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5당 원내대표 15일 합의,
    민주-자유당, 잉크도 마르기 전에 발뺌
    거대 양당 정개특위 간사의 '연동형 비례제' 재뿌리기
        2018년 12월 17일 01:1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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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5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제도 개혁안에 지난 15일 합의를 이뤘으나, 완전한 합의까지 앞으로의 험난한 길을 예고하듯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내에선 벌써부터 합의 파기에 가까운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원내대표들은 15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10% 이내로 의원정수를 확대하는 방안 등도 공감을 이뤄내고 향후 각 당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합의에 따르기로 했다. 특히 여야는 이 같은 내용의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을 1월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하기로 했다.

    이러한 합의에 따라 열흘 간 단식농성을 이어온 바른미래당 손학규·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이날로 단식중단을 선언했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의 14일 모임

    거대양당, 합의 도출 바로 다음 날 다시 ‘원점’으로
    민주당 “1월 국회 처리는 졸속”
    자유한국당 “연동형 비례제는 특정 정파의 무리한 주장”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선 어렵사리 합의를 이뤄낸 바로 다음날부터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는 발언들이 나왔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양당 간사들이 법안 처리 시점은 물론, 연동형 비례제 자체를 부정한 것이다.

    김종민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는 16일 페이스북에 “12월까지 정개특위 합의안을 만들자는 얘기는 가능하지도 않고, 옳지도 않다”며 “졸속합의를 하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 간사는 “정개특위 논의는 형식적으로 10여일 안에 해치우고 여야 정치협상으로 바로 가자는 주장인데, 정개특위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발상”이라며 “그러려면 정개특위 가동할 거 없이 여야 지도부들로만 정치협상회의를 열어서 논의하는 게 맞다”고 했다.

    여야5당 합의 이전에 민주당의 ‘정개특위 선 논의’ 주장을 또 다시 끄집어낸 것이다. 야3당은 정개특위 위원들이 선거제도에 관한 결정권한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각 정당이 큰 틀에서 합의한 후 정개특위 논의와 정치협상이 병행돼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김 간사는 “대표 간 정치협상만으로 선거제도 개혁은 불가능하다. 3김 시대나 가능한 낡은 발상”이라고도 했다.

    정유섭 정개특위 자유한국당 간사는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검토하는 합의내용 자체를 부정했다.

    정 간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마치 연동형 비례제가 합의된 것처럼 보도하여 사실과 다른 보도”라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로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제도”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이러한 합의를 한 이유에 대해 “손학규 대표와 이정미 대표의 단식 중단과 건강 회복을 위해 불가피하게 양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간사는 의원정수 확대와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 연동형 비례제 도입 반대는 물론, 비례대표 의석 확대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비례 늘리고 국회의원 늘려서 선거 전략적으로 자기 정파에 유리한 선거제도를 만들려는 특정 정파의 무리한 주장”이라며 “절대 국민들의 동의를 구할 수 없다. 이 제도는 특정 정파가 국민의 이익이 아닌 자기들 이익을 위해 들고 나온 제도”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나경원 “문 대통령이 의원내각제 수용한다면 연동형 비례제 논의 활발해질 것”

    나경원 원내대표도 ‘연동형 비례제에 합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정부여당에서 의원내각제를 중심으로 한 권력구조 개편안에 동의한다는 전제로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17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일부 정치권에서 마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라 심각한 유감을 표시한다”면서 “국민 공감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해서도, 의원정수 확대에 대해서도 동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야5당의 합의 사항을 전면 부정하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권력구조 개편을 얻어내기 위해 연동형 비례제를 협상카드로 쓰려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여야 5당은 합의문에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 개정과 동시에 곧바로 권력 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논의를 시작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요구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중앙선관위안을 기본으로 여야가 합의한다면 지지하겠다’고 한 말을 언급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이 부분(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대해서 지지를 하려면 권력 구조에 대해서도 같이 말씀하는 것이 합당하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에 대한 지지 의사만을 표시하는 것은 한 마디로 이중대 정당을 만들어서 제왕적 대통령제에 있어서 야당의 견제를 무력화하는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원 포인트 개헌을 한다면 의원내각제를 받아들일 것인지, 내각제적 요소를 도입할 것인지에 대해서 명백히 표시해 줘야 할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의사 표시를 한다면 앞으로 정치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비롯한 선거구제 개편에 관한 논의가 좀 더 활발해질 수 있다”고 압박했다.

    하루 만에 말 바꾼 거대양당에
    정의당 “5당 합의는 단식에 대한 정치적 책임 회피하려는 꼼수였나”

    단식중단 후 업무에 복귀한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월 임시국회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김종민 간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정미 대표는 이날 오전 상무위회의에서 “1월 선거법 처리, 4월 선거구 획정을 위해서는 ‘12월 합의’가 필수”라며 “이에 대해 공약 이행의 핵심 당사자인 집권정당의 특위 간사가 ‘3김 시대’를 운운하며 재를 뿌리는 발언을 내놓은 것에 대해 아연실색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을 겨냥해 “지난 한 달여 동안의 파국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자각한다면, 특위 간사는 자신의 견해가 아니라 어렵게 형성된 5당 합의에 기초한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도 이날 오전 국회 브리핑에서 “5당 원내대표의 합의문의 권위가 거대양당 정개특위 간사들에 의해 휴지조각이 될 수 있느냐”며 “하루 만의 거대양당 말 바꾸기는 이정미 대표와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의 열흘 간의 단식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얄팍한 꼼수”라고 질타했다.

    특히 “‘졸속합의’ ‘3김 시대’ 운운하며 합의문에 어깃장을 놓는 민주당 김종민 정개특위 간사의 발언은 대통령의 공약이행을 거부하는 자칫 대통령 항명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도 했다.

    정 대변인은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더 이상 딴 소리 늘어놓지 말아야 한다”며 “만일 이번 시기마저 놓쳐버린다면 그 정치적 책임은 온전히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관영 “개인 독단의 합의 아냐…합의문 훼손 발언 삼가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합의’라는 명확한 문구가 아닌,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 정도의 모호한 문구가 향후 논란의 불씨가 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에서 추후에 “검토해보니 불가능하다”고 발을 빼더라도 합의 파기라며 정치적 책임을 묻기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양당이 여야 5당의 합의를 부정하는 것에 대해 ”(여야5당 합의는) 개인이 독단적으로 한 게 아니다”라며 “합의문의 취지를 지나치게 훼손하는 발언은 삼가 달라”고 반박했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 일부 의원도 (선거제도 개혁이) ‘밥그릇 싸움’이라고 했는데 이것은 지나치게 정치개혁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자, 선거제도 개혁을 하지 말자는 하나의 핑계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발언은 좀 자제를 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12월 내 정개특위 합의는 불가능하다’는 김종민 간사의 주장에 대해선 “참으로 유감”이라며 “정개특위 논의가 지지부진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두 당의 대표가 단식에 이르게 된 것도 민주당 지도부가 정치적 결단을 미루고 오락가락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부분에 대해 부끄러워해야 하고, 그동안 적극적인 노력을 그동안 못했다면 12월에 최대한 합의안을 도출해보도록 노력하겠다고 하는 것이 책임 있는 여당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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