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사학법 대표 책임"… “원내 대표 갑갑하시겠네"
    2006년 06월 15일 06: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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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다시 사학법에 불을 지폈다. 박근혜 대표는 퇴임 전 마지막 당부로 “6월에 사학법 재개정”을 주문해 기름을 부었다. 여당은 아직까지 부동자세다. 6월 임시국회 역시 4월 국회 후반과 같은 파행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정작 재개정을 주장하는 한나라당은 사학법 재개정이 안 될 경우의 책임 소재를 벌써부터 찾고 있는 듯하다. 곧 7월 전당대회가 있기 때문이다.

15일 박근혜 대표는 퇴임 전 마지막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원내대표가 책임지고 6월에 재개정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규택 최고위원은 “여당과 원구성 합의를 파기하더라도 사학법을 재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재오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사학법 재개정을 못한 책임론을 펴기도 한 바 있다.

하지만 이재오 원내대표는 사학법 책임론에 대해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여당을 실질적으로 움직이고 정치 협상의 최고 승부처인 대통령이 받아들였으면 야당으로서는 최고의 성공을 거둔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더불어 “대통령이 말했는데도 여당이 안 한 것은 여당 원내대표의 책임을 벗어난 것”이고 “저로서는 제 임무를 다 마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박 대표의 마지막 당부는 이재오 원내대표의 ‘책임 밖’ 주장에 대한 답일 수 있다. 박근혜 대표의 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이날 박 대표의 마지막 당부가 당내 의원들의 의중임을 시사하고 “원내대표가 갑갑하시겠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은 “의원들 상당수가 4월 임시국회 마지막에 부동산법 등이 날치기 됐을 때 황당해했다”면서 “이후 의원총회 등에서도 이에 대해 일언반구 없이 지나가고 짚고 넘어가는 계기가 없었는데 지도부가 짚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태열 사무총장 역시 “사학법에 당의 총력을 기울여왔고, 원내대표가 잘 처리하지 않겠느냐”면서도 박 대표의 발언이 “이재오 원내대표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재오 원내대표 역시 6월 임시국회에서 사학법 재개정을 밀고나갈 수밖에 없다. 김한길 원내대표와 산상합의를 바탕으로 한나라당의 사학법 장외투쟁을 원내로 끌어들인 만큼 재개정의 원초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더구나 7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도전이 예상되는 만큼 6월 사학법 재개정이 시급하다. 재개정 실패는 곧 당 대표 선거에서 중요한 공격 이슈가 될 수 있다. 이규택 최고위원의 원내대표에 대한 사학법 책임론과 사퇴 주장이 그 시작인 셈이다.

진수희 공보부대표는 “이재오 원내대표가 약속하신 거니까 재개정을 완수하게 되면 아무래도 당권에 유리할 것”이라며 하지만 재개정이 안 될 경우 “반대 경쟁자들이 원내대표 책임론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과 양당정책협의회에서 ‘사학법 진지한 검토’에 합의한 이방호 정책위의장은 “사학법 재개정이 안 되면 다른 모든 법안 처리도 안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임시국회 막판 모든 상임위 보이콧을 선언했던 상황과 같다는 이 의장은 국회도 열리기 전 이미 국회 파행을 선언한 셈이다. 공은 열린우리당에 넘어갔다.

선거 참패 이후 ‘우회전 깜빡이를 켰다’고 비난받을 만큼 정책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는 열린우리당이 ‘진지한 검토’ 끝에 사학법 재개정에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로스쿨 등 사법개혁 법안, 국방개혁기본법 등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안과 대법관 인사청문회 등이 등을 떠밀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권고도 이미 물리친 뒤여서 명분이 없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도 4월 국회에서 이미 ‘양측이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는 최종안’을 발표했다고 한 만큼 새로운 타협안도 쉽지 않다.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학법 재개정 책임론을 비껴가려했던 이재오 원내대표에게 박근혜 대표는 ‘원내대표 책임’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더불어 친박 계열로 당권 도전에 나설 강재섭 의원에게 이재오 원내대표와 싸울 가장 강력한 공격무기 하나를 남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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