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종인과 정덕구를 봉합해야 하는 김근태
    By
        2006년 06월 07일 08:19 오후

    Print Friendly

    열린우리당 내에는 지방선거 참패를 보는 상반된 시각이 있다. 이른바 ‘개혁과잉론’과 ‘개혁과소론’이다. 전자는 개혁의 과잉을, 후자는 불철저한 개혁을 민심 이반의 원인으로 꼽는다.

    난국 타개의 해법도 둘은 정반대다. 한 쪽은 느슨한 개혁을, 다른 한 쪽은 개혁의 강화를 주장한다. 이는 여당 내의 해묵은 논쟁, ‘실용’과 ‘개혁’, ‘난닝구’와 ‘빽바지’ 논쟁의 재연이지만 사정은 과거에 비해 훨씬 심각하다. 당은 파산 위기에 있고 양쪽 다 죽을 고비에 처해 있다. 지금 노선과 정책 문제를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여유가 양쪽 모두에게 없어 보인다.

    김한길 대표는 7일 ‘체계적인 반성’과 ‘질서있는 환골탈태’를 주문했다. 이게 지금 여당 내 ‘개혁파’와 ‘실용파’가 합의할 수 있는 최대치로 보인다. 자중지란은 자멸이라는 것. 8인위원회에 비대위 구성 권한을 위임한 것은 이런 위기의식의 소산이다.

    비대위에 강력한 권한을 부여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는 개혁파와 실용파를 꿰매는 더욱 튼실한 봉합선을 갖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봉합선이 제대로 튼실한 역할을 해줄지는 의문이다. 당장 비대위 구성 문제가 있다. 계파별 안배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여러 계파가 참여할 경우 비대위는 내부 알력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

    설혹 튼실한 봉합선을 짓는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내부의 압력이 거세지면 봉합선은 결국 뜯겨지게 되어 있다. 지금으로는 부동산과 세제 문제가 정책적 불화의 1회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실용파로 분류되는 관료 출신의 정덕구 의원은 7일 의총에서 "이번 지방선거의 패인은 정부, 여당을 좌파정권이라고 오해하는 국민의 마음을 바꾸지 못했고, 정부와 여당이 시장을 무시하고 시장에 대해 오만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대통령의 경제정책 기조를 성역시함으로써 시장과 화합하지 못했다"며 "따라서 중도시장주의로 정치,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슷한 시각 여당 내 개혁파의 기수인 임종인 의원은 의총장 바깥에서 법인세 인하, 용산기지 이전, 전략적 유연성, 기업도시특별법, 이라크 파병, 비정규직 법안 등 현 정권이 펼친 주요 정책들이 한나라당의 그것과 얼마나 차이가 없는가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서민과 중산층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 또 자주적인 외교를 펼치는 것이 우리당의 존재 이유"라며 "새로 들어설 김근태 지도부는 한미FTA를 반대하고 평택 기지 이전 문제의 재협상을 주장해야 한다"고 했다.

    ‘개혁’과 ‘통합’은 김 최고위원의 정치적 고갱이다. 그러나 그 두 가치는 갈수록 첨예하게 서로를 밀어내고 있다. 개혁 아니면 통합, 정덕구 의원 아니면 임종인 의원이다.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면서 고건 전 총리와도 통합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마치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말이 모순된 것과 마찬가지다.

    ‘개혁’과 ‘통합’을 묶으려는 김 최고위원의 시도는 ‘개혁파’와 ‘실용파’를 힘겹게 봉합하고 있는 지금 여당의 모습을 닮았다. 그런 면에서 김 최고위원이 지금 여당을 맡는 것은 얄궂은, 그러나 적절한 역사의 간지같기도 하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