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픈 날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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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01월 27일 03: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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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정현 신부님께 드리는 詩] 황새울에서 만났던 문정현 신부님과 그때의 벗들을 생각하며 쓰는 편지

    써도 되겠지.

    낮에 인터넷을 보다
    문정현 신부님이 마지막 미사를 드렸다는 기사를 보며
    아니 왠 마지막 미사, 다른 곳으로 옮기시나 하곤
    열어 봤더니, 사제로서의 마지막 미사였다는….
    늘 청년이실 줄 알았더니.
    우리들의 청춘일 줄 알았더니.

    핑계 같지만 정말 슬펐다네.
    어떤 고귀한 삶에 대하여.
    그 어른께도 있었을 어떤 뼈아픔에 대하여.
    눈물에 대하여.
    거센 물결 터지는 가슴에 대하여.
    마지막까지 대추초교 옥상에 올라 가 있던
    그 소박한 청청한 지팡이 하나에 대하여.
    그날 밤 선생이 앉아 계시던 그 낡은 흔들의자에 대하여.
    신부님도 울고, 아이들도 울었다는 그 ‘작은 자매의 집’에 대하여.

    그래서 오늘, 그때 읽어주고 싶었던 시를
    완성해 보네. 부족하더라도….

                                                           * * *

    황새울 그 마지막 밤의 노래

    마지막 불길이 되겠다고 했던 들지킴이 하나 깨끗이 태워주지 못한 우리는
    기차길 옆 공부방 아이들의 벽화 하나 지켜주지 못한 우리는
    파랑새 소녀를 평택호 쓸쓸한 공터에 내버려두고 온 우리는
    사랑을 잃어버린 우리는
    고향을 잃어버린 우리는
    만날 곳을 잃어버린 우리는

    순대국밥집에서 켄터키 후라이드 집에서
    철시의 시장 좌판에서 3차 4차로 서로의 속에 쓸쓸함을 더더하며 부어주던 우리는
    낄낄거리며 서로를 못 골려먹여 안달이던 우리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떠나지 못한 평택의 밤 뒷거리에서
    지나간 회한의 청춘의 노래를 부르며
    어깨 걸고 작대기춤를 추던 우리는

    다시 대추리로 들어온 우리는
    빛나는 눈동자들이 남아 지키던
    캠프험프리 철책 옆 횃불의 노래 곁으로 돌아 온 우리는
    저 먼 어느 섬나라 자마이카에라도 온 듯 흥겨운
    아코디언의 노래에 맞춰 누구나 다 자신의 춤을 추던 우리는

    고물상 할아버지처럼 흔들의자에 앉아 있던 깡패신부님 곁에 무릎꿇고 앉아
    키득키득거리며 불경스러운 농을 주고 받던 우리는
    저 멀리 누구건 논둑에 앉아 사랑의 눈빛을 주고받던 우리는
    다시 어깨걸고 몇 번이고 기차놀이하던 우리는
    빈 집에 든 도둑떼들처럼 한 시절의 빛바랜 사진들, 거울대, 찬장이며 농짝이며
    다 타버리라고 불길 속에 던져넣던 우리는

    누구라도 나의 외로움을 받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불꽃처럼 불길처럼 몸부림치던 우리는
    끝끝내 모두가 잠들어버린 마을을 돌며
    노래도 불러보다 꺼이꺼이 울어도 보다
    귀신처럼 마을을 돌던 우리는, 우리는

    떠나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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