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채용’으로 포장된
    잡월드 정규직들의 ‘갑질’
    노사정 대화도 막아서는 행태까지
        2018년 11월 27일 07: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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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년간 함께 했던 사람들이 최소한의 과정을 거쳐 일하는 방식이 전환채용이고, 전환채용도 공정채용이다. 오히려 공공기관의 설립 목적과 공공성 강화를 책임져야 하는 기관의 임원 자리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이 공정하지 않은 것이고, 정규직 갑질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현실이 공정하지 않은 것이다. 56명의 정규직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16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집단단식과 해고로 내모는 것이 공정하지 않은 것이다.”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잡월드의 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사 교섭을 물리력까지 동원해 막아서며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고 있다. 정규직들은 ‘공정채용’이라는 명분으로 비정규직들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고 있지만, 이면엔 비정규직은 기존 정규직과 ‘같은 급’이 될 수 없다는 식의 기득권 횡포가 깔려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오후 1시경, 고용노동부와 한국잡월드, 한국잡월드분회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간 노사정 교섭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건물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지난 10일부터 강사직군 비정규 노동자들이 집단단식에 돌입하면서 노사정이 모여 어떻게든 쟁점을 좁혀 나가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노사정 교섭을 막은 건 다름 아닌 잡월드 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잡월드 정규직 20여명은 노사정 교섭에 들어가려는 노경란 잡월드 이사장의 출입을 저지하기 위해 경사노위 건물 입구를 막아섰다. 노동계 등에 따르면, 정규직 노동자들은 공정채용과 이날 교섭에서 직접고용 방식의 정규직 전환 합의를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내달 1일 있을 자회사 공개 채용절차에 응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회사 방식은 또 다른 비정규직 양산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경사노위 밖의 모습(사진=노동과세계)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자회사 채용절차에 응시하라는 정규직들의 요구는) 공개채용 과정에서 조합원들을 걸러 내겠다는 말”이라며 “노조가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주장을 내걸어 140여명 전원을 해고하겠다는 말과 같다”고 비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소속한 잡월드분회 조합원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제기해왔다.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휴게 공간까지 잡월드 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사용할 수 있는 범위를 구분해놓고 있다.

    예컨대 정규직 노동자가 사용하는 휴게공간에 비치된 6개의 휴게의자 가격은 730여만 원이다. 개당 122만 원정도 되는 셈이다. 이 고가의 의지가 비치된 휴게실은 정규직 사원증이 있어야만 출입이 가능하다. 사실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출입을 금한 것이다. 잡월드 전체 직원 390명 중 정규직 노동자는 관리자 급인 56명이다.

    노조는 “일상이 ‘양반과 상놈은 겸상 금지’ 수준으로 한 공간에서 일해 왔던 잡월드이기에 직접고용 반대가 이상하지도 않다”고 토로했다.

    정규직들만 들어갈 수 있는 휴게실의 고급 의자

    120만원대의 가격표가 붙어 있다.

    이러한 비정규직 차별 문화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증폭돼 나타났다.

    노조는 “잡월드는 이사장과 본부장 공석인 상황에서 3급 팀장들이 주도해 전환방식을 자회사로 결정했다. 노사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할 때도, 전환방식을 결정할 때도, 채용절차와 일정을 결정할 때도 당사자들의 의견을 묻는 민주적 절차는 없었다”며 “정규직이라는 무소불위의 힘으로 일방 통보해왔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인 잡월드분회는 지난 10월 19일부터 전면파업을 벌이며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규직 노동자들은 ‘강사직군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식의 태도를 보여 온 것으로 전해진다. 박영희 잡월드분회 분회장은 <레디앙>과 인터뷰에서 노사전협의체에서도 정규직 노조 측은 “비정규직과 정규직과 문화적 차이가 있다”며 직접고용에 반대했다고 말한 바 있다.

    노조는 “사태 해결을 위해 노사가 만나자 정규직 직원들은 이번엔 ‘공정채용’을 운운한다”며 “하지만 당사자들이 동의하지 않는 자회사를 만들어 이익을 얻는 자는 누구인지 되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밥그릇 사수’를 위해 비정규직의 직고용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잡월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날로 집단 단식농성 7일차를 맞았다. 전면 파업에 돌입한 지는 40일, 청와대 앞 찬 바닥에 농성장을 마련한 지는 벌써 35일째다. 이날 오후 열린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위한 2차 노사정교섭은 저녁까지 진행 중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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