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제도·정치 바꾸면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다"
    7개 정당과 정치개혁행동, 연동형 비례제 도입 촉구 여의도 불꽃집회
        2018년 12월 16일 01:06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원내외 7개 정당과 정치개혁공동행동이 15일 정치개혁을 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는 ‘여의도 불꽃집회’를 개최했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민중당, 노동당, 녹색당, 우리미래당과 570대 단체가 모인 정치개혁공동행동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지금 당장 정치개혁,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라는 슬로건으로 불꽃집회를 열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집회 개최 직전에 연동형 비례제 도입과 의원정수 확대 등을 합의했다. 거대양당에 ‘연동형 비례제 결단’을 촉구하며 이날로 단식 10일차에 접어든 바른미래당 손학규·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단식농성을 중단하기로 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촉구 집회 모습(이하 사진은 곽노충)

    집회 첫 발언자로 나선 이는 손학규 대표였다. 70대 고령의 나이에 열흘간 단식을 했음에도 손 대표의 목소리는 집회 현장을 가득 메웠다. 집회 참가자들은 손 대표를 향해 함성과 박수가 쏟아냈다.

    손 대표는 “우리는 오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쟁취했다. 하지만 결코 이긴 것이 아니다. 열흘 동안 단식을 해서 어렵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얻어냈지만 투쟁은 지금부터”라고 강조했다.

    손 대표와 함께 단식을 이어온 이정미 대표는 “시민사회 대표자분들과 당원들의 응원에 힘입어 일단 고비 하나를 넘겼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어.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법률로 못 박힐 때까지 우리의 싸움은 중단할 수 없다”고 “정개특위에서 합의안이 나오고 1월 임시국회에서 가결될 때까지 야3당과 시민사회단체, 제정당이 합심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도 “역사의 문이 30년 만에 조금 열렸다”면서 “역사상 처음인 원내 3당의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정치연대, 정책연대, 공동행동연대를 굳건히 이어가면 선거제도 개혁이 종점에 이를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거대양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진일보한 입장으로 돌아서기까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안팎으로 노력을 기울여온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도 이날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심 위원장은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사망사고를 언급하며 “국회는 사건이 터질 때만 냄비 끓듯이 온갖 법안과 대책 내놓는다. 몇 해 전 내놓은 법안들이 심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국회 서랍에 처박혀있다”며 “국민이 절박할 때 절박해 할 줄 아는 국회, 국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국회 함께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심 위원장은 “선거제도를 바꾸고 정치를 바꾸면 내 삶,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다”며 “정치개혁 위원장으로서 여러분과 함께 기필코 선거제도 바꾸고 내 삶을 바꾸는 대한민국 이뤄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밖에서 선거제도 개혁 운동을 벌여온 원외정당 대표들도 연달아 무대에 올라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통한 정치개혁으로 “내 삶을 바꿔내자”고 입을 모았다.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24살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는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을 저주한다’고 말했다. 수많은 이들이 그런 마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고통, 어려움을 국가는 해결하지 않고 정치인은 말뿐이라 변화가 없었다. 이번에 정치개혁이 되지 않으면 그 고통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선거제도로 인해 정치적으로 소외돼온 여성·장애·노동계 단체 대표자들도 “우리의 권리를 대변하는 정치를 만들자”고 한 목소리를 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의 권리를 대변하는 정치세력은 없었다”며 “정치는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농락하고, 삶의 모든 영역에서 배제, 분리, 거부하는 차별의 칼 휘두르며 우리 사회를 비장애인 중심으로 구축하고 유지하는 폭력 저질러 왔다”고 비판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장애등급제가 31년 만에 단계적으로 폐지되기로 했지만 정부는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 또한 장애인의 생존권보단 자신의 지역구 예산이 우선이었다”며 “죽은 정치를 살려야 우리의 삶이 달라진다. 장애인 권리 대변할 수 있는 정치를 통해 부모가 그 자식을 죽여야 하는 새상을 막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여성 20만이 지난 1년 간 거리에서 한국 사회의 성차별과 성폭행의 근본적인 변화 외쳤다. 미투 관련 법제도 통과를 요구했지만 국회는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이는 여성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국회의원 없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여성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선거제도를 원한다. 대표성 확대를 위한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반드시 이뤄내자”고 말했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도 “태안화력에서 또 비정규직 노동자가 죽었다”며 “국회는 그 죽음을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며 “지난 8월 민주당 의원이 태안화력에 방문했고 ‘죽음의 외주화’를 막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적어도 이번 사고와 관련해 국회는 공범”이라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이 정치로는 국민의 삶을 지키기 못한다.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며 “선거제도를 바꿔 죽음의 컨베이어 벨트를 허물어 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여야5당이 합의한 의원정수 확대와 관련해 향후 논의를 통해 보다 진전된 내용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야5당은 현행 300석에서 330석까지 의원 수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에 합의했다.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성소수자 인권 보호, 비정규직의 안전과 생명, 장애인등급제 철폐, 이러한 구호가 현실이 되는 것. 이것이 선거제도 개혁을 해야 한다는 가장 큰 이유이자 목표”라며 “그러려면 의원 수가 (여야5당이 합의한 330석보다) 더 많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 안동에서 온 한 시민은 자신이 살고 지역을 자유한국당이 수십 년간 독점해왔다면서 “더 이상 지역을 독점하고 소수세력을 무시하는 정치는 안 된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합의문 부족한 부분이 많다. (정치개혁을 위해) 의원정수는 360석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수정당의 진입을 가로막아온 국회의 높은 장벽도 이제는 허물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모든 제3의 도전세력을 제도적으로 봉쇄해놓고 평생 1등, 2등을 번갈아하는 양당의 독과점 체제를 이제는 바꿔야한다”며 “양당 독과점 체제 하에서 정권을 빼앗긴 정당은 그날로부터 결사항전으로 상대 당의 발목을 잡아 실패하도록 만든다. 이런 소모적인 대결 정치로는 우리의 민생도, 그 어떤 정권도 성공할 수 없다”고 짚었다.

    나도원 노동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선 20대 초반의 청년은 국회의원 후보로 나올 수 없고, 40대는 대통령 후보로도 나올 수 없다. 3% 이상의 지지를 얻는 정당만이 비례대표 의석을 얻을 수 있다”며 “(원내정당들은 이날 합의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달라. (그래서) 청년들과 소수정당이 함께 정치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정의당 당원들의 사전집회 모습

    한편 이날 촛불집회 개최 전 여야3당은 당원들에게 합의사항을 보고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19대 국회부터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요구해왔던 정의당은 오후 2시 산업은행 옆 의사당대로에서 사전대회를 열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사전대회에서 “농성장에 앉아 있는 동안 가장 힘든 싸움은 배고픔도 추위도 아니었다. ‘양당이 그거 받겠나’하는 회의주의와 선거제도 개혁의 중요성을 폄하하는 발언들이었다”며 “저는 정의당을 창당한 그 순간부터 대한민국에 공정한 선거제도를 만들어서 국회에 다 담지 못했던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단 하루도 정치개혁 투쟁에 소홀함이 없었던 당원들을 믿고 모든 회의주의와 패배주의를 물리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이제 산 하나를 넘었다. 정치개특위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구체적 법률안을 만들 때까지 손 놓고 있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1년 반 전에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이 정의당에 입당해서 저를 찾아왔었다. ‘대표님, 이제 우리도 죽지 않고 일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이렇게 이야기했던 이들이 희망고문에 시달리다, 결국 24살의 꽃다운 노동자가 우리 곁을 떠났다. 그 사람들 대변하기 위한 국회, 정의당 힘으로 꼭 그런 국회 만들자”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