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직속기구 대표 "DJ 발언 답답하다"
        2006년 05월 24일 03: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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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묘한 시점에 미묘한 발언이 또 터져 나왔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동북아시대위원회 이수훈 위원장(장관급)이 주인공이다. 그는 24일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나와 "(이번 방북에서) 부당하게 분단된 민족을 어떻게 통일하는가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얘기할 것"이라는 김 전 대통령의 전날 발언에 대해 "답답하다"고 했다. 또 "DJ 방북은 정부와 무관하다"며 "정부로서는 별로 기대하는 바가 없다"고도 했다.

    여당 의원, "DJ 발끝만도 못한 주제에"

    이는 김 전 대통령의 방북에 많은 기대를 나타냈던 노무현 대통령의 몽골 발언과는 사뭇 다른 톤이다. 여당 의원들은 발끈했다. 한 소장파 의원은 "동북아시대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의 발끝에도 못미치는 인물"이라며 "그가 뭐라 언급하건 전혀 중요하게 생각 안 한다"고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수훈 동북아시대위원장, 노무현 대통령, 윤광웅 국방장관(왼쪽부터)(서울=연합뉴스)
     

    이수훈 청와대 동북아시대위원장은 24일 오전 KBS1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해 "(김 전 대통령이) 개인 자격이라고 얘기는 하지만 통일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는데, 어떤 역할을 해야 된다고 보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 얘기를 들어보면 참 답답하다"며 "현재 준비가 너무 번잡하게 되는 것 아닌가하는 그런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번잡하다는 건 어떤 말씀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통일 방안을 논의하겠다, 정상회담을 하겠다, 이런 여러 가지 너무 큰 기대, 목표 이런 것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에 초점이 뭔지도 저는 잘 모르겠다"며 "DJ 방북은 정부와 무관하게 간다"고 했다. 그 말 끝에 "저희 정부로서는 별로 기대하는 바가 없다"고도 했다.

    DJ 입장, 우리 정부하고는 전혀 다르다

    사회자의 "노무현 대통령은 이번에 잘 되면 한번 후속을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잘되면 좋겠죠. 잘 안되기를 바라겠습니까?"고 반문한 뒤 그러나 "지금 말씀하신대로 통일방안을 논의하겠다. 저희 정부의 생각하고는 전혀 다릅니다"고 다시 한 번 선을 그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재차 확인한 후 "6자회담을 복귀하게 하는 이런 기대는 지금 하고 있죠"라고 DJ의 역할에 대한 기대 수준을 드러냈다. 이 위원장이 이처럼 선을 긋고 나온 것은 김 전 대통령의 방북 문제를 연방제 통일방안과 연결짓는 정치권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일부에서 김 전 대통령의 통일 논의를 연방제에 대한 논의로 몰아붙이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혹여 통일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오가더라도 남북 정부간의 공식 논의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북한문제전문가인 최성 의원도 비슷한 해석을 내놨다.

    이런 의도에도 불구하고 이 위원장의 이날 발언에 대한 여당 내 반발이 거세다.

    임종석 의원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은 국민의 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하는 것"이라며 "김 전 대통령은 그냥 개인이 아니라 ‘특별한’ 개인의 자격으로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 논의를 연방제 논의로 몰아붙이는 국내 세력 염두에 둔 발언

       
      ⓒ연합뉴스

    이어 "김 전 대통령은 6.15 남북공동선언 2항의 연장선에서 통일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라며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6.15 남북합의문 2항은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는 또 "노대통령도 몽골에서 2차 정상회담을 희망한다고 했고 김 전대통령의 방북에 대해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고 되묻고 "직분에 맞는 언급을 하라"고 비판했다. "대한민국과 현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통일문제에 있어 동북아시대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의 발끝에도 못미치는 인물"이라며 "동북아위원장이 뭐라 언급하건 전혀 중요하게 생각 안 한다"고 강하게 성토하기도 했다.

    최재천 의원도 "특사로 위임받은 것은 아니니까 철저히 개인자격으로 가는 것은 맞다"면서도 "개인의 자격으로 얼마든지 통일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통일방안에 대한 논의 자체를 금기시하는 것은 ‘반통일적’"이라고 했다.

    동북아위원장은 직분에 맡는 말을 하라

    최성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은 한반도 화해 협력 방안에 대한 포괄적 구상을 밝히고 논의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연방제 등 구체적인 통일 형태의 문제로 몰아가는 건 백해무익하고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며 "동북아시대 위원장의 발언 역시 이 같은 잘못된 전제에 입각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개인의 생각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다른 한 편에서는 이 위원장의 발언을 옹호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우상호 대변인은 "김 전 대통령의 역할은 6자회담에 나오도록 북한을 설득하는 것, 또 남북간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구체적인 통일방안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고 했다.

    이어 "남북간 교착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것도 통일의 한 과정이라는 점에서 이번 방북에서 김 전 대통령이 논의할 의제들이 ‘광의의 통일 방안’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흔히 말하는 구체적 통일방안은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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