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성기업 임원 폭력사건
    노조 “우발적 폭력, 유감”
    “잔혹하고 불법적인 8년간 사측의 노조파괴에 대해서도 보도해달라”
        2018년 11월 29일 04:28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조합원들의 한 번의 폭력행위가 이토록 엄청난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면, 지난 8년에 걸쳐 자행된 유성기업 경영진의 잔혹했던 불법적 노조파괴 행위 진실도 함께 보도해달라”

    8년간 노조파괴로 고통받아온 유성기업 노조(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가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과의 직접교섭을 요구하며 45일간 벌여온 농성을 정리하기로 했다. 회사 측 간부에 대한 일부 조합원들의 폭행 사건 이후 보수언론·정당의 전방위적인 공세에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노조는 폭력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했고, 지난 8년간 회사의 노조파괴엔 침묵했던 일부 언론에 “공정한 보도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는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있는 유성기업 서울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발적 폭력사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유성기업지회는 이 같은 사태가 다시는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고 판단하며 당사자의 빠른 쾌유를 빈다”고 밝혔다.

    노조의 기자회견(사진=노동전선 페이스북)

    노조는 노조파괴 문제와 관련해 유시영 회장과의 직접교섭을 요구하며 지난달 15일부터 유성기업 서울사무소에서 점거농성을 했다. 그러나 45일간 이뤄진 교섭은 유현석 사장과의 상견례를 포함해 단 2번이었다. 유 회장과의 직접교섭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 22일 유성기업 아산공장에서 조합원 여러 명이 교섭의 사측 대표인 김 모 상무이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보수언론들은 일제히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자유한국당은 유성기업 노조에 대해 ‘귀족노조 넘어 조폭노조’라고 힐난했다.

    노조는 폭력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는 주장에 공감한다고 사과했다. 다만 일부 조합원들이 우발적으로 저지른 폭행 문제를 사전 계획 하에 벌어진 것처럼 왜곡 보도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참담하다”고 밝혔다.

    노동계 등에 따르면, 김 모 상무이사는 유성기업 노조파괴를 벌인 책임 관리자로 조합원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은 인물이다. 이 때문에 김 상무이사는 평소 간부 전용 통로를 이용해 이동하는 등 조합원들이 있는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김 상무이사는 폭력 사태가 벌어진 이날, 평소와 달리 조합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폭력 사태에 연루된 조합원들 역시 그때서야 김 상무이사가 아산공장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에 몇몇 조합원들은 면담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충돌하면서 우발적인 폭행이 벌어졌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노조는 조합원들이 1시간 동안 김 상무이사를 집단 폭행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 역시 “사실과 다르다”며 “경찰에서도 폭행은 2~3분이라고 밝히고 있고, 실제 폭력 상황은 1~2분 만에 종료됐다”고 반박했다.

    폭력이 정당화될 순 없지만, 회사가 노골적으로 노조를 무시하는 태도를 일관하면서 조합원들의 분노를 샀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노조가 40여일 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는 친기업 노조와는 수차례 교섭을 벌이면서도 노조와는 단 한차례의 교섭 자리를 마련하는 것 외엔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는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은 ‘노조파괴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40여일 째 파업을 벌이고 있었으나 제대로 교섭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회사가 제3노조와는 수차례에 걸친 집중교섭을 통해 노사합의에 이르렀다”며 “회사의 금속노조에 대한 차별이 가해지는 데 분노했고, 가학적 노무관리와 노조파괴의 책임 관리자인 김 상무이사를 보자 흥분해 불행한 사태가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8년에 걸친 노조파괴 사태가 끝나지 않고 지속되면서 조합원들의 정신건강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가학적 노무관리로 인해 동료까지 잃게 되면서 그 책임자 및 회사 경영진에 대한 조합원들의 분노가 높아져 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관계자도 “조합원들의 분노가 40여일 농성이나 그날 하루에 대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8년간 노조파괴를 당해온 것에 대한 분노가 분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1차 하청업체인 유성기업에서 벌어진 노조파괴는 노조파괴 전문컨설팅업체인 창조컨설팅과 유성기업, 원청인 현대차가 결탁한 사건이다. 창조컨설팅이 작성한 ‘노조파괴 시나리오’ 하에서 유성기업은 노조의 파업을 유도하고 이후 공격적 직장폐쇄 단행, 용역깡패 투입, 어용노조 설립, 회사의 일방적 단체협약 해지, 집단해고·징계, 작업장 내 몰래카메라 설치, 조합원에 대한 상습적인 고소·고발 등 지난 8년 내내 이 같은 가학적 노무관리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 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다수의 조합원들은 여전히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면서도 노조는 “(조합원의 폭행사태에) 대한 책임은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에 있으며 상응하는 책임을 지겠다”며 “더 이상 불미스러운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이에 유성기업지회는 오늘(29일) 서울사무소 농성을 마무리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여전히 노사간 교섭을 통해 노조파괴 사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며 “이번 사건을 빌미로 사태 해결을 외면한 채 탄압을 지속한다면 유성기업지회는 유성기업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투쟁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