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 열차 첫 승객 DJ 아니라 김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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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5월 25일 11: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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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경의·동해선 열차 시험 운행을 24시간 앞두고 전격 취소했다. 북한은 철도성 국장 명의의 전통문에서 남한 내부의 비정상적 상태와 남북 당국 사이에 군사적 보장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을 이유로 시험 운행을 취소한다고 밝히고 있다.

    당혹스런 통지…무기한 연기될 듯

    일각에선 ‘분위기가 조성될 때까지 시간을 두고 북남 열차 시험운행을 기다릴 것’이라는 전통문의 표현에 기대를 가지고 있으나, 구체적인 시한을 표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취소에 가까운 ‘무기한 연기’일 것으로 보인다.

       
     
    ▲24일 북측의 경의선, 동해선 열차 시범운행 취소 통보로 당초 25일 경기도 파주시 문산역에서 출발할 예정이었던 경의선 열차가 우두커니 역내에 멈춰서 있다./우영식/지방 2006.5.24 (파주=연합뉴스)
     

    북한의 열차 시험 운행 취소에 대해서 일부에서는 군부 강경파의 득세와 김정일 리더십의 위기를 거론하거나 남북 관계 전반에 대한 악영향을 우려하는 것 같다. 또한 김대중 전대통령의 방북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관측도 대두하고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북한의 열차 시험 운행 취소가 단기적으로 정세에 큰 파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DJ의 방북 역시 열차 편은 현실적으로 힘들어졌지만 방북 일정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남한 정부 내에서의 대북 정책의 피로도가 상당히 쌓일 수밖에 없다는 점, 남북 협상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하될 것이라는 점, 대북 지원 등에 관한 국민 정서가 악화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한의 선택은 남북관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남, 지원 명분을 달라 vs 북, 지원 먼저

    그렇다면 북한이 이미 합의된 일정과 내용을 번복하면서까지 이를 취소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열차 시험 운행의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남한이 적극적인 대북 접근 의사를 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남한이 대북 지원 및 협력을 어느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가, 그리고 남한의 대북 지원 및 협력의 규모와 범위가 얼마인가 하는 것에 대해 북한은 만족할 만한 답을 얻지 못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원칙 있는 양보를 거론하며 물질적․제도적 지원을 하겠다고 하였고, 이종석 장관도 ‘명분을 주면 지원한다’고 거들었다. ‘투명한’ 대북정책을 내세우는 노무현 정부로서는 어느 정도 구체화된 계획과 제안을 현실화하기 위해선 북한이 양보를 하거나 명분을 주는 모습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싸늘하였다. 북한은 ‘규모와 범위를 제시하면 명분을 주겠다’고 밝힌 셈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2004년 10월, 2005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열차 시험 운행 합의를 파기하였다. 앞으로도 구체적인 대북 지원 및 대북 협력의 규모와 범위가 제시되지 않는 한 열차 시험 운행은 여전히 북한의 대남 카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남북연결 열차는 김정일 위원장 답방용?

    남북 철도 연결은 남북한의 혈맥을 잇는 민족적 사업인데, 북한에서는 남한 이상으로 그 의미를 평가하고 있다. 94년 당시 김일성 주석은 남북 정상회담이 합의되자 열차를 통해 서울을 방문하려고 한 적이 있었다. 황장엽 전 북한 로동당 비서는 김일성 주석이 얼마나 서울 열차 방문을 원했는가를 증언하고 있다.

    그리고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후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 열차를 타고 서울로 가는 것으로 민족의 혈맥을 잇고자 했다고 선전한 바 있다. 여전히 김일성 주석의 유훈 통치를 받고 있는 북한으로선, 김일성 주석이 생전에 하지 못한 일을 김대중 전대통령이 대신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을 일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 때문에 일각에서는 북한이 대가를 원해서가 아니라, 차후에 있을 수도 있는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용으로 남겨두기 위해서 시험 운행을 취소했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김정일 위원장이 서울을 열차로 답방할 가능성에 대해선 과거 여러 차례 거론된 바 있으며, 그 이유 때문에 북한이 김대중 전대통령의 열차 방북에 반대하는 것은 익히 예견된 일이었다.

    그러나 이를 열차 시험운행 취소의 이유로 지적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열차 시험 운행이 이뤄지더라도, 열차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며 김정일 위원장은 ‘누구’보다도 먼저 열차를 이용하여 서울을 방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부의 반발?

    이번 열차 시험운행 취소에 대해서 군부의 반발 때문이라는 분석들이 많다. 사실 통일전선부와 내각의 대남관계에 적극적인 입장과 군부의 대남관계에 소극적인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는 분석들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창건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한군 간부들이 열병식을 사열하고 있다.//북한/ 2005.10.11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특히 지난 5월 18일 끝난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북한은 서해 해상경계선 문제를 논의하자고 하면서 열차 시험운행에 대한 군사 안전보장조치를 논의하자는 남한의 제안을 거부한 바 있다. 또한 북한 군부는 지속적으로 비무장지대(DMZ) 및 군사분계선(MDL)에 대한 관할권을 고집하고 있다.

    이는 이른바 ‘선군정치’ 시대에 북한 군부의 위상이 강력하며, 군부가 남북관계의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미 개성까지 열어놓은 상황에서 열차 방북에 대한 군사보장조치는 사소한 문제라는 점, 김정일 위원장이 대남정책을 총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군부의 반발을 지나치게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북한은 군부의 반발이라는 모양새를 통해 ‘안보’와 ‘실리’의 균형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역으로 남한에게 포괄적인 대북 지원과 대북 지원에 대한 국민 동의 획득이라는 풀기 어려운 딜레마를 제공한 셈이다.

    북한은 적어도 현시점에서 먼저 양보를 하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셈이고, 그 속에는 남한 정부에 대한 신뢰 부족이 담겨있다. 남한 정부가 이를 어떻게 채워나가면서 대북 접근을 할 것인가에 귀추가 주목된다.

    대미 장기전으로 들어간 북한과 남한의 과제

    6자 회담 교착 상태가 벌써 6개월을 넘어서고 있으며, 북한과 미국의 장외 대립은 달라지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김대중 전대통령이 방북을 서두르고,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거론하는 것은 늦었지만 다행인 일이다.

    한반도 핵문제의 가장 큰 피해자라 할 수 있는 남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교착 상태를 해소할 전기를 마련하고, 남북협력을 가속화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하지만 열차 시험 운행 취소를 둘러싸고 엇갈린 남북한의 입장은 불안한 전망을 주고 있다.

    남한의 적극적인 기대와는 달리 북한은 남한의 지원으로 북한의 경제상황을 호전시키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북한이 핵 문제 해결이 장기화될 것에 대비하여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렇듯 남한 정부는 미국으로부터의 압력과 북한의 양보 불가라는 두 개의 전선에 끼여 있다. 노무현 정부가 언젠가는 대북 제재에 동참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제기되는 것도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압력 때문이다. 아직까지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또한 최근 정부는 6자 회담의 장기화에 대비하여 남북경제협력과 군사적 신뢰조치의 구축을 제기하며 나서고 있다. 하지만 남한 정부가 어떻게 북한의 경직된 태도를 변화시킬 것인가, 그리고 이를 토대로 어떻게 핵 문제의 해결이라는 선순환의 고리를 형성할 것인가에 따라 한국 정부의 선택 폭 역시 제약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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