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 카카오 카풀 중단"
    10만 국회 앞 택시 집회
        2018년 12월 20일 05: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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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택시 노동자들이 20일 일제히 일손을 놓고 분신해 사망한 택시기사 고 최우기 씨를 추모하고 “불법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4개 택시 단체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 30만 택시종사자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전국에서 모인 10만 여명(주최 측 추산)의 택시노동자들은 ‘불법 자가용 카풀 근절하라’, ‘불법 카풀 비호하는 청와대는 각성하라’, ‘택시 생존권 보장하라’, ‘불법 카풀 허용하는 여객법 개정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대회엔 더불어민주당 카풀·택시TF 위원장인 전현희 의원을 비롯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택시업계생존권보장TF 위원장 임이자 의원 등 당 지도부가 총출동했고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김경진 의원 등도 참석했다.

    택시노동자들은 결의문에서 “문재인 정부와 국회가 택시업계의 절박한 외침을 외면하는 사이 택시기사인 최우기 씨가 국회 앞에서 분신 사망하는 참담한 일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국회와 정부는 일체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카풀앱은 분명 여객법으로 규정한 카풀 취지와는 거리가 먼 상업적 목적을 위한 불법 행위”라며 “벼랑 끝에 놓인 택시 현실 속에서 또 다시 서민택시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대기업 카카오의 카풀앱 영업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불법 카풀영업은 택시 가족의 생존뿐 아니라 공공운송질서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며 “우리 택시 종사자들은 택시이용 승객들의 불편 사항이었던 승차거부와 부당요금징수 등 불친절행위 근절을 위한 자정노력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4개 택시 단체들은 정부여당이 카풀 서비스 도입의 대안으로 제시한 택시기사 전면월급제, 사납금 폐지 등의 대책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박권수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은 “정부와 국회는 실현 가능성 없는 해결책과 회유책으로 백만 택시 가족들을 분열시키고 있다. 정부와 청와대, 국회는 국민들에게 부담으로 여겨지는 이런 대책들로 택시 노동자들을 집단 이기주의의 결정체로 만드는 일을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조합연합회 회장은 “여당은 월급제 등 케케묵은 정치인의 말장난을 하고 있다”며 “카풀 자가용 영업이 허용되면 택시는 그 날로 소멸”이라고 우려했다.

    박복규 회장은 또한 “오늘 이 자리는 열흘 전 최우기 동지가 몸에 기름을 붓고 죽어간 자리다. 얼마나 뜨거웠고 얼마나 아팠고 얼마나 가기 싫었겠나. 그런데도 지금 국회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며 “거대 기업을 앞세워 영세하고 가난한 택시를 짓밟는 현 정부는 각성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택시 종사자 생존권 결의대회(사진=유하라)

    소상공인, 노동자의 생존권은 외면한 채 대기업 지원에만 몰두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에도 비판이 쏟아졌다.

    강신표 택시노조연맹 위원장은 “은산분리로 카카오 지원하더니 이번엔 택시기사 밥줄까지 빼앗는 거대기업 카카오를 문재인 정부는 아직도 비호하고 있다”며 “택시기사들에겐 교통법규 어기면 과태료 다 날리면서 연 1조원 버는 카카오의 불법 카풀 영업은 왜 합법화하려고 하나. 이것은 거대 기업에 대한 문재인 정권의 특혜”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은 이명박 정권보다도 더한 정권”이라며 “말로는 재벌 해체 한다더니 재벌을 만들어주는 이 작태, 문재인 대통령은 진짜 나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구수영 민주택시노조연맹 위원장은 “국회 앞에서 택시 노동자가 분신을 했다. 이렇게 사회적 갈등 벌어지고 있음에도 정부도, 청와대도 손을 놓고 있다. 이 문제를 조속한 시일 내에 마무리하지 않으면 이보다 더 큰, 많은 운수노동자들이 저항할 것”이라며 “정부와 청와대는 왜 택시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구수영 위원장은 “택시 4개 단체가 모인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투쟁 종료 선언이 있을 때까지 택시노동자 생존권 사수를 위해 힘차게 싸우자”고 외쳤다.

    양대노총 지도부도 이날 대회에 참석해 발언을 이어갔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공유경제라는 이름으로 카카오의 배를 불리는 정책은 공유경제가 아니다”라며 “정부는 카풀을 허용할 것이 아니라 바로 택시 동지들의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 정부는 1년 8개월 동안 택시 노동자는 스스로 자기 몸에 기름을 끼얹어야 했고, (파인텍 노동자들은) 75미터 철탑 위로 올라갔고, 24살 비정규직 노동자는 자신의 몸이 절단된 채 4시간이나 방치됐다”며 “노동존중을 얘기하는 문재인 정권의 진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윤택근 부위원장은 “택시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은 문재인 대통령이 스스로 한 약속이었다. 그 약속을 지키라”고 말했다.

    이날 4개 단체 소속 택시 노동자들은 상징의식으로 최우기 씨의 장례식을 진행한 후 마표대교를 거쳐 공덕동 로터리까지 행진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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