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비역 군 장성들의
    새 강경극우단체 출범해
    [기고] 대한민국 수호 예비역장성단, ‘퍼펙트스톰’? 또는 ‘찻잔 속 태풍’?
        2019년 02월 01일 12: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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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수호 예비역 장성단(이하 대수장)’이라는 이름의 강경극우단체가 1월 30일 출범하였다. 이 단체는 작년 11월 21일 ‘9.19 남북군사합의’에 반대하는 토론회를 열고 성명서를 발표했던 예비역 장성 415명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 예비역 장성들의 모임인 성우회와는 관계없는 별도의 조직으로 출발해서 사단법인으로 전환할 계획까지 가지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정책’을 둘러싼 예비역 장성들 간 갈등의 골이 상당히 깊음을 보여준다.

    전두환 정부에 의해 해체된 ‘성우구락부’를 전신으로 하는 성우회는 한때 정부의 5.18특별법 제정을 찬성하고 12.12 및 5.18 관련자들의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등 나름 균형 잡힌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이후로는 극우적인 정체성을 드러내며 재향군인회와 함께 ‘햇볕정책’, ‘김정일 국방위원장 서울답방’, 그리고 ‘국가보안법 개정’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대수장 출범 모습

    제1차 남북정상회담은 극우 결집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정승화 전 육군참모총장과 장태완 전 수경사령관이 비슷한 시기에 성우회장과 재향군인회장에서 물러나고 군사정권에 친화적이었던 이들이 회장에 취임한 것도 하나의 기폭제가 되었다. 이들은 2002년 대선을 기점으로 현실정치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했는데 이 당시 전체 예비역 장성의 25%에 육박하는 500여명의 예비역 장성들이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며 한나라당에 집단입당을 했다.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예비역 장성들은 성우회와 재향군인회를 중심으로 ‘반핵반김자유통일대회’, ‘탄핵안 가결에 찬성하는 천만인 서명운동’ 등에 적극 결합하였으며 2004년 9월 9일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시국선언’에는 예비역 장성 480명이, 2005년 10월 18일 ‘나라가 망하기 전 한국 살리자 구국선언’에는 642명이 참가하는 등 노골적으로 정부를 비토하는 데 앞장을 섰다.

    성우회와 재향군인회는 2006년 9월부터 진행된 ‘북핵반대·한미연합사해체반대 천만인 서명운동’을 주도하여 이명박 정부의 ‘전시전작권 연기’ 결정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며(1,007만명 서명) 2016년 2월부터는 ‘북핵폐기 전술핵 재배치 천만인 서명운동’을 추진해 450만 명의 서명분을 자유한국당에 전달(2017년 10월)하기도 하는 등 지난 20여 년간 각종 안보이슈를 주도해왔다.

    그러나 2017년 8월과 12월에 새로 출범한 재향군인회와 성우회의 회장단은 종전과는 완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 왔다. 새로운 집행부는 정부와의 견해차가 있더라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거나 서면건의서를 제출하는 선에서 그칠 뿐 예전과 달리 정치적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는 행동들은 가급적 자제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를 문재인 정부에 순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예비역 장성들이 국가안보가 ‘정치화(?)’되었다고 비판하며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며 세력 다지기에 들어갔다

    기존 단체에서 비주류가 된 이들 장성들의 조직화에 이론과 논리를 제공한 인물들로는 박희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주임교수, 김태우 건양대 군사학과 대우교수, 송대성 한국국제정치학회 명예이사. 그리고 신원식 전 예비역 중장을 들 수 있다. 이들은 현재 ‘대수장’ 전략위원회에서 전략위원을 맡고 있다. 특히 김태우, 송대성 박사는 대표적인 핵무장론자이기도 하다.

    (사진 출처-데일리안. 대수장측 4대 핵심이론가들. 왼쪽부터 박휘락 국민대 교수(육사34. 전 국방부 대북협상과장).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전 한국현안연구위원장).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공사17. 전 기무사 참모장), 신원식 전 대선후보중앙선대위국가안보특위위원장(육사37. 전 수도방위사령관.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합참차장)

    2019년 1월 30일 정식 출범한 ‘대한민국 수호 예비역 장성단’의 3대 목표는 ‘자유민주주의체제 수호’, ‘위장평화 공산화 척결’, 그리고 ‘한미동맹 결속 강화’이다. ‘대수장’은 문재인 정부 대외정책의 핵심을 ‘탈미통북’으로 본다. ‘북한 공산정권’과의 대화와 협력은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공산주의 절대 반대’는 ‘자유민주주의체제 수호’와 같은 말이기도 하다.

    현재의 평화무드는 ‘종전선언정전협정 무력화평화협정 체결주한미군 철수한미동맹 해체대한민국 공산화’의 단계로 대남적화전략을 실행하려는 북한의 위장평화공세로 이해한다. 이들은 ‘파리평화협정’ 이후 북베트남에 흡수된 남베트남의 사례를 들어 이의 현실화를 막아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남북군사합의서’의 전면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최근에 이들은 ‘한미 방위비 협상 결렬주한미군 철수한미연합사 해체한미동맹 붕괴’라는 논리를 새로이 들고 나와 ‘대수장’ 회원들의 첫 행동과제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보충을 위한 국민성금 모금운동’을 제시했다.

    위와 같은 주장은 나라를 걱정하는 분들의 진심어린 조언이라고 생각할 여지도 있지만 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헌팅턴이 주창한 ‘객관적 문민통제’ 이론(objective civilian control)을 빌어 군에 대한 문민통제를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객관적 문민통제’는 쉽게 얘기하면 군은 안보분야의 전문가 집단이고 문민(비전문가)는 안보분야를 잘 모르니까 이 분야만큼은 전문가인 군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소위 자율성=자유 보장). 반대로 얘기하면 국방을 모르는 문민이 ‘주관적 문민통제’ 즉 군을 사사건건 간섭하게 되면 나라의 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지이기도 하다.

    이러한 논리를 확대해석하면 군통수권자인 대통령(비전문가)이 군 인사에 개입하거나 군(전문가)와 상의 없이 ‘국방개혁을 추진하고 남북 간에 ‘군사합의’를 체결하는 것은 나라에 위기를 자초하는 행동이 된다. 육군(특히 육사) 주도의 군 구조를 ‘3군 균형발전’으로 바꾸려는 것도 위험한 정책이며 예비역 장성들은 검증된 국방전문가이므로 대통령과 국방부가 적정한 예우를 해야만 한다(정책 사전 협의). 이는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과 국회가 각종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하는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원칙에서 국방분야만큼은 예외로 인정해 달라는 것과 같다.

    ‘객관적 문민통제’는 더 나아가서 군의 정치참여를 정당화할 수 있는 이론이다. 4대 핵심이론가 중 한 사람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쿠데타를 경험한 국가에서 군에 그만큼의 자유를 보장하는 게 쉽진 않은 일 같다.”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걸 걱정하면 안 된다. 정부가 잘 하는데 쿠데타를 왜 하겠나’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이는 2017년 12월 15대 성우회장으로 취임한 유삼남 전 해군참모총장이 취임사에서 비정치, 비영리, 비종교 단체 지향이 성우회의 창립 정신이라고 말한 것과는 많은 면에서 대비가 된다.

    ‘대수장’은 현재 대한민국의 안보는 거대한 ‘폭풍’’이 몰아치는 위기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발표한 대군 성명서를 보면 “국방장관, 각군 총장, 해병대 사령관은 헌법 정신에 입각해 2019년 2월 내로 ‘9·19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 폐기를 결의하고 전군에 폐기 지시하라! 파괴한 안보역량들을 조속히 복구하고 향후 反헌법적 안보역량 파괴행위를 일체 거부하라!”는 등 오히려 이들 세력이 대한민국의 혼란을 조장하는 진짜 ‘퍼펙트스톰’으로 여겨진다.

    현재 이들은 ‘군사합의서 제1조 1항’에 쓰여 있는 것처럼 ‘남북 간의 적대행위, 침입, 공격, 그리고 점령하는 행위’가 근본적으로 사라지는 세상이 올까봐 두려워하는 것 같다. 이런 자세로는 평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지지를 더 이상 받기가 어려울 것이며 이들의 활동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확률이 높다.

    필자소개
    국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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