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도 정치적인 '양다리 최열' 대표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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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6월 09일 10:4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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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소속된 의원의 환경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보좌관으로서 환경운동단체와 일을 함께 하는 경우는 셀 수 없이 많다. 사실 이 점이 소수의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이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의 경험 많은 의원들 못지않게 많은 활동을 효과적으로 펼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필자 역시 ‘강력한 소수정당’의 이면에는 진보정당과 시민사회의 ‘강력한 연대’가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늘 마음 속 깊이 새기고 있다.

    환경단체와 연대가 ‘강력한 소수정당’ 만들어줘

    그러나 세상 일이 늘 내 마음 같지는 않은 법이다. 환경운동단체와 함께 사업을 잘 해 나가다가도 이따금씩 입맛이 씁쓸해지는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지난 회기에 우리 의원실과 같이 사업을 진행했던 단체가 이번 회기에는 똑같은 주제로 다른 당 소속 같은 상임위의 의원실과 다른 형태(예컨대 토론회 개최 등)의 사업을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우리 의원실과 사전 협의나 통보 같은 것은 없다.

    또 어떤 경우는 같은 상임위에 소속된 서로 다른 당의 여러 의원실에 같은 사업을 동시에 제안한다. 그러다가 둘 이상의 의원실에서 그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 나중에서야 동시에 제안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된 보좌관들이 서로 낯을 붉히게 되거나 둘 다 사업을 포기하게 되는 수도 있다.

    국회에서 일하는 정책 보좌진들 간에는 상임위와 정당을 불문하고 과거부터 전해 내려오는 한 가지 도덕률이 있다고 한다. 특정 의원실에서 먼저 제기한 문제를 비슷한 시기에 사전 양해 없이 뒤따라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회의 이런 관행을 잘 아는 어떤 단체는 아예 서로 다른 당에 소속된 의원실마다 동일한 문제와 관련된 사업을 하나씩 배분해서 진행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 어떤 의원실도 이 문제에 집중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고 해가 바뀌어도 그 문제는 해결이 되지 않기 마련이다. 그래놓고 이 단체의 활동가는 국회가 일을 하지 않는다고 불평을 늘어놓는다.

    이럴 때마다 입에 오르내리는 말이 있다. “환경운동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것이다. 환경부 공무원도 이런 이야기를 하고, 환경단체 활동가도 이런 말을 곧잘 한다. 심지어 필자도 한다. 그러나 환경운동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말은 더 이상 맞지 않다.

    환경운동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관권이 개입된 주민투표로 방폐장 부지를 선정하고, 새만금의 숨통을 끊었으며, 천성산에 관통터널을 뚫는 정부여당과 환경운동의 편에 서서 반대투쟁의 선두에 함께 했던 민주노동당이 같을 수 없으며, 스물여섯 개 뉴타운 사업을 오십 개로 늘리겠다며 개발 공약을 남발하는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당선자와 은평 뉴타운 사업 대상지구의 한양주택을 지키겠다는 민주노동당의 김종철 후보가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며칠 전 입맛을 시큼털털하게 만드는 일이 있었다. 지난 6일 경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환경운동계의 대부’ 최열 환경재단 대표가 제타룡 전 도시철도공사 사장과 함께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의 시정 공동인수위원장을 맡기로 했다고 한다.

    같은 기사는 “최열 대표는 최근 유력 대권주자로 떠오른 고건 전 총리의 「미래와 경제포럼」의 국민연대 임원진을 맡은 바 있어 이번 인수위원장 취임에 더욱 눈길이 쏠리고 있다”고도 전했다.

    최열 대표는 다음날 KBS 1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풀어 놓았는데, 최근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개혁세력과 합리적인 중도세력으로 구성되는 중도개혁세력이 모아져야 한다”는 주장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의 인수위원장 제의를 수락한 것과 고건 전 총리 두뇌집단의 임원진을 맡은 이유에 대한 진행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각각 “개인적으로 안 지 오래 되었”고 “그 분이 환경운동연합의 전임 대표”였다며, 두 사람과의 개인적인 인연을 강조하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누굴 위한 좋은 관점인가

    또, 최열 대표는 오세훈 당선자의 공약 중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공약이 굉장히 많으며, 그런 것을 걸러내야 하기 때문에 참여했다”고 말하면서도 특별히 걸러내야 할 공약이 어떤 것이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하지는 않았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이어지는 다음의 발언은 최열 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 인수위원장을 맡은 진심의 일부를 짐작케 한다.

    “공약을 거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인사라고 생각한다. 서울 시청 직원이 4만 5천명이다. 결국은 어떤 사람을 거기에서 일을 시키느냐인데, 구체적인 정보는 굉장히 제한되어있다고 본다. 인수위에서 보고를 받을 때 그 사람들끼리 토론도 시키고 해서 전문성과 좋은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해서 정확하게 시장이 알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업무라고 생각한다.”

    대체 ‘좋은 관점’이란 누구를 위한, 어떤 시각을 말하는 것일까. 최열 대표가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의 공동인수위원장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가 본인이 허술한 논리로 설명하는 근거들보다 ‘개인적으로 안지 오래된’ 유력 정치인의 힘을 빌어 4만 5천명 서울시청 직원들에 대한 인사권을 대행하고, 자신의 정치적 포석을 두기 위한 것으로 비춰진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너무나 정치적인 환경재단 최열 대표에게 정중히 부탁드린다. 여기저기 유력한 정치주자들의 영역에 발을 담그고 중도개혁세력의 결집을 주장하시려거든 차라리 정치판의 전면에 나서시라. 정당에는 참여하지 않는다고 빼지 마시고, 직접 뛰어들어 자신의 주장대로 한국정치를 이끄시라.

    ‘환경 운동계 대부’ 간판 가지고 기웃거리는 거 아닌가

    정치세력화를 추진하다가 실패한 경험 탓에 직접 나서기는 두렵고, ‘환경운동계의 대부’라는 간판을 지고 환경운동을 뛰어 넘는 정치권 기웃거리기를 그만 두기도 어려우시다면, 오세훈 당선자와 고건 전 총리가 개인적인 인연이나 중도개혁세력 결집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에 자신을 영입했을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기 때문이다.

    혹시 정치적인 계산이 헷갈리신다면 ‘환경운동의 편은 누구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실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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