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육계 성폭력 문제, 수면 위로
    “내부 자정 불가능, 외부인사 감사해야”
    정용철 "지금 해결 안되면 똑같은 일 계속 벌어질 것"
        2019년 01월 10일 12: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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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트트랙 조재범 전 대표님 코치에게 오랫동안 성폭력을 당했다는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의 폭로에 이어 코치 등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밝힌 현직 선수들이 더 있는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젊은빙상인연대 자문을 맡고 있는 박지훈 변호사는 10일 오전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심석희 선수와 비슷한 형태로 다년간에 걸친 성폭력 피해를 입은 현직 선수가 총 6명 정도 된다고 밝혔다.

    피해 사실을 주장하는 6명의 선수 중 2명은 오는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성폭력 가해자들의 실명을 밝히고 형사고발을 할 예정이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성폭력 가해자들은 복수의 전직 코치들이다.

    ‘6명의 피해 선수들에 대한 가해자가 1명인가’라는 질문에 “아니다. 그렇지 않다”며, 소수 지도자들에 한정한 범죄가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

    박 변호사는 “(심석희 선수 외에 추가 피해자들의) 피해 사실을 알게 된 건 수개월 전이다. 이번 사건 전에 알게 됐으나 용기를 내기 못하고 있었다”며 “체육계가 굉장히 폐쇄적인 구조이기 때문에 함부로 문제제기를 했다간 오히려 더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심석희 선수 인터뷰가 터지기 전에도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심석희 선수의 인터뷰가 여론화가 되는 것을 보고 힘을 얻어서 (다른 피해 선수들도 자신의 문제를) 공론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박 변호사는 체육계의 자정 작용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체육계 성폭력 실태를 파악할 정부 차원의 전수조사 등 감사를 체육계 내부 인사가 아닌, 외부인사에 맡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 변호사는 “(체육계는) 수십 년간 같은 사람들이 집행부를 구성하고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감독 또는 코치 등 임원들에 비해 선수들은 굉장히 약자”라며 “그래서 (피해 사실을) 알리더라도 그것이 시정되지 않고 오히려 불이익으로 돌아오는 형태가 반복돼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섬 같은, 폐쇄적인 환경에서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선수부터 감독, 코치, 임원들까지 전부 인적으로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체육계 내부인사가 감사를 맡게 된다면 (정부 대책은)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체육계와 전혀 이해관계가 없는 외부인사가 들어가서 감사를 해야 객관성이 담보되는 감사가 될 수 있다”며 “체육계에 있는 기존 인사들로는 도저히 자정작용이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방송화면

    한편 10년 전부터 체육계 성폭력 문제의 실태를 고발해온 정용철 서강대학교 스포츠심리학과 교수는 “이런 사실이 하루 이틀 있었던 게 아닌데도 여전히 같은 일이 벌어진다고 하는 데에서 복잡한 감정이 든다”면서 “심석희 선수니까 이 정도의 파장이 되는 것이지 사실 그전에 얘기하지 못 했던, 또는 얘기를 했다가 바로 덮인 선수들의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심석희 선수가 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기적처럼 일어난 일”이라고 표현했다. 여성 선수들에 대한 성폭력 범죄에 대한 스포츠계의 폐쇄성이 얼마나 심각한지 역설한 셈이다.

    정 교수는 “평창올림픽 때 남북한 단일팀이 없었더라면 문재인 대통령이 진천선수촌을 방문했을 리도 없고, 그때 마침 심석희 선수가 전날 폭행을 당해서 (선수촌을) 이탈하지 않았다면 (성폭력 문제가) 밝혀지지 않고 그냥 넘어갔을 확률이 굉장히 높다”고 전했다.

    그는 “이를 통해서 우리나라 스포츠계에 오랫동안 있었던 성폭행의 문화를 뿌리 뽑을 수 있는 시작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10년 전부터 스포츠계 성폭력 범죄 실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다.

    정 교수는 “2010년에 전직 핸드볼 선수 8명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모두 거절을 당했다. (인터뷰 거절 이유가) ‘그때 시절(현직)을 회상하고 싶지 않다’였다”면서 “결국 설득을 해서 4명 정도와 인터뷰를 했는데 너무 충격적인 내용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에 응한 4명의 선수 중엔) 지금도 그때 코치나 감독의 나이 또래를 보면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서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선수들도 있고, 정상적으로 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때 받은 상처나 폭력, 특히 성폭력 같은 것들이 너무나도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들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특히 정 교수는 “(성폭력 사실에 관한 내용을) 학회에 발표도 했었는데, 그 논문 자체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당시 정 교수가 학회에 발표한 논문엔 코치들이 한 술자리에서 ‘나는 룸살롱에 안 가. 여자 선수 애들이 있잖아’라거나, 코치가 선수의 ‘귀에 혀를 집어넣었다’ 등의 말을 들은 전직 선수들의 증언이 담겼다.

    그는 “이 사실을 세상에 알려야겠다는 생각들을 해서 굳이 논문의 형태로 발표를 한 것인데도, 크게 달라지거나 반향이 없었다”며 “지금 전 국민적인 관심, 분노가 있는 이번 기회에도 (스포츠계 성폭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한 5년, 10년이 지나도 아마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고, 어쩌면 이런 일이 없어지는 건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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