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편법 노동착취의 백화점
최대 통신회사 KT의 하청 노동자 현실
노조 만들면 계약해지, KT 퇴직자 밥그릇된 하청업체
    2018년 11월 16일 04: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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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노임단가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 하루 12시간 장시간 노동, 4대 보험료 횡령과 탈세, 연장·야간·연차·주휴수당과 퇴직금 미지급, 산업재해 은폐, 노동조합 불인정, 포괄임금계약서 강제 작성.

이 모든 불법 행위들이 국내 최대 통신회사인 KT와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에서 벌어지고 있다. 30년간 1년 단위 쪼개기 계약으로 일해 온 평균연령 60대 노동자들은 최근 노사교섭에서 ‘정년 60세’를 수용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너무 적은 임금과 긴 노동시간, 30년간 받아본 적 없는 수당을 달라는 노동자들의 요구에 업체는 사실상 ‘해고’로 답한 것이다.

업체의 사장, 부사장 등 관리직급들은 모두 원청 KT에서 임원을 역임했던 퇴직자들이고, 매해 변동 없이 KT와 재계약을 하고 있다. KT는 업체의 불법행위에 대해 어떤 관리·감독도 하지 않고 있다.

KT상용직지부 조합원들의 기자회견 모습(사진=곽노충)

KT 통신선로를 설치·유지·보수 작업을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무기한 전면 파업 중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KT상용직지부 대구경북지회는 파업 26일차, 강원지회는 15일차를 맞았다. 수도권 조합원들도 파업을 준비 중이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KT상용직지부 조합원들은 16일 오전 서울 중구 KT 광화문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 하청업체의 노동착취와 불법행위에 대해 원청인 KT가 관리 감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관행’이라는 이름의 ‘노동착취’

700명에 달하는 KT상용직지부 조합원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하청업체가 자기 배를 불리기 위해 저질러온 불법행위를 중단하라는 것이다.

KT 하청업체에 속해 상시적이고 지속적으로 KT 통신선로를 설치·유지·보수 작업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규모는 무려 1800여 명에 달한다. 대부분 경력 30년에 달하는 숙련직 노동자들이지만, 1년 단위로 쪼개기 계약을 하며 저임금, 하루 12시간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왔다. 법정수당인 연장·야간·주휴·연차 수당은 물론 퇴직금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고, 4대 보험 가입도 해본 적이 없다.

KT 하청업체에 속한 상용직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16만 원 정도의 임금을 받고 있다. 매년 상·하반기 대한건설협회에서 발표하는 ‘건설업 임금실태 조사보고서’의 시중노임단가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기준 통신외선공은 28만1,811원, 통신케이블공은 31만4,268원, 광케이블설치사는 32만9,592원을 받아야 한다.

KT원청도 이에 따른 시중노임단가를 기준으로 하청업체에 인건비(노무비)를 지급하고 있다. 문제는 하청업체가 노동자들의 임금을 중간에서 일부 갈취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노조에 따르면, 하청업체는 각종 수당 미지급에 대해 ‘업계 관행’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노조는 “업체들은 KT로부터 일반관리비, 이윤을 공사마다 보장받고 있으면서도, KT가 시중노임단가를 기준으로 발주한 노무비조차 일부를 갈취하고 유용하고 있다”며 “지난 30여 년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들의 임금을 챙겨 제 배만 불려왔다”고 비판했다.

하청업체들이 노동자들의 4대 보험료까지 착취해왔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KT는 공사를 발주할 때마다 4대 보험료 사용자분을 별도로 책정해 업체에 지급하고 있지만 4대 보험에 가입한 이들은 거의 없다. 업체들 대부분이 최근까지 30년간 일해 온 노동자들이 일용직이라며 4대 보험에 가입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조는 업체가 노동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4대 보험료를 업체가 “횡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노조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업체는 노조가 생긴 후 11개월짜리 기간제 근로계약 체결을 강요하거나, 1년 이상 근무해도 이보다 적게 일한 것처럼 근무 기간을 누락해 신고하고 있다고 한다. 4대 보험 가입 의무를 피하기 위해 편법까지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노조는 “고용보험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1년 근무 중 1개월 근로기간을 누락신고하고, 탈세를 위해 노동자들 소득금액을 과다하게 신고하거나 일하는 인원을 부풀려 신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신선로 설치·유지·보수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은 전신주 위나 맨홀 밑에서 일하기 때문에 업무 중 안전사고 발생 빈도가 높다. 최근 3년간 산재 사망사고는 11건에 달한다. 지난 7월엔 전주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감전 추락사했다. 이 외에도 파손 전주를 교체하던 중 전봇대가 전도해 깔리거나, 맨홀 밑에서 일하다가 차에 치어 사망한 일도 있었다.

하지만 회사에서 지급하는 안전물품은 안전모와 안전화 정도다. 그 외에 안전대 등 안전도구들은 모두 노동자들이 사비로 구입해야 한다. 안전교육이나 사고예방을 위한 사전조치는 물론, 치료비 지원과 같은 사후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

노조 만들면 계약 해지한다는 KT 원청
평균연령 60세인데 ‘정년 60세 안’ 요구하는 KT 하청

KT 통신선로를 설치·유지·보수 작업을 해온 노동자들은 KT상용직지부를 설립한 후 업체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그간 불법적으로 착취 당한 임금, 수당, 4대 보험료를 이제라도 제대로 받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섭은 업체의 해태로 파행에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KT원청은 노조가 설립된 업체에 대해 계약해지 압박을 하고 있다고 한다. 업체는 노조 설립 이후 조합원에 일감을 주지 않거나, 조합원이 있는 팀을 해체하는 방식으로 노조 탈퇴를 유도했다. 일부 업체에선 포괄임금제가 포함된 근로계약서 작성을 강요하기도 했다.

일부 지역별 공동교섭이 있긴 했지만 절충안을 찾기 위한 대화 테이블이 아니라, 업체의 일방적 통보에 가까운 교섭이었다. 업체들은 일급 16만원에서 주휴수당을 포함해 18만4000원을 최종안으로 제시했다. 더 나아가 노조에 ‘정년 60세 안’을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해당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 평균 연령이 60세다. 기존 노동자들을 대부분을 ‘해고’하는 교섭안을 노조에 받으라는 뜻이다. 노조가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자회견 후 서한을 전달하려다 가로막힌 모습(사진=유하라)

KT 퇴직자들의 밥그릇된 하청업체, 비리 백화점으로 전락
각종 불법행위에도 눈 감는 KT 원청

하청업체들의 사장, 부사장, 이사 등 관리직급들 대다수가 KT본부와 지사의 임원을 하다가 퇴직한 이들이다. 임금 유용 등 각종 불법행위에도 KT와 매해 재계약이 이뤄질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했던 것으로 읽힌다.

노조는 “이들은 로비를 통해 KT의 매해 하청업체 선정에서 변동 없이 예약을 갱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인건비, 4대 보험료 등을 업체가 갈취, 유용, 횡령하는 등 각종 불법행위를 저지를 수 있었던 데엔 KT의 책임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에 노조는 KT에 하청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등을 요구하기 위한 면담을 제안했지만 노조와 업체의 문제라며 거절했다.

황도남 KT상용직 강원지회 지회장은 “12시간 이상 죽도록 일했지만 수당 한 번 받아본 적이 없다. 일하다가 다쳐도 연차 한 번 제대로 써본 적이 없다”며 “이러한 임금 착취와 부당노동행위가 가능했던 것은 KT원청이 눈 감고 있었기 때문이다. KT원청은 더 이상 수수방관하지 말고 직접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영 공공운수노조 KT새노조 부지부장도 “KT원청은 뒤에서 숨어 업체 사장만 조정하지 말고 현장의 문제가 무엇인지, 건강한 KT를 만들기 위해 무엇부터 해결해야 하는지 교섭테이블에 나와서 노조와 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 직후 노동자들은 황창규 회장에게 KT하청업체의 불법행위를 관리감독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KT광화문 지사에 찾아갔으나 미리 배치된 경찰병력에 의해 가로 막혀 전달하지 못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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