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동형 비례제' 가로막는 민주당,
    야3당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해야”
    2015년 문재인 대표 시절 민주당 당론화, 대선 공약
        2018년 11월 27일 02:04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더불어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공약 후퇴 논란이 일고 있다. 바른미래·민주평화·정의당은 일제히 반발하며,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의 불비례성이 큰 현행 선거제도 개혁의 방안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공약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을 촉구하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의가 본격화됨에 따라 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으라는 야당들의 압박을 받아왔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당론이기는 했지만 민주당은 그간 이 제도 도입에 소극적이었다. 거대 양당의 기득권 유지 도구가 된 현행 병립형 비례대표제의 불비례성을 해소하기 위해 연동형 비례재표제를 도입할 경우 의석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 때문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당초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긍정적이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평양에 방문했을 당시에도 민주당에 불리하긴 하지만 정치개혁을 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민주당의 당론이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니라 ‘권역별 비례대표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전국적으로 통합해 작성하지 않고 서울권, 경기권 등 권역별로 나눠서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만드는 것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연동형과 현행의 병립형 방식으로 나뉘는데,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연동형을 당론으로 정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수차례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가 맞지 않는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설파해왔고 문재인 대통령 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 바도 있다.

    야당과 시민사회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

    권역별 비례제는 연동형 도입 아니라는 민주당
    정동영 “역사의식 없는 여당”
    이정미 “연동형이 당론 아니다? 내 귀를 의심”

    야3당 지도부들은 민주당이 정치적 유불리 때문에 말 바꾸기를 하며 선거제도 개혁의 발목을 잡는 것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27일 오전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9월 19일 저녁 대동강 능라도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역사적인 연설을 한 날, 호텔에서 이정미·이해찬 대표와 셋이 평양소주를 한 잔하면서 ‘남북관계 대전환 속에서 국내정치도 대전환을 만들어 보자’고 했다. 그때 이해찬 대표가 ‘선거제도 바꾸면 우리(민주당)가 의석을 많이 손해 본다. 하지만 한국사회 개혁을 위해서 하자’고 말했고 평양 합의라는 것을 했다”며 “그런데 이제 와서 당내에서 반발이 있고 계산해보니까 좀 손해 본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역사의식이 없는 여당”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 대표는 “여당이 (다음 총선에서) 지역구에서 싹쓸이할 텐데 그러면서 지지율만큼 의석수를 다 채우니까 비례대표는 한 석도 못 가진다고 (반대하는데) 이건 아주 궁색한 논리”라며 “이 정부를 탄생시켜준 국민의 뜻을 망각한 것이고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당론이 아니라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선 “2015년 2월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의원 뽑는 제도를 바꾸라고 국회에 안을 제출했다.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중앙위원회를 소집해서 당론으로 못 박았고, 그 뒤에 대통령 선거 공약이었고, 당선됐을 때는 국정개혁 중점과제였다. 여야 5당 대표를 초청해서는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발언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연동형 비례제는 쉬운 말로 하면 ‘죽은 표 살려내기 운동’”이라며 “세계적으로 투명도와 행복도가 높은 덴마크, 스웨덴, 스위스, 네덜란드, 노르웨이 이런 나라들은 순수 비례대표제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해서 한 표의 사표도 없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지난 70년 동안 정치적폐 속에 살아왔다고 볼 수 있다. (현행 선거제도는) 최고의 시대적 적폐”라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주당의 입장 번복에 대해 “제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질타했다.

    이정미 대표는 “2015년부터 더불어민주당은 일관되게 선거제도가 개혁돼야 한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로 바뀌어야 한다고 이야기 해왔다”며 “그런데 얼마 전에 자당의 이야기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니라, 권역별 비례대표제였다라고 하면서 기존의 의견을 번복하는 발언이 나왔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당론인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선관위 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선관위가 국회에 제안한 권역별 비례제는 연동형 적용을 핵심으로 한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뜻한 게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 “중앙선관위 안도 연동형을 하되 권역별로 하라는 안이었고 민주당이 그것을 자신의 당론으로 이제까지 주장을 해 왔다. 그런데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연동형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말 바꾸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역별 비례제는) 슈퍼에서 쌀을 10kg을 사는데 이걸 비닐봉지에 담을 거냐, 종이 봉지에 담을 거냐를 논의하는 건데, 지금 민주당에서 얘기하는 것은 쌀이 아니라 보리 10kg를 사기로 했다고 하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정의당은 연동형으로 추진하되 이것을 전국명부로 하자고 했고 민주당은 6개 권역을 나눠서 거기에서 연동형으로 추진하자고 했다. (권역이든 전국이든) 중요한 것은 연동형이라고 하는 기본적인 취지”라고 강조했다.

    문재인의 신념, 노무현의 숙원과제
    기득권 유지 위해 선거제도 개혁 걷어차는 민주당
    야3당 “문 대통령이 결단 내려야”

    야3당과 시민사회가 쏘아올린 정치개혁의 신호탄이 민주당에 의해 좌초될 위기에 놓이자 야3당은 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선거제도 개혁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숙원과제이기도 했다.

    바른미래·민주평화·정의당 대표와 원내대표들은 지난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대통령과 5당 대표의 담판회동을 긴급히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비례성이 낮은 선거제도로 자신들의 지지도보다 더 많은 의석수를 가지려는 욕심이 개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민주당이 국민에게 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개혁 약속을 더 이상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해찬 대표가 책임 있는 답변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동영 대표는 27일 이날에도 문 대통령이 이 대표를 직접 설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문재인 대통령의 철학이라면 대통령이 이해찬 대표 불러서 ‘역사를 보고 정치하자’고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G20 정상회의 끝나고 돌아오면 문재인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서 포기하든지 아니면 개혁하든지, 둘 중에 하나 지금 좌우당간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정미 대표 또한 “대통령은 5당 대표들 만나는 자리마다 틈만 나면 어쨌든 선거 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얘기했고 대선 공약도 분명히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근거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 대표는 “집권 여당 대표가 말을 슬쩍 바꾸기를 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여당 대표 한 말은 잘못된 얘기’라고 하기 곤혹스러운 점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면서 “그래서 5당 대표와 대통령이 한자리에 앉는 자리가 조만간 저는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하고 그 자리에서 또 이 문제를 깊이 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