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의 정략적 선거제도 셈법
    ···연동형 반대, 절충형 모색, 권역별 꺼내기
        2018년 11월 24일 10:4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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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야3당은 집권여당이 비례성과 대표성 확대라는 선거제도 개혁의 대전제를 흔들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한편, 정치개혁공동행동은 내달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편 방안은 ‘절충형 비례대표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개특위가 비례성과 대표성 확대를 전제로 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유력한 선거제도 개혁 방안 중 하나로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제동을 건 셈이라 향후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절충형 비례대표제는 현행 비례형 비례대표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혼합한 것으로, 현재 47석에 그치는 비례대표 의석수를 100석 가량으로 늘려 이중 절반은 연동형으로 운영하고 나머지는 비례형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당초 민주당 내에선 현행 선거제도보다 불비례성을 더 강화하는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가 거론되기도 했다.

    민주당 내 이런 기류는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제안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주당 지도부도 정개특위 논의가 본격화되자마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부정적 입장을 잇달아 피력해왔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16일 문희상 국회의장 공관에서 열린 ‘의장-여야 5당 대표 부부 동반 만찬’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현재 지지율로 볼 때 민주당이 지역구 의석을 다수 확보해 비례(대표)의석을 얻기 어렵다”며 “(그렇게 되면) 비례의석을 통해 직능대표나 전문가들을 영입할 기회를 민주당이 갖기 어려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해찬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대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언론과 야3당은 민주당이 정치적 유불리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과 20대 총선 공약을 뒤집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지난 21일 국회 브리핑을 내고 “일부 언론이 기사와 사설 등을 통해 더불어민주당과 이해찬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대한다고 보도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우리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당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주장했다”며 “이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야당의 주장을 100%로 수용하느냐, 아니냐를 가지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대한다고 말하는 것은 전혀 사실과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이해찬 대표는 23일 선거제도 개편에 관한 구체적 방안이 없다고까지 말했다.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반대하는 것은 공약 파기라는 야3당과 시민사회의 비판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민주당)가 다수당이니 모든 것을 확보하는데 비해 소수당은 그러지 못한 점이 있기 때문에 양보하겠다는 것”이라며 “소수정당에 100% 비례대표로 몰아준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공약한 것은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라며 “연동형이라는 것은 연계한다는 것이지 독자적인 법칙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어떻게 (정당득표율과 비례대표를) 어떻게 연계시킬까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아직 없다”며 “소수당이 정당득표는 어느정도 나오는데 지역구 선거에서 낙선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비례성이 약화돼 있어 그런 부분을 보정하는 방향으로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있다”고도 했다.

    야3당들은 일제히 민주당을 비판하고 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레디앙>과 통화에서 “정개특위 시작 한 달 만에 비례성과 대표성 확보라는 선거제도 개혁의 대전제를 뒤흔드는 것”이라며 “촛불의 힘으로 집권한 당에서 자당의 유불리를 따지는 것은 선거제도 개혁을 아예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대변인은 ‘소수정당에 양보할 수 있다’는 이 대표의 간담회 발언을 겨냥해 “국민 주권이 왜곡되는 선거제도를 바로잡는 것은 여당이 먼저 나서서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이걸 양보 희생으로 얘기하는 건 비겁한 일”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정의당은 반드시 어떤 선거제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지지율에 맞게 의석수를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절충형 비례대표제는 비례성을 100%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도 이날 오전 최고위원·국회의원·상임고문 연석회의에서 “국회의원 몇석 더 얻으려고 당리당략으로 (선거제도 개혁에) 반대하는 것은 좁쌀 정치, 하수정치”라고 민주당을 맹비판했다.

    정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표일 때 당론으로 만들었고 대선 후보 때 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약속했다”면서 “(이제와 연동형 비례제에 반대하는) 이 기막힌 이중정치에 대해서 문재인 대통령이 분명하게 말씀을 해줘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까지도 함께한 여야정 협의체 합의 내용을 민주당이 마음대로 바꾸고 다른 얘기를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직접 강조하고 동의했고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한 연동형 비례제에 대해 민주당은 여당으로서 반드시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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