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병원, 국내의료기관
영리병원 우회진출 사실로
국내 법인이 BCC·IDEA 의 핵심실체
    2019년 01월 16일 07:1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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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허가된 제주녹지국제병원(녹지병원)에 국내 의료진과 의료기관의 우회진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정당·보건·노동·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제주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16일 이러한 사실을 복지부의 승인을 받은 사업계획서와 회의록 등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범국본은 지난 2014년 3월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해 처음 만들어졌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추진되고 있는 영리병원 개설을 막기 위해 재출범했다. 이번엔 노동조합, 보건의료단체, 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 등 99개 단체가 결집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는 의료영리화 반대를 공약했으면서도 제주도의 녹지병원 개설 허가를 묵인 방조했다”며 “2년 반 동안 활동을 멈추었던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이 문재인 정부에서 ‘제주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본’으로 재출범하게 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범국본은 영리병원 허가 철회를 위해 전국적인 지역 범국본 조직을 만들고 대대적 대국민 선전, 100만 서명운동, 제주와 서울에서의 대중집회 투쟁 등을 전개할 계획이다.

기자회견(이하 사진 및 자료는 범국본)

외국계 BCC와 IDEA에 한국 의료기관 관여 확인
핵심 관련자는 홍성범 전 BK성형외과 원장···우회투자 확인돼

녹지병원이 영리병원 허가를 받기까지 일련의 과정은 이렇다.

보건복지부는 2015년 5월, 녹지병원의 첫 번째 사업계획서를 반려했다. 주요 투자자로 녹지그룹과 함께 중국회사인 BCC와 일본회사인 IDEA가 각각 5.6%, 1.8%씩 투자하기로 한 계획이 문제가 됐다. 이 2개 회사 모두 한국 의료진과 의료기관이 핵심적으로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 특례 관한 조례에 따르면, 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심사할 때 “내국인 또는 국내법인이 우회 투자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국내법인 또는 국내 의료기관이 관여하게 되어 국내 영리법인 허용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녹지그룹은 BCC와 IDEA 투자계획을 삭제하고 녹지그룹이 100% 자본을 투자하는 사업계획서를 다시 제출, 복지부는 같은 해 12월 이 사업계획서를 승인했다. 이번엔 녹지그룹이 병원 운영 경험이 전혀 없는 부동산개발회사라는 점이 문제가 됐다.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 특례 관한 조례는 제주도에 외국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면 ‘유사사업(병원업) 경험’을 증명할 자료를 반드시 제출해야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복지부는 녹지그룹의 사업계획서를 승인하고 제주도는 영리병원 개설을 허가했다.

2015년 5월 승인이 취소된 1차 사업계획서(왼쪽) 2015년 12월 승인을 받은 2차 사업계획서(오른쪽)

실제로 범국본이 이날 공개한 복지부의 승인을 받은 사업계획서 요약본에도 BCC와 IDEA 투자계획은 전혀 포함돼있지 않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실은 녹지그룹이 병원 운영 경험이 없는 점에 대한 질의에 복지부는 지난 12월 18일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측은 중국 BCC, 일본 IDEA와의 의료기관 네트워크 업무협약 체결을 통해 이를 보완했다는 입장이었음”이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복지부가 국내 의료진이 중심으로 있는 BCC, IDEA가 녹지병원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사업계획을 승인했다는 뜻이다. 제주도 역시 이를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는 전제 하에, 녹지병원 개설 허가 자체가 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역시 직무유기 논란이 일 수 있는 지점이다.

윤소하 의원실에서 받은 복지부 답변(왼쪽) 승인 후 지난해 12월 제주 보건의료정책심의위 회의록(오른쪽)

BCC와 IDEA가 녹지병원에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해 12월 15일 제주 보건의료정책심의위 회의록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된다. 회의록을 보면 심의위 관계자는 “사업계획서 요약본안에는 사업시행자의 유사사업 경험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하나도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자 녹지그룹 측은 “녹지는 중국에서 이전에 병원사업을 한 경험이 없다. 그래서 중국 BBC랑 일본 IDEA와 MOU 맺은 걸 제출했다”고 답한다

2차 계획서 원본 일부. BCC, IDEA가 녹지그룹에 MOU 체결하고 병원 운영에 개입하는 증거

범국본이 입수한 2차 사업계획서 원본 일부에도 BCC와 IDEA의 영리병원 환자 송출과 사후관리, 즉 환자 유인알선과 사후 해외치료서비스와 연관돼 있다. ‘한국미용성형기술에 대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중국과 일본의 환자 유치를 알선할 의료기관 간 네트워크가 녹지병원 사업 운영의 핵심 내용이다.

특히 해당 문건은 1차 사업계획서에 포함됐던 내용과 전혀 다르지 않은 내용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범국본 관계자의 설명이다.

BCC, IDEA의 핵심 관련자는 홍성범 전 BK성형외과 원장으로 최대 보톡스 회사이자 ‘한국미용성형기술’을 가지고 조 단위의 기업으로 성장한 휴젤 창업자이자 전 대표다.

홍성범 원장은 중국 BCC 소속 병원 중 가장 큰 상해서울리거병원 총원장으로, 상해서울리거병원은 제주도에 영리 성형타운을 만들려던 홍성범 원장이 중국 상해에 세운 영리병원이다. 일본 IDEA도 홍성범 원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데아 의료 네크워크 중 하나인 동경미용외과는 홈페이지엔 홍성범 원장을 ‘서울리거병원의 일본대표’라고 소개하고 있다.

녹지병원 병원장으로 소개된 신문석 씨 또한 상해서울리거병원 피부과 원장으로, 서울 강남구에 있는 서울리거병원 원장으로도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범국본은 “녹지병원이 병원 사업 경험이라며 밝힌 의료기관 네트워크인 BCC와 IDEA 모두 ‘홍성범과 관련된 의료 네트워크’”라며 “결국 국내 영리병원의 꿈을 키워온 국내 의료진들과 의료기관 등의 국내 법인들이 외국자본이라는 탈을 쓴 BCC와 IDEA의 핵심 실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국내 의료진과 의료기관의 영리병원 우회진출을 금지하는 제주도 조례 15조 2항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녹지국제병원의 허가는 향후 무늬만 외국자본인 국내 (의료)자본의 영리병원 진출 교두보가 될 것”이라며 “자본만 있으면 누구든 국내 의사들과 의료기관과 손잡고 전국에 허용된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 운영 사업계획서를 내고 허가받을 수 있는 선례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범국본은 영리병원 허용의 근거가 되는 제주특별자치도법과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을 요구하는 한편,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을 승인해 준 전·현직 복지부 장관을 직무유기로 고발할 방침이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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