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왜 노사정 대화 참여를 거부했나
By tathata
    2006년 05월 23일 10: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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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노사관계 로드맵을 논의하는 노사정대표자회의의 참여를 거부한 배경에는 노사정위원회라는 대화틀 자체에 대한 불신과 직접 겪어본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강한 불신감이 함께 자리잡고 있다.

전자의 경우 정부나 자본은 본질적으로 한 편이라는 점과 이같은 틀에서 노사정 대화는 궁극적으로 노조운동을 체제 내 포섭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내에서 이같은 입장이 다수는 아니지만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근원적 불신은 직접 표출되는 경우는 드물고 후자의 불신감을 표출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지난해 노사정위원회에서 진행된 비정규법안 논의 또한 민주노총에게 노사정 대화기구에 불신감을 더하기에 충분했다. 노사정이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음에도, 정부는 일방적으로 국회에 입법안을 상정해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강행처리 했다. 이를 두고 민주노총 쪽은 합의기구가 정부의 들러리 역할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불신이 싹트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민주노총 안에서 다양한 형태의 노사정, 노정 대화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런 요구가 민주노총의 방침으로 채택되지 못한 것은 불신 문제 이외에, 노사정위위원회 또는 사회적 합의를 바라보는 근본적 시각차 때문이기도 하다. 또 정부와 자본의 대노조 강경책이 민주노총 내부의 ‘대화론자’들의 입지를 약화시킨데 따른 것이기도 하다. 

이와함께 민주노총 내부의 ‘의견 그룹’ 사이에 이 문제를 둘러싼 상호 불신 또한 적지 않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수면 위나 공론장에서는 쉽게 드러나지 않지만, 현정권에 대한 입장과 태도 나아가서 한국노총과의 공조 문제 등을 놓고 이들 사이에 의견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조항은 못 얻어낸다”

노사정 대화 자체가 노동진영에 실익을 가져다 줄 수 없다는 ‘실용적 판단’도 있다. 이우봉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파업권을 가진 상황에서 벌이는 기업별 교섭과 파업이 불법으로 규정된 채 봉쇄된 상황에서 벌이는 대정부 교섭은 확연한 차이를 가진다”며 “사회적 합의기구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이미 힘을 빼앗긴 채 교섭에 임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핵심요구 사항을 관철시키지 못하면서 노사정 대화에 복귀한다는 것은 고종환 서울본부장의 말처럼 “정부와 사용자에게 ‘노사정 합의’라는 면죄부만 쥐어주는 꼴이 된다”는 것도 참여반대의 근거다. 

이같은 여러가지 요인이 겹쳐지면서 민주노총은 이 문제만 나오면 한차례 홍역을 치르는 것이 관행이 되다시피했다.  

이와 함께 이번 민주노총의 결정이 조위원장의 표현대로 ‘조합원수가 많은 5개 연맹의 반대’에 따른 것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5개 연맹에 속하는 사무, 공무원, 전교조 등에 지도부가 새로 선출되면서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것은 상당기간 민주노총의 대정부, 대자본 교섭 전략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신호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 합의 저지와 민주화 방안 쟁취 동시 과제 

민주노총이 이번에 노사정 대화 불참을 결정함에 따라 민주노총은 현재 한국노총의 참여로 진행되고 있는 노사정대표자회의의 로드맵 합의안의 입법화를 저지시키는 동시에 자신들의 ‘노사관계 민주화 방안’을 쟁취하기 위한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

노사관계 로드맵은 올 하반기 노동계의 최대 쟁점으로 민주노총은 한국노총이 참여한 노사정대표자회의의 합의 국면과 정부 입법화 과정에서 최대한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또한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 3권 문제에 대해서도 새로운 전술을 고민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로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였으나, 참여가 무산됨으로써 새로운 계획을 제출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이와 함께 중집의 결정대로 투쟁을 조직화하는 것이 중요한 당면 과제가 됐다. 중집에서 지적된 바대로 조합원들 간에 로드맵에 대한 인식이 저조한 것이 현실이어서, ‘교육과 선전’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민주노총은 이번에 또 총파업을 결정했다. 실질적인 총파업을 조직하고 실천하는데 따른 지난한 어려움에 비하면 아주 쉽게 결정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민주노총이 ‘양치기 소년’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결정에 대한 책임있는 실천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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