연가투쟁 등 과거의 투쟁방식에 비해 올해 전교조가 밝힌 사업계획 투쟁방식은 매우 낮은 수위의 투쟁이자 대중투쟁의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5만 조합원 대중이 문제를 공유하고 함께 싸워나갈 수 있는 투쟁방식을 제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전교조에 공감하는 또 다른 5만 현장교사를 조직하여 탄원서에 힘을 실어보겠다는 것도 교사대중과 함께 문제를 공유하고 함께 싸워가겠다는 전술이다. 여기엔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부를 대중투쟁을 통해 압박함으로써 법외노조 취소를 전취하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교사 대중조직으로서 대중과 함께하는 투쟁 방식은 조합원을 주인으로 내세우는 방식으로 나름 의미가 크다. 문제는 전교조 신임 집행부 역시 과거와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는 데 있다.

    문재인 정부는 왜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가?

    오는 5월이면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을 채운다. 그럼에도 촛불정부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계속 법외노조 상태로 전교조를 방치해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자기모순이자 위선이다. 박근혜 정권이 저지른 법외노조 통보 처분이 매우 비상식적인 행정처분이었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더구나 양승태 사법농단이 폭로되는 과정에서 전교조가 재판거래의 대상이었음이 만 천하에 드러났으니 교육적폐 중 가장 큰 적폐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 직후 두 번째 업무지시로 5월 12일 국정교과서 폐기를 전격 지시했다. 그리고 3일 뒤인 5월 15일엔 세월호 기간제교사 순직 인정 지시를 단행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고통과 눈물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런데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는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10개월이 되어가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우리는 이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 스스로 촛불 정부임을 자처함에도 왜 이 문제를 방임하고 있는 것일까? 촛불 정부의 자기 정체성에 상처를 주는 행위일 텐데 2017-2018 청와대 앞 지도부 단식 농성 등 전교조의 절절한 요구와 두 차례 연가투쟁 등 극한투쟁 앞에서도 왜 요지부동일까?

    여기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전교조 간 불신이 깊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 5년 내내 전교조는 노무현 정부와 각을 세우며 대립해 왔다. 총력투쟁으로 정부에 맞선 네이스 반대 투쟁(2003-2004)과 교원평가 반대 투쟁(2005-2006)은 참여정부에 상당한 짐으로 작용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전교조는 2003년 당시 10만 조합원에 육박할 정도로 거대한 대중조직으로 성장해 있었다. 정치권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정도로 전교조의 위상은 드높아진 상태였다. 한 마디로 전교조의 활동과 투쟁은 위력적이었다. 네이스 반대투쟁과 교원평가 반대 투쟁은 연일 메인 뉴스가 될 정도였다. 심지어 서울소재 대학 심층면접시험 질문지로 등장하기까지 했다. 그만큼 정치사회적 갈등이 심각했던 사안이었다.

    신자유주의 광풍으로 성과제가 사회 전체를 휩쓸던 시절 국민들 다수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음에도 전교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전교조 교사들은 평가를 전면 거부하겠다며 연가투쟁 등 총력투쟁으로 해를 넘기면서까지 교원평가반대 투쟁으로 맞섰다. 네이스 반대 투쟁은 일면 정보인권의 개념을 확산시킨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전교조 지도부와 조합원 대중을 괴리시킨 투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교원평가 반대투쟁은 전교조가 국민 대중과 괴리된 투쟁이었다. 전교조가 집단 이기주의 내지 교사이익집단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수구언론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았다. 결과적으로 전교조가 국민으로부터 멀어지고 조직에 심대한 상처를 준 투쟁이었다.

    문제는 상처가 전교조 조직 내적으로만 존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참여정부와 내내 대립각을 세우며 갈등을 증폭시키는 동안 상호 불신이 깊게 잠재돼버린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참여정부 수석비서관으로 그 갈등 양상을 몸소 체험했던 당사자이다. 참여정부 기간 해직교사 원상회복 문제조차 전혀 진전이 없었던 것은 그러한 갈등이 빚은 참담한 결과이다. 다시 이번 선거에서 새롭게 출범한 전교조 집행부는 주요 사업계획으로 89년 전교조 결성 관련 해직교사 원상회복 문제를 들고 나왔다. 그러나 10여 년 전 상호 불신과 상처를 안고 있는 상태에서 해결의 실마리는 요원하다. 필자는 과감히 제언하고 싶다. 그 어떤 명분과 대의에 따른 투쟁을 선행시키기보다 문재인 정부와 상호 신뢰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

    적어도 전교조가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을 성공시키는 데 일조할 것이고 당신들의 분명하고도 든든한 우군임을 각인시켜줘야 한다. 그 길이 모든 문제를 순리대로 풀어가는 해법이라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문재인 정부는 전교조가 두려운 상대임을 이미 경험했다. 자신의 교육개혁에 우군이 아니라 계속 비판세력으로 서게 될 경우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은 실패로 귀착될 것은 자명하다. 그것은 고스란히 문재인 정부의 부담으로 전이될 것이고 촛불 정부의 실패로 귀결될 것이다. 지금은 대의와 명분에 집착하여 목소리를 높일 시기가 아니다. 2019년 문재인 정부의 개혁이 성공하지 않고선 전교조도 설 자리를 잃기 때문이다.

    유연한 전술과 대응이 필요한 시기

    개혁 추진과정에서 100% 다 얻을 순 없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 정책의 성공에 전교조는 우군으로 동참해야 한다. 그 길이 기반이 취약한 촛불 정부를 살리는 길이자 전교조의 저변을 확산시키는 길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 정책 가운데 '고교학점제'도 전격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고교학점제'를 큰 틀에서 수용하는 가운데 교사증원 등 보완해야 할 것을 위해 미시적인 차원에서 투쟁해야 옳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관념적인 정책이라는 이유만으로 '고교학점제 전면 반대'만을 외칠 일이 아니다. 좀 더 투쟁의제 설정에서 유연해야 한다. 투쟁 수위를 낮추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큰 틀에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일정 부분 기여함으로써 조직 활동과 투쟁 활동에서 유연성을 갖추라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지난 민주노총 대의원 대회에서 경사노위에 불참하기로 결론이 난 것은 나름 이유가 있지만 전술적으론 유연성을 잃었다. 대의와 명분에 끌려 경직된 전략이나 운동노선은 조직을 경화시키고 대열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비록 경사노위에 참여하는 것이 민주노총 스스로 들러리를 서는 것일지라도 참여하는 게 마땅하다. 경사노위 참여가 노동자 계급의식을 흐리게 하거나 조직을 마비시킬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일 뿐이다. 혁명적 상황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자기 입맛에 맞게 100% 요구사항을 관철시킬 수 있겠는가! 사회적 대타협은 50% 아니 30%만 획득해도 성공한 것이다.

    점진적인 변화! 그것이 북유럽 복지국가가 보여준 역사적 사례이다. 사민주의는 타협의 산물이다. 결코 정통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비판하는 기회주의나 수정주의가 아니다. 한국사회 역시 분단의 질곡과 자본이 압도하는 현실이지만 사회적 대타협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국사회는 사회갈등지수가 매우 높은 나라이다. 2011년 당시 사회갈등지수가 OECD 평균보다 높아 세계 4위에 이를 정도였다. 이는 GDP 27%로 추정되는 손해를 발생시켰다. 사회갈등지수가 10% 하락하면 1인당 GDP가 7.1% 증가한다고 한다. 매년 반복되는 사회갈등으로 GDP 대비 누적손실액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쌍용차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자동차 판매시장 1, 2위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거의 고정돼 있다. 3위를 GM 코리아와 삼성 르노가 다투었는데 지난 해 쌍용차가 거뜬히 3위 자리를 꿰찼다. 9년 연속 성장세를 달성하며 15년 만에 자동차 시장 3위에 오른 것이다.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노사 타협으로 갈등지수를 낮춘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이 조건부 참여나 조건부 불참으로 사회적 대타협의 기회를 저버리는 경직된 전술보다 경사노위에 참여하여 최소한이라도 노동계급의 이익을 관철시켜 내는 게 중요하다. 최소한의 요구인 마지노선도 지켜질 수 없을 때 그 때 판을 깨고 경사노위를 탈퇴해도 늦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진보정치가 아니다. 결코 진보정치일 수 없다. 진보정치의 마중물 정부일 뿐이다. 마중물조차 거부할 때 기회는 오지 않는다. 거꾸로 문재인 정부의 실패는 반동으로 회귀할 뿐이지 진보정치가 급성장하는 계기로는 더더욱 작용할 순 없다.

    전교조가 사는 길, 진보교육을 이 땅에 뿌리내리는 지름길

    마찬가지로 전교조 역시 문재인 정부의 개혁이 성공할 수 있도록 우선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경직된 대정부 투쟁 방식보다 하나씩 하나씩 획득해가는 유연한 태도로 유장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그 길이 전교조가 사는 길이자 진보교육을 이 땅에 뿌리내리는 지름길임을 확신한다.

    전교조는 2002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교육부와 단협을 체결했다. 단협 체결 이후 2003년 조합원 10만에 버금갈 정도로 조직은 급성장했다. 그러나 이후 전교조는 단 한 차례의 단협도 없이 대정부 정치 투쟁으로 일관했고 서서히 교사대중은 이탈했다. 오늘날 전교조는 노쇠했고 조직은 침체된 상태이다. 2013년 법외노조 저지 투쟁, 2014년 세월호 투쟁, 2015년 공무원 연금 개악 저지 투쟁과 국정제 반대 투쟁 등 높은 투쟁성과 헌신성 그리고 뜨거운 열정에도 조직은 여전히 정체된 상태이다. 특히 국정제 반대 투쟁에서 전교조는 사활을 걸 정도로 주중, 주말을 가리지 않고 총력 투쟁했음에도 조직 저변은 확산되지 않았다. 2016-2017 촛불시민혁명에도 전교조는 단위학교 차원에서 대거 집중 투쟁을 전개했음에도 조직의 외연을 확장시키는 데엔 지지부진한 형편이다. 여전히 5만 조합원 시대에 묶여 있다. 오히려 2017년 기간제 교사 등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에서 젊은 조합원 교사들 상당수가 우수수 탈퇴하는 양상을 연출했을 뿐이다.

    지금 전교조는 노쇠하다. 이대로 10년만 더 진행된다면 일개 군소 교원단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짙다. 퇴직교사와 해직교사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정부여당의 교원노조법 개정안이 2월 21일 발의되었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수 있다. 그렇다고 전교조가 젊어지는 건 아니다. 또한 내부 동력이 생겨나는 것도 아니다. 더군다나 이번 정부 여당 안으로 발의된 법안에는 교섭창구 단일화 등 독소조항이 들어가 있다. 2016년에 더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발의한 법안보다 단체교섭 등 노동기본권을 후퇴시킨 내용이다. 자유교원노동조합, 대한민국 교원조합 등 노조 형식만 취했을 뿐, 뉴라이트 세력과 교섭창구를 단일화하지 않으면 사용자인 교육부는 교섭 자체를 거부할 수 있기에 명백한 독소조항이다. 즉시 폐기토록 투쟁할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개혁은 먼 나라 이야기이고 한국의 교육은 생지옥에서 벗어날 길이 없는 것이다.

    전교조에 결단을 촉구한다. 멀리 보고 유장한 흐름으로 촛불정부의 우군의 위치에 서라! 비록 100% 마음에 들지 않아도 문재인 정부의 개혁이 성공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활동하라! 혁명적 상황이 아닌 한, 일거에 모든 걸 전취할 순 없지 않은가! 더구나 문재인 정부의 실패는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 이명박근혜 정권처럼 반동으로 회귀하지는 않겠지만 과거 민주정부 10년이 제대로 계승 발전되기보다 '747 경제대통령', '국민행복시대'라는 구호 앞에 속절없이 반동으로 회귀하지 않았는가! 역사의 반동 앞에 고통은 너무나 크다. 아직도 30%는 여전히 수구정당을 지지할 태세이다. 한국사회는 냉전의 낡은 틀 속에 갇힌 유리병 사회이다. 아직도 색깔론이 일부 먹히고 정상배들은 반대세력을 제압하는 무기로 활용하길 주저치 않는다. 문재인 정부보다 좀 더 진보적인 정권이 들어서지 않는 한, 야만적인 입시경쟁교육이나 사회적 차별, 그리고 경제 불평등은 여전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와 전교조는 상호 불신을 해소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 불신의 골은 과거 전교조가 제공했고 지금도 그런 모습이다. 대의와 명분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문재인 정부 끝날 때까지 전교조는 내내 대정부 투쟁으로 일관할 가능성이 높다. 법외노조 문제는 이미 대통령이 법적인 방식으로 해결을 언급했다. 대법원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신속한 판결을 주문하기도 했고 교육부 장관 역시 이번 만남에서도 법외노조 해결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문제는 해결방식인데 그것은 대통령이 발언한 대로 교원노조 관련법이나 노동법 나아가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는 근본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는 게 맞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의 우군으로서 상호신뢰를 구축한다면 국회 처리가 지연되거나 대법원 판결이 엉뚱하게 나온다 해도 그 때가서 행정처분으로 취소를 통보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미 언론에 나왔듯이 늦어도 상반기 내 법외노조 문제는 해결된다.

    따라서 전교조가 대정부 투쟁을 통해서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법외노조 문제는 시간의 문제이지 이미 끝난 싸움이다. 누차 강조하지만 법외노조 문제를 방치하고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것은 촛불 정부로서 자기부정이자 문재인 정부의 자기모순이고 위선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자기 정체성을 부정하면서까지 문재인 정부가 전교조와 대결할 이유는 한 군데도 없다. 문재인 정부 역시 전교조를 우군이자 개혁 동반자로 삼고 교육개혁을 성공시키고 싶은 의도는 너무나 강렬하다. 그것이 지난 교육부장관의 방문으로 확인되었다. 전교조를 '파트너'로 그리고 미래교육을 위해 '전교조와 함께 하겠다'는 의지로 표현된 것이다.

    지지와 협력, 그리고 동반자적 비판

    지난 민주정부 1, 2기 시절 전교조가 보여준 대정부 강경투쟁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문재인 정부와 신뢰를 구축하는 게 절실하고 시급하다. 그 상호 신뢰의 바탕 위에서 2019년 개혁을 힘차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개혁의 주도권을 쥔 문재인 정부를 인정하되 개혁 동반자로서 비판, 보완하는 방식으로 전교조는 우군의 위치에 서야 한다. 지지와 협력, 그리고 동반자적 비판 속에 최대한 전교조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는 방식으로 투쟁해야 한다.

    상호 불신을 종식시키고 상호 신뢰를 통해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쌓아나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2019년 상반기 교육정세에서 전교조가 취해야 할 태도이다. 전술적으로 대정부 투쟁보다 사법적폐 청산을 겨냥한 대법원 집중 투쟁이 바람직하다. 화살을 정부가 아니라 법원을 겨냥하는 게 사법부 내 개혁세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대법원 전원합의체 구성에서 과반이 범진보성향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 대법관 인적 구성에서 70년 사법사상 최초로 일대 변혁을 가져왔다. 필자가 법외노조 문제에 대해 낙관하는 큰 이유이자 법외노조 문제가 이미 끝났다고 판단하는 현실적인 이유이다. 교육개혁의 핵심 동력인 전교조가 왜 교육현안마다 일개 시민단체보다 제 역할을 못하는지 필자는 이해할 수 없다. 국민이 무엇을 원하고 교사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 노동조합 본연의 역할에 깊이 천착할 일이다. 요컨대 2019년 문재인 정부의 개혁 성공을 위해서 법외노조 문제와 해직교사 복직문제는 선언적 투쟁으로 기다리고 정부와 상호신뢰를 구축함으로써 전교조가 개혁의 동반자이자 개혁 중심세력으로 당당히 등장해야 한다.

    덧붙이는 말 : 교사 대중과 함께 할 수 있는 투쟁 방식으로 탄원서 제출도 좋지만 너무 낮은 수준이다. 기자회견 등 언론을 통해 전국 교사 1일 점심 단식 투쟁 정도를 병행해 여론전을 선점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전교조가 대정부 총력투쟁이 아니라 상호 신뢰를 쌓아 개혁의 동반자로 거듭나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필자소개
    전교조 상암고 분회장, '우리역사에서 사라진 근현대 인물 한국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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