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의 전면 재검토 지시,
    말 많은 ‘국민연금 개혁론’의 쟁점들
    노후소득-재정안정화, 기금고갈, 적립식-부과식 등
        2018년 11월 12일 05: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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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보건복지부가 중간보고한 국민연금 개선안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보험료율 인상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김연명 교수를 청와대 사회수석으로 임명한 것 또한 국민연금을 현행 적립식이 아닌 부과식으로 전환하고 기초연금 인상 등을 통한 다층 노후소득보장체계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 개혁안의 쟁점은 지급방식, 소득대체율, 보험요율을 비롯해 노후소득보장 방식의 대전환 등으로 요약된다. 노후소득보장 방식의 전환 문제와는 별개로 국민연금 개혁만 따졌을 때, 재정안정성과 노후소득보장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둘 것인가도 이견이 갈리는 부분이다.

    방송화면 캡처

    이견 없는 국민연금 보험요율 인상

    보험요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데엔 대체로 이견이 없는 편이다. 연금 지급방식이나 소득대체율 인상 여부에 대한 견해와는 별개로 보험요율 인상은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국민연금 제도는 일반적으로 ‘저부담, 고복지’ 구조로 설계돼 있다. 말 그대로 덜 내고 더 받는 방식이라는 뜻이다. 국민연금 개혁 시기마다 기금 고갈론이 계속해서 불거지는 이유도 현재 국민연금 제도의 구조 때문이다. 인구노령화에 맞물려 현재의 저부담, 고복지 구조가 유지된다면 2057년엔 적립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거다.

    지난 2007년 국민연금 개편으로 현재 45%인 소득대체율이 2028년부터는 40%로 떨어진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렇게 소득대체율이 하락하더라도 국민연금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보험요율 인상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경영학과 교수는 12일 오전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 인터뷰에서 “현재 평균소득자 기준으로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본인이 부담하는 금액에 비해서 받는 금액이 1.8배 정도 된다. 받는 것이 부담하는 것에 비해서 너무 많은 이 불균형 구조가 해소되지 않으면 결국 2057년에 적립기금이 고갈된다.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수급 구조를 균형으로 맞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용하 교수는 “소득대체율이 40% 수준으로 낮아진다고 가정했을 때 거기에 맞는 수지균형 보험요율은 16%”라며 “보험효율을 한 번에 올릴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20년이나 30년에 걸쳐서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보험요율은 1998년부터 지금까지 9%로 고정돼있다.

    그러면서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보험요율 올리는 게 손해라고 생각을 하지만 연금제도는 공공부조와 같이 생활이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제도가 아니다. 낸 만큼 받는 것이 모든 선진국 국민연금 제도의 공통적 특징”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지금 올리는 것이 힘들다고 하더라도 결국 어느 때인가는 16%까지는 올라야 제도가 균형이 맞는다”고 부연했다.

    대표적인 소득대체율 인상론자인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도 사견을 전제로 “국민연금의 보장성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지금보다 보험료를 조금 더 부담하더라도 제대로 된 연금을 받는 게 우리가 노령사회 대비해서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한 바 있다. (8월 16일 MBC 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과 인터뷰)

    소득대체율 인상을 위해서든,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서든 보험요율 인상은 필요하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공약했는데, 그 인상안을 이번 개혁안에 포함하면 복지부의 안보다 보험요율 인상 폭은 더 커진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내만복)이 지난 9일 논평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보험료율 인상을 반대하며 복지부의 연금개혁안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것에 대해 “연금개혁을 선도해야 할 대통령이 물줄기를 거꾸로 이끄는 모양새”라고 비판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국민연금 보험요율 인상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국민연금 제도 자체를 없애라는 요구가 나올 정도로 국민연금 제도 자체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 보험요율 인상까지 결정하면 상당한 저항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민연금 제도의 ‘지속가능성’, ‘노후소득보장’ 양자 모두를 위해서라도 보험요율 인상은 필요한 ‘결단’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김용하 교수는 “우리 세대가 할 몫은 우리 세대가 해야 한다는 책무감도 부담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했고, 내만복 또한 “국민연금법이 정한 재정균형 조치이든, 대선공약 이행이든 상당한 수준의 보험료율 인상은 우리 세대가 책임져야 할 몫”이라고 강조했다.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올리되, 보험요율은 단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온 김연명 수석의 경우, 보험요율 인상 목적은 재정안정화보다 소득대체율 인상에 맞춰져 있다. 그는 국민연금 재정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보험요율을 조금만 올려도 소득대체율을 큰 폭으로 올릴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읽힌다.

    김연명 수석이 지난 8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세계적으로도 기금을 많이 쌓아놓은 나라에 해당되는 게 일본인데 일본 같은 경우도 보험료를 걷지 않고 현재 쌓아 있는 기금으로 연금을 준다고 가정하면 대략 5년치 정도 쌓아두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25년 치를 쌓아두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국제 비교를 해보면 가장 안정적 기금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그러나 김용하 교수는 “김연명 수석은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린다 하더라도 보험료는 조금만 올려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소득대체율이 올라가면 그에 상응하는 보험료 부담수준도 같이 올라야 한다”며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것 자체를 반대하지 않지만, 소득대체율을 올릴 때는 그에 상응하는 보험료 부담수준도 같이 올려야 하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국민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과식으로 전환 필요” “우리 인구현실과 맞지 않을 수도”

    보험요율 인상의 목적도 소득대체율 인상을 통한 ‘노후소득보장’과 기금고갈에 대비한 ‘재정안정화’ 두 갈래로 나뉜다. 노후소득보장과 재정안정화는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있을 때마다 충돌한다.

    ‘재정안정화’에 무게를 두는 쪽은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소득대체율을 높이면 기금이 고갈된다는 공포론을 앞세우고, ‘노후소득보장’을 강조하는 쪽은 국민연금이 재정안정화에만 치중하게 되면 노후소득보장이라는 제도의 취지 자체를 훼손한다며 기금고갈 공포에 맞선다.

    기금고갈 공포론에 맞서 김연명 수석이 주장하는 것이 지급방식을 현재의 ‘적립식’이 아닌 ‘부과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국민연금을 부과식으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김연명 교수를 청와대 사회수석으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김연명 사회수석은 “국민연금 제도는 1988년 설계할 때부터 기금 고갈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처럼 국민연금 기금을 많이 쌓아놓고 그 돈을 기반으로 해서 연금을 주는 나라는 스웨덴, 미국, 일본, 세계적으로 한 다섯 나라 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아예 연금기금 자체가 없다. 예를 들면 독일 같은 나라는 한 달 치 적립금 갖고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과식은 그해 걷은 돈을 그해에 주는 방식으로, 만약 해당 년도에 줘야 할 돈이 걷은 돈보다 많다면 부족한 돈은 세금으로 충당하게 된다.

    하지만 내만복은 “낮은 보험료율을 그대로 두고 부과 방식으로 전환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입장이다. 부과식으로 전환하더라도 보험요율 인상은 필요하다는 뜻이다.

    부과식 자체가 우리나라의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김용하 교수는 “적립금이 소진되는 2057년이 되면 자연스럽게 부과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서도 “서구 대부분 국가가 부과방식이라고 해서 우리나라도 당연히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문제는 서구 유럽 국가와 우리나라의 인구구조가 다르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이어 “서구 유럽이나 우리나라나 인구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서구 유럽은 현재 노인 인구 비율이 18%정도이고 장기적으로도 25%밖에 안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현재는 15%로 서구 유럽보다 낮지만, 2060년에 가면 41%가 넘어서는 세계 제1의 고령화 국가가 된다”며 “부과방식이라는 것은 근로세대가 그 당시의 노년세대를 부양하는 그런 구조이기 때문에 인구구조가 건전하게 유지되면 않으면 유지되기가 불가능한 제도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등 특수한 인구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서구 유럽이 하고 있는 부과방식을 따라만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의 재정안정화를 중시하는 측도 노후소득보장의 중요성을 도외시하는 것은 아니다. 노후를 국민연금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초연금 등 복합적인 사회보험이 노후를 보장하는 ‘다층적연금체계’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오건호 내만복 공동운영위원장은 지난 10월 25일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서 “국민연금 안에서 대체율을 인상해서 노후소득보장을 확보하자는 것은 국민연금 중심론이다. 또 다른 안은 국민연금 안에서 답을 찾기가 어려운 게 불가피한 현실이니 기초연금, 퇴직연금, 국민연금을 합쳐서 다층체계에서 노후소득보장을 설계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오 공동운영위원장은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하면 기초연금을 깎는 제도를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했는데 그 연계는 없애야 한다”며 “다층연금체계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각각 독립적 제도로 개편하는 걸 조건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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