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왜 민주노총 때리나
민주당·자유당의 한목소리
[기자칼럼] “많은 고민과 우려 갖고 지켜보는 건 노동자 민중들"
    2018년 11월 17일 11:2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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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민주노총에 비판적 시선을 갖고 있다.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들이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에 소극적인 것은 오랜 불만이고, 최근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민주노총 소속 정규직 노조가 있다는 것에도 경악했다. 내부 문제에 지나치게 폐쇄적으로 대응하거나, 민주노총이 선도해야 할 주요한 정책에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모습도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과거의 실패에 얽매여 현재 해야만 하는 도전을 주저하는 모습은 민주노총을 지지하는 노동자로서 무력감까지 느끼게 한다.

그럼에도 최근 민주노총을 향한 정치권 인사들의 ‘배설’과 같은 비난은 들어주기가 힘들다. 여야를 가리지도 않는다. 그제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어제는 임종석 비서실장이, 오늘은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한 팀으로 바통을 이어받듯이 민주노총을 욕한다. 민주노총을 기득권으로 규정하고 경제상황 악화의 모든 책임이 마치 민주노총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대화를 단절했기 때문인 것처럼 몰아세운다. ‘반민주노총 연대’라도 꾸린 것인지 어리둥절할 정도다.

여야 불문하고 정치권이 이처럼 민주노총을 공격하는 데엔 공통점이 있다. 그들 모두 ‘위기’에 처해있다는 점이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뜬금없이 ‘노동개혁을 위한 여야정 라운드테이블을 만들자’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자유한국당은 김병준 위원장의 페이스북 글을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따로 보내기까지 했다. 이슈화하고 싶었던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김병준 위원장 페이스북 글의 첫 문장은 “대한민국이 민주노총의 나라가 되고 있다”였다. 김 위원장은 청와대 앞에서 천막은커녕 침낭 하나에 의존해 노숙농성을 하고, 회사에 아무리 말해도 들어주지 않으니 지역구 국회의원 사무실에 가서 점거농성을 하는 것을 두고 “폭력”,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더 나아가 “기세등등한 민주노총이 이렇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며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만들 수 있는 일자리도 못 만들게 하고, 시급한 산업 구조조정까지 방해하는 지금, 바로 이 때야말로 노동개혁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적었다. 이어 “국민들께서 그 어느 때보다 민주노총의 실상을 잘 알 수 있고, 그래서 노동개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필요한 것은 단 하나, 민주노총과 단호히 결별하고 국민과 함께 개혁을 이루겠다는 대통령의 용기 있는 결단”이라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민주노총과 가깝지 않다는 것을, 아니 심지어 불편한 사이라는 것을 김병준 위원장이 모를 리 없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은 역대 선거에서 단 한 번도 민주당 계열의 정당을 지지한 적이 없고 대선 때도 문재인 당시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 그래서 여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조합원들에게 ‘문재인 찍었냐’는 유치한 질문까지 하지 않았나.

김병준 위원장은 정치권 안팎에서 종이호랑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한 지가 언젠데 인적 청산은 온데 간 데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심지어 자기 손에 피 묻히기 싫어서 영입했던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인 전원책 변호사와는 별 것도 아닌 것으로 갈등을 겪더니 결국 해임했다. 숨죽이던 친박계 의원들은 하나 둘 고개를 들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정당성을 되묻고 있고, 2월에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당겨야 한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놓인 김병준 위원장에 대해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전당대회 준비위원장으로 전락했다”고 평했고, 정두언 전 의원은 일찌감치 “종쳤다”고 결론 냈다. 그야말로 김병준의 위기인 것이다. 그런 그가 회심의 카드로 꺼내든 것이 ‘민주노총 때리기’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민주노총과 단호히 결별하길 바란다고 한다. 나는 그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보수정치에 해악을 끼치는 당내 적폐세력과 결별하길 바란다. 상인들의 오랜 요구였던 상가임대차보호법 하나 통과시키면서 건물주 세금 깎아줘야 한다는 되도 않는 ‘생떼 정치’와 결별하길 바란다. 또 그가 종이호랑이 취급을 당하며 정치권 안팎에서 당하는 개무시에 대한 창피함과 분노를 민주노총에 돌리지 말길 바란다. 민주노총 두들겨 팬다고 종이호랑이가 진짜 호랑이 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서 민주노총을 비난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최근 5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경제 불황이 피부로 느껴지는 상황에서 정부여당에 등을 돌린 여론의 절반은 경제 문제 해결 부족을 이유로 꼽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이랍시고 한 거라곤 최저임금 인상 정돈데 그 마저도 산입범위 확대로 조삼모사했다. 노동계는 “말로만 노동존중사회”라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혁신성장으로 슬그머니 선회하며 은산분리와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고 나섰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다. 보수야당들은 경제가 나쁜 게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 때문이라며 연일 매질을 하며 책임론을 부각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그 책임을 민주노총에 돌리고 있다. 경제상황이 악화된 책임을 민주노총에 돌린다는 게 아니라, 정부가 들어야 할 비판을 피하기 위해 민주노총을 총알받이로 이용하고 있다는 거다. 보수정당이 당내 위기만 생기면 북한 문제 끌고 나와 빨갱이 타령으로 국면 전환했던 것과 비슷한 전략이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와 “민주노총과 전교조가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며 “상당한 사회적 책임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기득권 세력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다. 미리 준비해온 작심 발언이라는 얘기가 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노총을 향해 책임 있는 경제주체로서 사회적 역할을 다하라며 경사노위 참여를 요구했다. 그래놓고 여야정은 양대노총이 일제히 반대하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합의했다. 민주당은 경사노위가 열흘 내로 탄력근로제 확대를 합의하지 않으면 국회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노동계 빼고 여야정 마음대로 하겠다는 말이다. 또 최근엔 “민주노총은 대화가 안 된다”고까지 했다. 아예 민주노총한테 경사노위에 들어오지 말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그래놓고 또 한 편에선 경사노위에 들어와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고 한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최근 민주노총에 대한 정부여당의 비난을 ‘폭탄 돌리기’라고 했다. “대중의 분노가 쌓여가고 있는데 누군가에겐 표출시켜야 한다. 가족오락관에 호박 폭탄을 들고 옆 사람한테 계속 넘기는 게임이 있는데, 이 폭탄이 자기한테 터지면 지는 거다. 그래서 계속 폭탄(책임)을 이런 식으로 계속 넘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1월 14일 CBS 라디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1만원, 모든 노동자에게 노조 할 권리 보장, 노동시간 단축 등의 요구들을 아주 오랫동안 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도 비슷했다. 어쩌면 민주노총의 요구를 받아 안은 것인데, 이는 문재인 정부가 민주노총과 친해서가 아니라 민주노총의 요구가 이젠 상식이 됐고 많은 노동자들의 공통적 바람이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약속했던 ILO핵심협약 비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취소,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보장,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산별교섭 보장 등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민주노총이 경사노위 참여하지 않아도 정부 의지만 있다면 다 할 수 있는 노동정책이다. 그러나 정부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래놓고 민주노총에 “사회적 책임”을 운운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경사노위 참여한다고 탄력근로제 확대 안할 것도 아니지 않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입법안 도로 무를 것도 아니지 않나. 그래놓고 경사노위엔 왜 들어오라고 하며 사회적 책임은 대체 어떻게 지라는 건가. 경제상황 악화와 첨예한 노정갈등의 책임은 무한히 정부와 여당에 있다. 정부여당은 그 책임을 경사노위 참여 지연을 꼬투리 잡아 민주노총에 돌려선 안 된다.

임종석 실장의 입을 통해 나온 청와대의 “민주노총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라는 주장에 민주노총이 왜 사회적 약자여야만 하는지, 사회적 약자가 아닌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는지, 왜 노동자는 기득권이면 안 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되묻고 싶다. 보수 세력에 의해 주사파라는 공격을 받는 사람이 이런 식의 저열한 프레임 공격을 하는 것을 보면 참, 세상 삭막하다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민주노총 그리고 대공장 정규직 상층 노동자들의 기득권 운운하며 비판할 수 있다. 그건 누가 말하면 되고, 누가 말하면 안되는 게 아니라 그런 비판의 여지와 진실이 있느냐의 문제이다. 민주노총도 스스로 돌아볼 문제이고, 외면해서는 안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말이다,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여당과는 물과 기름 같은 자유당이 유독 선택적으로 지지를 하고 있는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비롯하여 최저임금 산입범위 문제 등의 노동정책으로 가장 큰 피해와 고통을 받는 이들은 민주당-자유당 이 양당이 비판하고 저주하고 있는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들이 아니다. 그 일방적 총질의 피해를 입는 것은 노조 없는 노동자들, 저임금 장시간 노동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하청업체 노동자들과 같은 벼랑 끝에 내몰린 노동자들이다.

그래서 임종석 씨의 말 “많은 고민과 우려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는 그대로, 임종석 씨와 같은 문재인 정권의 핵심 실세들, 그리고 민주당-자유당의 기득권 정치집단에게 그대로 되돌려주고 싶다.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자유당의 행동에 대해 많은 고민과 우려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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