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인텍 고공농성 403일
    "인간의 임계점 넘어섰다"
        2018년 12월 19일 03: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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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전탑과 광고탑, 굴뚝, 크레인 위로 올라가 싸웠던 과거 고공 농성자들이 스타플렉스(파인텍)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한상균 민주노총 전 위원장, 이정훈 유성기업 영동지회장, 박성호 한진중공업지회 전 지회장, 최병승 현대자동차 비정규직투쟁 고공농성자, 장연의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전 연대팀장 등은 19일 오전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모인 노동계 인사들은 “인간이 버틸 수 있는 임계점을 이미 넘어섰다”며 “하루라도 빨리 이 잔인한 시간을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과거 고공농성을 했던 이들 뒤로 보이는 75m 높이의 굴뚝엔 파인텍 노동자 박준호·홍기탁 씨가 농성 중이다. 두 노동자는 지난해 11월 12일 굴뚝에 올라 이날로 403일째 굴뚝농성 중이다. 차광호 파인텍지회 지회장도 이날로 10일째 단식 중이다.

    이들은 “우리 고공 농성자들은 홍기탁, 박준호가 408일을 굴뚝 위에서 맞이하지 않기를 절박한 마음으로 호소한다”며 “지금이라도 당장 스타플렉스 김세권 대표가 교섭에 나서서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모습(사진=유하라)

    파인텍 노동자들의 굴뚝농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차광호 지회장은 408일간 구미 스타케미칼 공장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벌였고, 당시 김세권 대표와 노사 합의를 이뤘지만 회사 측은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이에 홍기탁·박준호 두 노동자가 다시 굴뚝 위에 올랐다.

    한상균 민주노총 전 위원장은 “2017년 겨울, 감옥에서 파인텍 동지들이 굴뚝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다. 벌써 해가 바뀌고 다시 겨울이 와서 저는 이제 땅 밑에서 하늘 위의 감옥에 있는 동지들을 걱정하고 있다. 이제 그들이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굴뚝에서 내려올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은 “두 노동자의 소박한 요구는 김세권 대표가 약속만 지키면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측이 노사합의를 파기하고 다시 노동자들을 ‘굴뚝 위 감옥’에 몰아넣은 현 상황을 방조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고공 농성자들은 “파인텍 굴뚝농성이 408일을 향해 치닫는 이 비상한 상황을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인내의 임계점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굴뚝농성과 단식의 즉각적인 해결을 위해 문재인 정부는 김세권 스타플렉스 자본에 대한 처벌을 명확히 하고 사태 해결에 즉각 나서라”고 촉구했다.

    한 위원장은 “노사합의를 회사가 지키지 않아 두 노동자들이 고공농성 최장기 기록을 코앞에 두고 있는데 이 정부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 이 상황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 위원장은 “이 정부가 공약대로 파견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고 동일노동·동일임금 하는 것까지는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소한 노조탄압 등 부당노동행위를 하는 것만큼은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노동이 존중 받는 나라’ 말로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이제는 문재인 정부가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훈 지회장은 “유성기업 노조파괴 문제로 국회에 8년째 방문했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에 ‘힘이 없어서 해결을 못한다’더니 집권여당이 되고나니 ‘문재인 정부가 피해가 될까봐 못 한다’고 한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라며 “노동자가 400일이 넘도록 굴뚝 위에 있는 이 상황이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노동존중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지회장은 “정부는 2018년 연말이 가기 전까지 파인텍 사태를 해결해서 두 노동자가 굴뚝에서 내려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인텍지회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파인텍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굴뚝농성 중인 홍기탁 노동자는 전화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무수한 노동악법을 쏟아내고 있지만, 싸울 수 있는 유일한 조직된 단체인 민주노총은 보이지 않는다. 민주노총이 원망스럽고 지금은 더욱 더 그 마음이 크다”며 “노동자들이 떳떳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투쟁말곤 없다. 지금부터라도 총파업 깃발을 들지 않으면 노동자, 민중의 삶 파탄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파인텍 두 노동자는 노조조차 할 수 없는 절대 다수의 노동자들의 소망을 안고 굴뚝 위에 올라갔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노총이 이 문제를 받아 안고, 늦어도 올해가 가기 전인 29일 쯤엔 대규모 대중 집회로 문재인 정부의 결단을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노동계 인사들은 오는 29일 굴뚝농성장 앞 전국노동자대회 개최, 희망버스 등을 제안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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