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합의’ 파기하나
    문 대통령 취임 후 첫 방문, ‘공공 비정규직 제로’ 선언의 상징
        2018년 12월 31일 05: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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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던 인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기존 합의를 깨고 지난해 5월 12일 이후 입사자에 한정해 경쟁채용을 도입하기로 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입사했음에도, 공사 측의 합의 파기로 인해 고용불안에 놓였다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노조)는 31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후퇴 야합안 문제점 폭로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 측이 제2터미널 개항으로 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한 약 3천 명 노동자들에게 경쟁 채용을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제2터미널 안착에 중요한 역할을 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다시 1년 7개월 만에 고용불안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기자회견 모습(사진=인천공항지역지부)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26일 공사 청사 회의실에서 정일영 사장과 노동자 대표 4명이 참석해 합의안에 서명했다. 이날 합의안에 서명한 노동자 대표는 한국노총 비정규직 노조인 공공노련 인천공항노조·연합노련 인천공항운영관리노조·공공노련 인천공항보안검색노조와 정규직 노조인 한국노총 공공노련 인천국제공항노조 등으로 모두 한국노총 소속이다.

    지난해 합의에 따른 정규직 전환 대상자는 약 1만명 정도로 한국노총 소속 비정규직은 2300명 정도이고 민주노총 소속 비정규직은 4500명 정도다.

    합의안엔 비정규직 노동자 지난 해 5월 12일 이후 입사자는 경쟁채용을 통과해야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동계에 따르면, 해당 시점 이후에 입사한 규모는 최소 3천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노사는 지난해(2017년) 12월 26일 보안경비, 소방대 등 각 업무별로 일부는 공사에 직접고용하고 그 외에 공항 운영, 시스템 관리 등은 별도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하기로 했다. 경쟁채용 문제와 관련해서도 관리직 미만은 면접 및 적격심사 후 채용하고, 관리직 이상의 경우 경쟁 채용하기로 했었다. 당시 정규직 노동자들의 강한 반발이 있었지만 정규직 전환 과정의 첫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따라 노사가 한 발씩 양보해 어렵사리 마련한 합의안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2018년 신년사에서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노사 합의를 의미 있는 성과로 언급하기도 했다.

    경비보안 분야에서 일하는 30대 청년 노동자 A씨는 이날 회견에 참석해 “제가 이 곳에 들어온 지 이제 1년 반 가량이 되었다. 2시간 반을 기다리며 면접 보고 각 교육들의 이수 시간을 채우며 3번의 시험을 쳐서 들어왔는데 이제 와서 또 다시 공사 측에서는 경쟁채용으로 반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제2여객터미널 개항에 따른 채용공고를 보고 지난해 5월 중순 뉴보은이라는 업체에 합격해 인천공항 보안경비 업무를 하게 됐다. 당시 면접을 보러 온 규모만 400명에 달했다고 한다. 그는 합격 후 6월~7월까지 대기하면서 특수경비교육과 항공 경비요원 초기 교육 관련 이수시간을 채우며 시험과 교육을 받았다. 이런 준비과정을 거쳐 일해 온 그에게 노사 합의 미명 하에 경쟁채용을 또 다시 강제하고 있는 셈이다.

    노동계는 공사 측의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합의 파기로 인해 사회적 합의 자체가 무력화될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인천공항지역지부는 “2017년 합의 당시 1만 명 노동자들 설득이 어려웠지만 당시 합의가 지켜질 것이라는 전제하에 합의할 수 있었다”면서 “당시 합의가 훼손된다는 것은 앞으로 있을 어떤 합의도 지켜지리란 보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호 신뢰가 없다면 사장 교체 등 사람이 바뀔 때마다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지부는 이번 합의안에 서명하지 않고 합의 파기에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지부는 “이번 야합안을 인정할 수 없다. 2017년 합의에 기반해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이 추진되어야 한다”며 “인천공항을 정규직 전환 상징 사업장으로 바라본 정부가 이번 사태의 엄중함을 즉각 인식하고, 인천공항공사와 어용노조가 정부 지침을 왜곡·강행한 이번 사태에 대해서 정부가 즉각 개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지부는 1만 명 정규직 전환 대상 노동자들에게 이번 강행 안, 공사와 어용노조 행태를 폭로하고 이번 합의안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 방식으로 진행되도록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정규직 전환 방식을 압박하는 투쟁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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