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는 왜 손석희 질문에 버벅대기만 했을까
    2006년 06월 01일 10:3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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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 미학에는 ‘숭고’ 개념이 있다. 숭고함의 개념에서 주체는 자연의 압도적인 힘을 공포로 체험하면서 자신이 무화되는 것을 느낀다. 숭고함은 오성의 카테고리를 분쇄한다. 칸트는 파도가 치솟는 대양 앞에 선 인간을 예로 들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최고위원 ⓒ연합뉴스

성난 민심의 파도 앞에 선 여당의 현재 모습이 이와 같다. 여당 사람들은 지금 두려움과 공포에 질려 있다. 저마다 ‘무섭다’와 ‘두렵다’를 연발하고 있다. 마치 이성이 ‘분쇄’되어 버린 것 같다. 지금 여당에는 ‘어떻게’가 없다. ‘어떻게’를 대체하는 건 ‘진심으로’다. ‘무섭다’, ‘두렵다’와 같은 범주다. 여당은 지금 패닉상태에 빠져 있다.

김근태 의원은 논리에 강하기로 정평이 났다. 그런 김 의원도 1일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휘청대는 모습을 보였다. 김 의원은 손석희 진행자가 던진 20여개 질문  대부분의 답변을 ‘반성’, ‘진심’, ‘진정성’ 같은 어휘로 채웠다.

‘지도부 총사퇴’와 ‘비대위 구성’ 등 선거 패배의 책임을 묻는 방법에 대해 김 의원은 "국민 앞에 반성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반성하고 책임지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김 의원은 "구체적인 생각은 없지만 진심으로 그런 생각을 갖고 국민들께 머리 숙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 진정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말고 방법이 없다"고 반복했다.

정동영 의장 사퇴 이후 의장 대행 역할이 맡겨진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도,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될 경우 강금실 전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을 때도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그만 둬야죠."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그러나 맡지 않겠다는 말을  확실히 하지는 않았다. 김근태 의원의 말에 묻어있는 진정성을 의심할 생각은 없지만, 5.31 이후 정동영 의장과 함께 자신의 거취도 관심사로 떠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걸 십분 고려한 반응이라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그는 정계개편에 대해서도, 민주당과의 합당설에 대해서도, 고건 전 총리와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이 엄청난 사태 앞에서 정계개편을 얘기하는 건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국민들에게 비춰질 수 있다"며 "지금 이런 얘기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급기야 손석희 진행자가 "지금 제가 김근태 의원에게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군요"라고 물었고, "지금 이 상황 앞에서 뭐라 말할 수 있는 용기가 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선거 패배가 확실해진 31일 오후 다른 여당 의원들의 반응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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