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법 개정안 통과되나
이제는 예산 확보가 관건
일부 대학, 법 무력화 위해 교양과목 축소, 소규모 강좌 축소 등 추진
    2018년 11월 13일 04:23 오후

Print Friendly

강사법 개정안 처리를 요구하며 국회 앞 노숙농성을 했던 비정규직 교수 노동자들이 13일 국회 농성장을 정리한다. 개정안 시행을 위한 예산 확보를 위해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대학구조조정 저지와 대학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13일 오전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는 2018년 개선 강사법을 즉각 통과시키고 정부는 예산을 배정하라”고 촉구했다.

공대위 기자회견(사진=유하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전날인 12일 고등교육법 개정안인 이른바 ‘강사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 개정안은 대학 시간강사에게 법적인 교원지위와 1년 이상의 임용 계약기간을 보장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재임용 절차를 3년까지 보장하되 대학이 이를 거부할 경우 소청심사가 가능하도록 해 비정규 교수들이 부당해고 등에 대응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내용이 담긴 강사법 개정안은 지난 9월 국회, 대학, 강사 등 비정규 교수, 교육부가 모인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가 마련한 합의안이다. 이해당사자가 처음으로 뜻을 모은 최초의 합의안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졌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바른미래당 소속인 이찬열 국회 교육위원장은 이 합의안을 바탕으로 강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대학시간강사제도는 1962년 처음 만들어져 지난 55년간 교수직의 비정규직화, 교수 노동시장 분할과 배제 등을 반복했다. 이 제도로 인해 비정규직 교수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으면서 지난 2011년 이명박 정부에서 강사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강사법을 입법 발의했지만, 여야는 합의 하에 이 법안을 4차례 유예한 바 있다. 해당 안은 대학 자본과 비정규 교수 양자 모두 반대했던 안이기도 하다.

아직 입법까지는 교육위 전체회의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절차를 남겨두고 있기는 하다. 교육위 소위 내에서도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대학 측 의견을 반영해 강사법 개정안 처리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법사위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순광 비정규직교수노조 위원장은 “법사위에서 이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시행이 유예되었던 2011년 강사법이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그 법은 대학이 더 결사 반대했던 안이라, (대학 측 의견을 대변하는) 법사위 (일부 위원들도) 논리상 막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교육위는 오는 15일 전체회의를 열고 본회의 상정 여부를 결정한다.

국회 입법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강사법 개정안 실현의 관건은 예산 확보다. 지난 9월 4일부터 시작했던 국회 앞 농성장을 정리한 비정규 교수들은 이날부터 예산권을 쥐고 있는 기재부와 기재부를 설득할 수 있는 청와대를 상대로 ‘개선 강사법 예산배정 촉구’ 투쟁에 나선다.

공대위는 “개선 강사법 시행이 목전에 다가온 지금, 이제는 열쇠를 쥔 정부와 대학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무엇보다 (예산 확보를 위해) 기획재정부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 측은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에 참여해 강사법 개정안 합의를 도출해놓고도 최근 개정안 처리에 저항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본회의 의결이나 예산 배정이 늦어지면 강사법 개정안의 실질적 시행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강사법 통과가 가시화되자 일부 대학에선 졸업이수학점과 교양과목 축소, 전임교원 담당시수 급증, 사이버강좌 대폭 확대, 소규모 강좌 축소, 대단위 강좌의 과도한 확대, 폐강기준 완화, 유사과목 통합 등을 추진하고 있다.

임순광 위원장은 “대학가들은 올해 이 법안이 발의도 되기 전부터 대책회의 열고 이 법을 무력화하기 위한 각종 반교육, 반노동적 행위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최근 서울 소재의 모 대학에서 강사법 개정안 처리에 맞서 작성한 대외비 문건을 확보했다.

임 위원장은 “해당 대학은 이 문건에서 강사법이 시행되면 돈이 들고 해고가 쉽지 않으니 ‘차라리 (비정규 교수를) 쓰지 말고, (비정규 교수가 하는) 일을 모두 전임 교원이 다하거나 강좌수 자체를 대폭 줄여라’는 내용”이라며 “더 심각한 것은 쪼개기 강의도 모자라, 전임교원이 여러 강의를 맡고 토론수업이라는 미명하에 정리하고 문제풀이 하는 이런 일을 재학생이나 학부생, 수료생에게 맡기는 일까지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비싼 등록금을 내고 교원에게 양질의 수업을 듣지 못하고 학부생이 수업을 진행하는 발상을 하는 대학이 어떻게 대한민국에 존재할 수 있느냐”며 “이 문제 해결 위해 정부와 국회를 압박해서 대학이 반교육적 행위를 하지 않도록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