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안정당에 대안이 없다…서민경제 프로젝트 마련해야
        2006년 06월 09일 02: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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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1 지방선거에 평가를 위해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처음 한 자리에 모였다. 선거 ‘패배’에 대한 일정한 공감 속에 패인에 대한 솔직한 분석이 난상토론으로 이어졌다. 또한 향후 대선, 총선을 바라보며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민주노동당의 과제를 집중 논의했다. 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의원단 합동 워크숍의 생생한 목소리들을 지상 중계한다.

    “패배라고 말하지만 실제 당 지도부가 예상에 훨씬 못 미친 결과에 대한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심상정 의원의 솔직한 고백이다. 총선 지지도에 미치지 못한 12.1%의 정당 지지도, 800명 후보를 내서 81명 당선, 울산 기초단체장 수성 실패 등 나열된 선거 결과에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패배’를 인정했다.

       
     
     

    지방선거 결과 총선 대입하면 최대 비례대표만 7석 불과

    문성현 당 대표는 “민주노동당 자존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울산 수성에 실패했다”면서 “이러한 상징적인 곳에서 재선에서 패했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수성에 실패했다는 것은 민주노동당의 현주소와 앞으로 방향을 주요 축에서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

    이용대 정책위 의장은 “전체적으로는 울산과 서울의 실패, 정당지지율 고착화 등이 나타난 선거였다”면서 “특히 울산 북구 패배와 서울 지역 정당득표에서 민주당에 뒤진 것이 패배의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정당지지도 12.1%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려는 목소리도 있었다. 단병호 의원은 “300만 지지를 못 얻었다는 이유 등의 결과로만 전체 선거를 너무 폄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총선 거품이 빠지고 실제 지지기반이 드러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후보들이 열심히 선거운동에 임해 그나마 12.1%를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심상정 의원도 “총선 때 13% 지지도는 바람 효과가 컸다”면서 “이를 고려한다면 이번 선거 결과는 고정 지지층이 향상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회찬 의원은 “총선 13% 지지도 획득을 선거 열기와 거품이라고 한다 해도 지지율이 똑같다면 문제가 있다”면서 “그 때와 비교하면 1년에 쓰는 돈이 수십억이고 인력이 다르고 언론 노출 빈도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내후년 총선에 바로 대입시키면 지역은 제로고 비례대표도 최대 7석이 나올 상황”이라면서 “위기감에 지도부를 교체했던 지난해 10월 재보궐 선거 때보다 당의 객관적 상황은 더 나쁘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300만 지지 획득, 300인 당선이라는 지방선거 목표 설정 자체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반성했다. 심상정 의원은 “당의 이번 지방선거 목표 제시에 대한 실천적 근거가 있었는가”라고 말했고, 이해삼 최고위원은 “선거 목표 수립에서 3~4인 선거구 절반은 당선된다는 생각에서 300명 공직자 탄생이란 막연한 희망을 제시했다”면서 “관료적 사업 작풍이 그래도 투영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김기수 최고위원은 보다 근본적으로 “2000년 창당하고 2004년도 원내 진입한 후, 처음 맞는 지방선거였는데 당의 전략적 목표를 미리 명확하게 준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파, 이해관계 중심 당 운영으로 역동성 상실

    후보 전술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서울, 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에서 의원들의 출마가 공식적으로 토론됐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해삼 최고위원은 “의원단 후보전술에 대한 고려가 없었던 것을 뼈아프게 지적하고 싶다”면서 “인물 키우기식 이벤트가 아닌 이상 집권을 준비하는 유력한 당의 면모를 서울시민과 경기도민에게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용대 정책위의장은 “중앙당이 서울, 경기도 후보를 강하게 세우려 했으면 할 수도 있었다”면서 “자발적 의사와 결합되지 않을 때 당이 강제하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이견이 있지만 당이 전략적으로 후보를 세우는 것에 대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박인숙 최고위원

    박인숙 최고위원 역시 “당내 대중정치인을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는 이야기가 물밑에서만 있었다”면서 “일반 당원이나 현장에서는 그런 문제제기가 많았지만 지도부에서 한번도 공론화한 적이 없었던 점은 평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승하 최고위원은 이와 관련 “의원이 9명 밖에 없어서 전략을 수립하지 못한 것은 꼭 아니라고 본다”면서 “정파 관계를 비롯한 이해관계 중심으로 당이 운영되면서 당이 정체되고 역동성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순영 의원은 “지역에 인지도도 별로 없는 후보가 정파 투표로 뽑혀 비례대표 후보가 되니까 표가 안 나온다”면서 “어쨌든 후보로 결정되고 나면 다들 열심히 뛰어야 하는데 실제 지역에서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지도 없는 후보 정파투표로 출마하니 표가 안나온다

    최 의원은 “이제 아쉽게 떨어진 2등으로는 안되고 당선돼야만 성과”라면서 “전략 지역에서 당선시켜내는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병기 최고위원도 “이제 다수 출마자가 당 인지도를 높이는 수준을 넘어서 당선 될 수 있는 전략을 써야 한다”면서 “광역에는 전부 출마한다는 원칙보다 후보 숫자를 줄이고 전략적 판단에 따라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

    심재옥 최고위원은 “지난 지방선거의 비례대표 9명 중 이번 지방선거에서 살아돌아온 사람이 없다”면서 “아무도 주목 않는 지역으로 내려가거나 울산 같은 경우 기초로 내려가 낙선했다”고 지적했다. “당이 재선의원을 만드는 전략을 내지 못해 1기 여성정치인 세대를 증폭시키지 못하고 유실될지 모르는 위기를 느낀다”고 말했다.

    선거초반 양극화론과 후반 진보개혁 대표주자 교체론 등 선거 전략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심상정 의원은 “진보개혁세력의 대표주자론은 선거막판 열린우리당 몰락에 바람 선거로 가자는 것이었다”면서 “정치공학적, 선거공학적 선거전술이지 않았는가”라고 지적했다.

    이해삼 최고위원은 “진보개혁 대표주자 교체론은 당이 주장할 것이 아니라 당 외곽 대중조직에서 주장할 것이었다”면서 “9명 국회의원을 가진 정당이 오만하고 거만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 위상과 역량에 맞게 ‘뿌리 강화론’, ‘줄기 강화론’ 정도로 갔어야 더 플러스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홍승하 최고위원은 “무엇보다 지방선거에 있어서 무상의료, 무상교육 같은 신상품을 내지 못했다”면서 “실제 양극화론에 대해 중앙일보, 삼성경제연구소 등 보수진영에서는 긴장하고 중산층 붕괴론, 중산층 약화론 등을 시리지로 내면서 맞섰는데 우리 당은 양극화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개발론 맞설 민주노동당식 대안 정책 없어

    민주노동당의 복지정책이 다른 당에 수렴되면서 정책의 차별성을 보이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도 많았다. 특히 서민경제가 힘든 상황에서 보수정당의 개발논리에 대응할 수 있는 민주노동당의 대안이 없다는 점이 많이 지적됐다.

    권영길 의원은 “경남 의령 지역은 쌀 지켜내는 당이 최고라며 전국에서 당 지지가 가장 높았던 지역이고 전농 출신 후보 역시 훌륭했다”면서 “하지만 결과적으로 7.3%라는 낮은 득표율이 나타난 것은 납득이 안 간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제한 후 “쌀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있었지만 뭘 가지고 의령을 먹여 살릴 것인가가 없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 단병호 의원

    인천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김성진 최고위원은 “복지 분야에서는 차별성이 없었고 경제 정책은 하지 말자만 있었지 어떻게 하자는 대안을 못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분배를 잘하면 돈이 생긴다고 했지만 어떻게 파이를 키울 것인가 하는 논의가 없었다”는 얘기이다. 이해삼 최고위원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중앙당이 부동산이나 감세 등 정책방향과 공약을 제출했다”면서 반면 “민주노동당은 지나치게 지역정치형 공약으로 보수정당의 개발론을 뛰어넘는 우리식의 개발론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심재옥 최고위원은 “민주노동당이 중앙 예산의 지원과 재정 불균형 해소 방안을 통한 지역 복지 재원 마련 방안을 냈지만 쟁점화 되지 않고 대안으로 비쳐지지 못했다”면서 “누가 더 시멘트 많이 바르나 식의 개발 공약만 어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승하 최고위원은 “서울 지역의 경우 뉴타운 공약과 관련 우리 당 후보자들도 헷갈리면서 뉴타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데 주저했다”면서 “대안 정책은 없고 무분별한 개발, 불균형 개발 반대가 우리당의 현재”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회찬 의원은 이와 관련 “개발이익이 서민에게 돌아가는 것은 전무하고 성장이 고용을 창출 않는 내부 구조적 문제가 있다”면서 “너무 절충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수출이 역대 최고로 잘되고 성장이 연 4%대인데 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내수시장 침체로 구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면서 “구매력을 높이는 것은 임금 인상으로는 해결 안되고 결국에는 복지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선거경험 없는 아마추어 조직의 아마추어 전술

    이외에도 선거준비나 조직, 선거전술 등에서 미비점들이 광범위하게 지적됐다. 김기수 최고위원은 “선거까지 세 달 중에 선대위 구성에 두 달을 소요했다”면서 “지도부의 위기인식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용대 정책위 의장은 “후보들은 작년부터 준비했는데 중앙 선거조직이 가동이 안 되고 지역과 연계가 늦었다”면서 “미리 준비되고 조직이 잘 가동됐으면 아쉬운 낙선들을 건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병기 최고위원 역시 “후보를 포함해서 각 선본들이 선거경험이 없고 미숙해서 아까운 낙선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심재옥 최고위원은 “선대본부장인 사무총장은 선거 경험이 없고, 당 대표는 후보로 내려갔고 전국 선거를 처음 치르는데 당 그런 체제를 갖추었다”면서 “또한 선거 전 당의 대대적인 인사는 이전의 선거 경험이 이어지지 못하고 단절되도록 한 합리적이지 않은 인사였다”고 비판했다. 최순영 의원은 의원단의 전국 순회 지원과 관련 “진보정당이 바람을 타서는 안된다”면서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니고 악수를 했지만 성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일상적 지역 결합과 서민경제 정책 연구 필요

    “이미 4당으로 밀려 있는 조건에서 향후 대선으로 가는 우리의 정치적 입지를 대단히 심각하게 봐야 한다. 총선, 재보선, 지방선거에서 10~15%대로 고착돼 덫에 걸린 듯한 지지율, 대선에서 3당 지위 만들지 못하고 밀려났을 때 갖는 정치적 상황, 향후 총선에서 실제로 지역의 당선자를 낼 수 있느냐… 심각한 위기감을 주는 상황이다.”

    문성현 대표는 선거 평가에 대한 난상토론 결과 현재 민주노동당의 상황을 ‘위기’로 정리하고 향후 당의 근본적인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참석자들은 민주노동당의 향후 과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일상적인 지역사업, 서민주체들의 결합이 우선적으로 강조됐으며 서민경제 대안 정책 마련과 정치제도 개혁의 필요성이 제시됐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심상정 의원은 “이제 뒤돌아서야 한다”면서 “우리 당이 취하는 정책을 구체화하면서 지역에서 서민주체들과의 결합력을 높여나가고 중앙당이 일상적으로 지원하는 정치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기수 최고위원은 “지역구에서 의석 내는 문제에 대해 고민해야하지만, 준비해야 하지만 일정기간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총선에서 의석 확보 통해 당이 성장할 것이라고 보기도 쉽지 않다”면서 “밑으로부터 조직적으로 다음 지방선거의 성장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은진 최고위원은 “민주노동당이 과제의 문제해결이 능력이 있는가”를 묻고 “지역활동에서 끊임 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해서 지역정치를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회찬 의원은 “지난 2년의 활동에 대한 평가와 이를 토대로 한 개선방안이 마련돼야 하며 이는 오늘 하루로 끝낼 수 없다”며 그럼에도 “시간 많이 없다”고 말했다. 노의원은 “야박하게 말하면 6개월 밖에 없고 이후에는 대선 후보를 정하는 선거 정치로 들어간다”며, 특히 “당의 혁신안이 시스템적 접근이 많은데 당의 핵심 활동 의제를 어떻게 설정하느냐, 서민을 위해 뭘 했느냐가 혁신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의원은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대안 정당으로서 실험대에 오른다”면서 “실제 서민경제 발전의 종합적인 마스터 플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50년 동안 성장 학습 효과를 체득한 국민들에게 실용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실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서민경제 프로그램 마련은 민주노동당의 집권을 위한 자기 전략 준비”라는 주장이다.

    민주노동당은 이날 평가를 토대로 이후 지역의 평가, 선거 이후 여론조사 결과 등을 반영해 종합적인 선거 평가를 내릴 계획이다. 또한 오는 12일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모두 참석하는 출마자 대회를 열어 이번 지방선거를 평가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등 경험을 모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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