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땅값 많이 오른데 사는 사람 수명도 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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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6월 12일 08:5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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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부자 동네 주민이 오래 산다

    ‘동네마다 수명이 다르다’는 최근 5년간 전국 234개 시·군·구 성연령 표준화사망률 통계를 보면 부동산 격차가 건강격차와 짝을 이루며 사람의 죽음에까지 관여하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한겨레신문이 한국건강형평성학회에 의뢰해 2000년에서 2004년까지 5년 동안 전국 234개 시․군․구의 사망등록자료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부동산 부유층들이 모여 사는 서울 서초·강남·송파 등 서울 강남지역은 단연 사망률이 낮았고, 서울에서도 부동산 가격이 낮은 강북지역이나 특히 지방의 낙후지역일수록 사망률이 높은 양상을 보였다.

       
     

    서초구는 지난 5년 동안 10만명당 1,772명이 숨져 전국 시·군·구에서 가장 낮은 사망률을 보였으며, 그 다음은 인구 10만명당 1,805명이 숨진 경기 과천시였다. 서울 강남구는 1,809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같은 표준화 사망률을 2004년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과 비교해보면 밀접한 상관관계가 나타난다. 평당 아파트값이 각각 2,120만원, 1,793만원, 1,743만원으로 가장 비싼 강남 3구의 표준화 사망률은 지난 5년 동안 각각 1,809명, 1,772명, 1,965명으로 서울지역에서 사망률이 가장 낮은 세 개구로 나타났다.

    반면 아파트값이 평당 675만으로 최하위권인 강북구는 지난 5년동안 10만명당 2,334명이 숨쳐 서초구에 비해 562명이 더 많았다. 이를 현재의 강북구 인구(36만명)로 환산하면 강북구는 서초구에 견줘 5년간 2,023명이 더 숨진 셈이다.

    人命은 在富… ‘계급의 계단’ 밟고 살다 ‘죽음의 계단’ 따라 죽다

    부동산 등 재산이 많은 사람(동네)은 수명이 길고, 재산이 적은 사람(동네)은 수명이 짧은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뭐니뭐니 해도 잘 사는 사람은 좋은 음식 골라먹어 건강할 뿐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서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여유가 충분하니 건강에 그만큼 신경을 많이 쓰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먹고사느라 정신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건강에 신경 쓸 여유도 부족하고 온갖 스트레스에 술 담배도 많이 해서 부자들보다 빨리 죽는 것이다. 또 부유층은 건강을 위해 쓸 돈과 시간도 풍부하지만 부자동네에는 의사도 많고 병원도 많고 운동시설도 좋다.

    이같은 짐작은 학계에서는 이미 40~50년 전부터 통계로 보고됐다. 1959년도 어머니의 교육수준과 농지소유면적에 따른 영아사망률의 차이에 관한 통계를 보면, 땅을 1,000평 이하밖에 못 가진 농가의 경우 1,000명의 영아 중 태어난 지 1년 안에 사망한 영아수는 99.4명으로 3,000평 이상 가진 농가의 70.4명에 비해 1.4배에 달했다. 또 어머니의 학력이 무학인 경우 102.7명으로 고등학교인 경우 75.6명에 비해 1.4배에 달했다.

       
     

    그러니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 아니라 ‘인명(人命)은 재부(在富)’인 세상이다. 특히 부동산(不動産) 재산이 부를 결정하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인명(人命)은 재부(在不)’라 하거나 표현이 어색하면 아예 부동산의 한자명을 ‘富동산’으로 바꾸면 딱 어울릴 세태이다.

    이것은 필자가 막무가내로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인명(人命)은 재부(在富)’라 소리치는 통계가 있어 하는 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국민건강영양조사와 통계청 사망자료를 연계하여 5년 동안 사망여부를 추적한 연구방법으로 제시한 사회계층별 사망위험 상대비교 통계를 보면, 평생 ‘계급의 계단’을 밟고 살던 사람들이 ‘죽음의 계단’을 따라 죽어가는 현실이 한 눈에 들어온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보고서, 『건강수준의 사회계층간 차이와 정책 방향』, 2004).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팀은 연구를 종합한 결과를 이렇게 적고 있다. “소득수준·교육수준·직업계층 등 지표에 대해 공통적으로 계단형 사회경제적 사망 불평등이 발견되었고, 이는 절대적 빈곤층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계층에서 사회경제적 사망률 불평등이 존재하는 것을 뜻 한다.”

    첫째, 돈을 잘 버는 고소득층에 비해 돈을 잘 못 버는 저소득층의 사망위험이 2.4배 높다. 한 달 평균 가구소득을 기준으로 250만원이상을 버는 사람의 사망률을 1.00으로 할 때, 월 가구 소득이 100~149만원인 사람들의 사망 위험은 1.97배, 50~99만원의 가구소득을 가진 사람들은 2.00배 사망 위험이 높았으며, 최저가구소득 집단인 월 50만원 미만의 가구소득을 가진 사람들의 사망위험은 2.3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많이 배운 사람에 비해 못 배운 사람의 사망 위험은 2..21배 높다. 대학교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의 사망률을 1.00이라 할 때, 초중고졸 학력을 가진 사람도 상대적으로 사망위험이 높지만, 특히 학력이 없는 무학인 사람은 2.21배 사망위험이 높게 나타났다.

       
     

    셋째, 사장 자리에 있는 사람에 비해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노동자의 사망위험은 3배 이상 높다. 정규직이 다수인 상용직 노동자(전일제/시간제)의 사망률을 1.00이라 할 때 사장인 고용주는 0.98로 사망위험이 낮은 반면, 자영업자는 1.49배로 사망위험이 높고 특히 비정규직인 임시직과 일용직 노동자는 3.01배로 사망위험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들을 제외한 기타집단의 사망위험도 정규직에 비해 2.75배 높았다.

       
     

    넷째, 생활수준이 ‘보통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못 사는 편’이라 여기는 사람들은 사망 위험이 40%가 높았고, ‘아주 못사는 편’이라 생각하는 극빈층은 사망위험이 65%가 높았다.

    이밖에도 직업을 비육체노동자, 육체노동자 및 기타로 나누었을 때 육체노동자는 비육체노동자에 비해 사

       
     

    망위험이 2.73배로, 기타 직업집단은 4.94배로 사망위험이 높았다. 직업계층별로도 노동계층과 농어촌자영자계층의 사망위험은 중상계층에 비해 높게 나타났고 특히 하류계층의 사망위험은 3.06배, 기타(주부,학생,군인 등) 집단은 2.76배 사망위험이 높게 나타났다. 또 의료보장유형별로도 공교보험 대상자에 비해 의료보험 미가입자의 사망위험이 4.95배로, 건강보험 대상자에 비해 미가입자의 사망위험이 3.63배 높았다.

    이렇게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을수록 건강수준이 낮고 지위가 높을수록 건강수준이 높은 현상은 사망률 뿐 아니라 병에 걸릴 확률인 유병률에서도 남녀 모두 큰 차이 없이 나타나고 있다.

    보건복지부 2001년 『국민건강·영양조사』통계에 따르면 대도시 거주 남성에 비해 읍면지역에 사는 남성은 1.79배, 비육체노동자 남성에 비해 실업상태인 남성은 2.66배, 전문대졸 이상 남성에 비해 초등학교 졸업이하 남성은 3.2배, 월평균 가구소득 301만원 이상 남성에 비해 100만원 이하 남성은 2.94배 각각 유병률이 높게 나타났다. 이같은 추세는 여성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 소득계층을 저소득층부터 고소득층까지 10등급으로 나누어서 1997년과 2005년의 의료이용량과 건강수준을 연계하여 분석한 결과, 소득 1등급 저소득층의 의료비 지출액은 1997년과 비슷하나 소득 10등급 고소득층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의료이용량도 고소득층은 50% 이상 증가한 반면 저소득층은 오히려 30% 감소했다. 2002년 양 계층간 종합병원 이용률은 두 배 이상 차이 났다. 환자부담이 많아서 저소득층은 이용이 제한되는 것인데, 저소득층의 30.1%가 경제적 이유로 의료를 포기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최상민, 「의료 양극화가 건강 양극화 부른다」, 내일신문 2006.3.22)

    이처럼 소득수준과 교육수준이 높고 사망위험이 낮은 직업계층에 속하는 상대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일수록 사망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동산 등 재산과 직접 연계한 연구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결국 소득·학력·직업의 차이가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의 차이로 종합되기 때문에, 부동산 부유층 동네와 부동산 빈곤층 동네간 사망률 등 건강격차는 피하기 어려운 문제라 하겠다.

    의료자원 이용도 동네 따라 격차

    의사수나 병원수 등 보건의료자원의 격차도 건강격차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2003년 현재 전국 16개 시도별 의사, 병원, 병상수를 비교한 통계를 보면 인구수에 비해 보건의료자원의 불평등 정도가 상당히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인구의 5분의 1 정도가 사는 서울에 전체 의사의 3분의 1 가까이가 몰려 있다. 또 서울시와 6대 광역시의 인구 1만 명당 의사 수(15.5명)는 나머지 지역(9.84)의 1.6배에 이르고 있다. 인구에 비해 의사 수가 가장 많은 서울과 광주는 1만 명당 의사가 각각 18.69명과 16.03명꼴인 데 비해, 인구에 비해 의사 수가 가장 적은 경상북도와는 1만 명당 의사가 8.27명과 8.71명으로 최고 2.3배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의료기관 수도 대전과 서울은 각각 인구 1만 명당 6.44개와 6.15개인데 전남과 경북은 3.75개와 3.92개로 최고 1.7배의 격차를 보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센터가 2004년말 현재 기준으로 분석한 통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는 1만명당 의원 수가 28.25곳인데 강북구는 10.29곳에 그쳐 똑같은 서울 지역인데도 두 곳의 격차는 2.7배에 이르렀다. 지방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커져서 서울 강남구와 충북 청원군(6.95)은 무려 4배의 차이를 보였다.

       
     

    서울 강남구의 경우 병상 수와 의사 수에서도 다른 구를 압도했는데 병상수는 4,256개로 가장 적은 부산시 강서구의 8곳에 견줘 무려 562배에 이르렀다. 서울 강남구와 부산 강서구는 만명당 병상수와 의사수에서도 각각 강남구 28.25와 47.47, 강서구 4.3와 2.8로 격차가 컸다. 의료기기도 격차가 심했는데 서울 강남구에는 고가장비인 CT와 MRI가 각각 31개와 23개 있었지만 부산 강서구에는 둘 다 하나도 없었다.

       
     

    땅값 많이 오른 곳이 수명도 길다

    소득수준, 교육, 직업계층의 차이와 의료자료와 의료이용의 격차 등이 종합돼 결국 부동산을 비롯한 재산이 많은 부유층이 많이 사는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간 건강격차가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연구 성과로는 부동산과 건강격차를 직접 대입한 통계는 없으므로, 앞에서 살펴본 최근 5년간 전국 234개 시군구 표준화 사망률과 최근 5년간 234개 시군구별 땅값지수를 비교함으로써 간접적인 연관관계를 짚어본다.

    소득수준, 교육, 직업계층의 차이와 의료자료와 의료이용의 격차 등이 종합돼 결국 부동산을 비롯한 재산이 많은 부유층이 많이 사는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간 건강격차가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연구 성과로는 부동산과 건강격차를 직접 대입한 통계는 없으므로, 앞에서 살펴본 최근 5년간 전국 234개 시군구 표준화 사망률과 최근 5년간 234개 시군구별 땅값지수를 비교함으로써 간접적인 연관관계를 짚어본다.

    그 결과를 보면 땅값이 많이 오른 지역일수록 사망률이 낮고 적게 오른 지역일수록 사망률이 높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땅값이 가장 많이 오른(2000.1.1=100 기준 2005.1.1=137.4) 서초구는 같은 기간 동안 10만명당 사망률이 1,772명인 반면, 같은 기간동안 땅값이 거의 오르지 않은(2000.1.1=100 기준 2005.1.1=105.8) 합천군은 사망률이 3,547명으로 서초구의 두 배에 달했다.

    또 234개 시군구 중 사망률이 가장 높은 10개 지역의 땅값상승지수는 최근 5년 동안 대부분 땅값지수 상분분이 한 자리수로 평균 107.1인 데 비해, 사망률이 가장 낮은 10개 지역은 20~40까지 올라 상승지수는 130.2로 훨씬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34개 시·군·구를 가나다순으로 배열해 각각의 땅값지수와 사망률 추세를 견준 그래프를 보면 이 점은 전체적으로 더 잘 드러난다. 전체 그래프를 보면 땅값 상승과 사망률 사이에 별다른 연관이 없는 곳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땅값이 적게 오른 곳은 사망률이 높게, 땅값이 많이 오른 곳은 사망률이 낮게 나타나는 연관관계가 뚜렷하다.

       
     

    부동산 등 재산이 많은 사람이 사는 동네와 그렇지 않은 동네간 사망률을 비롯한 건강격차는 부동산 격차가 동시대를 사는 한국인들의 삶 자체를 갈라놓는 요인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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