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인근 주민들,
정부와 한수원에 이주 대책 요구
“핵발전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살게 해달라”
    2018년 11월 19일 07: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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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우리가 원하는 곳에서 살도록 해주십시오. 유별나게 좋은 곳에서 살고 싶은 게 아닙니다. 아침에 눈 떴을 때 핵발전소의 돔이 보이지 않으면 됩니다. 혹시 모를 핵발전소 사고의 위험에서 좀 더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곳이면 됩니다. 우리 자녀들의 소변에서 삼중수소가 나오지 않는 정도의 곳이면 됩니다.”

19일 청와대 앞에 모인 경주 월성원전 인접 지역 주민들은 “정부가 나서서 주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원하지 않는 방사선 피폭을 당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주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월성원전 인근 마을인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주민들은 지난 2014년 8월부터 4년 넘게 정부와 한수원에 이주 대책을 요구하며 월성원전 홍보관 앞에서 농성 중이다.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은 이날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청와대 앞 1인 시위 돌입 기자회견’을 열었다. 나아리 주민들은 이날부터 23일까지 일주일 간 청와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에 돌입한다.

월성원전 인근 주민 이주대책 요구 회견(사진=경주환경운동연합)

나아리 주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새 정부를 이끌고 18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 주민들이 품었던 희망이 시들고 있다”며 “산더미처럼 쌓인 적폐청산 때문에 핵발전소 인근 주민의 이주 문제가 잠시 늦춰졌다고 생각하며 우리를 잊지 말고 기억해 주길 바라며 청와대 앞에 섰다”고 밝혔다.

이들은 “후쿠시마 사고를 접하고, 우리 마을 사람들 소변에서 한 명도 빠짐없이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검출되고, 갑상선암 공동소송이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더 이상 핵발전소 주변에서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사를 떠날 목적으로 정들었던 고향의 집과 논밭을 내놓았으나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며 “세상 사람들에게 우리 마을은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이미 낙인 찍혀 있었다”고 말했다.

국회에도 핵발전소 인접 지역 주민 이주 대책에 관한 법안이 발의된 바 있으나, 정부는 이를 위해선 8조원의 예산이 든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들은 “핵발전소 제한구역(EAB) 기준으로 1km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의 이주에 약 1조 원이면 충분하다”며 “정부와 한수원이 주민들에게서 매입한 부동산은 자산으로 남기 때문에 사실상 큰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핵발전소 제한구역(EAB)으로 설정된 지역은 일반인 출입 및 거주를 통제하는 지역이다. 현재 제한구역은 원자로 중심 반경 1km 안쪽으로 통제하고 있다. 탈핵단체 등에선 제한구역을 5km까지 확대 설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핵발전소 인근 주민의 이주는 단순한 민원이 아니다. 잘못 설정된 핵발전소 제한구역을 바로잡는 일이다. 바로잡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면 완충구역이라도 설정해서 주민 이주의 길을 터 달라”고 거듭해서 호소했다.

그러면서 “지난 40년간 핵발전 진흥 정책을 위해서 일방적으로 인근 주민이 희생됐다. 더 이상 주민에게 희생만을 요구하지 말아 달라”며 “이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하시는 적폐청산의 일환으로 보아달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지진이 났을 때 맨 먼저 천막 농성장을 찾아와 따뜻하게 손잡아주던 대통령의 진심을 잊지 않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품었던 희망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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