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의 수직계열화
[경제산책] 성장과 경쟁력 핵심요인
    2018년 11월 12일 01:32 오후

Print Friendly

경제 관련한 ‘경제산책’ 칼럼을 시작한다. 레디앙의 필자인 남종석 선생과 부경대 경제사회연구소의 송영조 연구원이 번갈아 작성할 예정이다. 남종석 선생의 칼럼은 <양산시민신문>의 칼럼 코너에 동시에 게재한다. 많은 관심 부탁한다. <편집자>
—————-

과거 수직계열화는 현대기아차가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칭송되었다. 수직계열화란 제품 생산과 판매에 필요한 회사를 계열사로 만들어 생산·판매하는 것을 말하는데, 현대기아차의 경우 자동차 강판은 현대제철이 공급하고, 엔진, 변속기 등과 같은 주요부품은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 등이 공급한다. 이를 통해 현대기아차는 단숨에 세계 5위 규모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렇지만 최근 현대기아차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이들 계열사의 실적 역시 동반 하락하자 이에 대한 비판이 확대되고 있다. 한편으로 현대기아차의 위기로 계열사가 동반부실화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존재하고, 다른 한편으로 수직계열화 때문에 비계열 자동차 전문 부품회사가 성장할 수 없었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이런 비판은 형식적으로 보면 둘 다 타당하다. 이들 계열사들은 대부분의 매출을 현대기아차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기아차와 운명을 같이 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고, 이들 계열사가 주요 부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계열사 규모에 걸맞은 현대기아차 외부의 전문 자동차 부품회사가 성장하기 어려운 것 역시 당연하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계열사이기 때문에 압도적인 기술경쟁력을 갖지 않은 이상 다른 자동차 메이커에 주요부품을 납품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주요 부품의 경우 설계 단계에서부터 완성차 메이커와 밀접히 협력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현대기아차로 기술정보가 누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수직계열화는 현대기아차 위기의 주범인가?

우선 현대기아차의 객관적 상황을 살펴보면, 위기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현대차, 기아차의 신용등급은 S&P 기준으로 한 단계 강등되어 BBB+이고,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모비스 역시 BBB+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세계 1위 자동차 메이커 폴크스바겐의 신용등급이 BBB+이고, 포드·GM은 BBB-이다. 이 말은 적어도 현대기아차 그룹과 관련해선 위기가 과장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현대기아차의 실적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과거와 대비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미국시장에선 에어백 리콜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고, 특히 사드를 기점으로 현대기아차 실적에 치명적 영향을 준 중국 시장에서의 실적 악화는 단기간에 극복하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럼에도 2018년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1조 274억원이고, 기아차는 3718억원이며, 4분기에는 이보다 조금 더 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곳은 계열사가 아니라 영업이익률이 낮아 재무 상태가 어려운 비계열 협력사들인데, 이 문제는 다음 논의에서 다루기로 한다.

두 번째는 현대기아차의 위상과 관련된 문제이다. 현대기아차는 규모로 보면 세계 5위에 해당한다. 그렇지만 브랜드 경쟁력은 어떠한가? 현대차의 고급브랜드인 제네시스의 경우 2018년 미국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리포트지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판매 실적은 형편없다. 미국인들이 제네시스를 고급 자동차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위기의 진원지에 해당하는 중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현대기아차는 가성비 좋은 차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인들만 하더라도 고급차는 독일이나 일본차를 선호하고, 현대기아차는 그 아래로 평가된다. 왜 고급브랜드로 성공하지 못했느냐고 쉽게 말할 수 있지만, 후발국가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로 성공한 기업은 현대기아차가 유일하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고도의 숙련이 요구되기 때문에 오랜 기술 축적 없이 단기간에 성공하기 어렵다. 이런 측면에서 현대기아차가 이뤄낸 성과는 그 자체로 대단한 것이며, 그 이면에는 엔지니어 중심의 공정기술 개발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문제는 공정기술의 핵심이 계열사를 통한 모듈생산 방식이라는 것이다. 모듈생산은 원래 1990년대 유럽에서 시작되어 미국으로 확산되었는데, 기존 완성차가 담당하던 조립 역할의 일부를 부품 업체가 담당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완성차 업체의 단기 수익성에 크게 기여하지만, 반대로 모듈을 공급하는 부품업체의 영향력이 커지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이런 이유로 모듈화는 유럽에서 시작되었지만, 정작 이들 자동차 메이커들은 과감하게 모듈화를 진행할 수 없었다. 오직 내부기업과 다름없는 계열사를 거느린 현대기아차만이 과감하게 모듈화를 진행하여 공정효율화를 크게 달성할 수 있었다. 이런 의미에서 수직계열화는 오늘날 현대기아차 경쟁력의 핵심으로 간주되고 있다.

세 번째, 차세대 자동차로 평가되는 전기자동차 생산과 관련된 동향을 살펴보면, GM, 토요타자동차는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수행중이다. 현재까지 LG화학이 베터리의 원료인 셀을 GM에 공급하고 있고, 당분간 이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미래까지 장담하긴 어려워 보인다. 성공한 전기자동차 메이커로 국내에 자주 소개되는 중국 BYD의 경우 배터리에서 출발한 기업이고, 3조원을 투자해 전기자동차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한 영국 가전 메이커 다이슨은 전기모터에 대한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배터리 기술업체 식티3를 인수하여 배터리 개발에만 1조5천억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들 기업이 주요부품을 외부에서 조달하지 않고 자체 개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예컨대 GM 전기차 볼트의 경우 주요부품의 42%를 LG그룹이 공급하고 있고, 이 중 배터리는 전체 제조원가의 1/4에 달한다. 이들 부품을 내재화하지 않고선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현재 GM 전기차 볼트의 경우 한 대 팔 때마다 약 1천만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말은 현대기아차가 차세대 친환경자동차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미래에도 계열사를 통한 주요부품 공급을 시도할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정리하면 오늘날 현대기아차 경쟁력의 핵심은 수직계열화에 있기 때문에 현대기아차가 이를 포기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수직계열화는 후진국의 자동차메이커가 선진 메이커를 추격하는 과정에서 선진 메이커에 부족한 자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수직계열화는 많은 비판에 직면해 있다. 수직계열화가 협력기업에 대한 단가인하, 기술유출과 같은 불공정행위의 원흉이 되고 있다는 것인데, 이러한 문제는 제도적 보완을 통해 해결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수직계열화가 혁신적 사고를 가로막아 결과적으로 현대기아차의 성장에 장애가 될 것이라는 비판 역시 존재하는데, 만약 이러한 상황이 된다면 현대기아차는 스스로 수직계열화를 포기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이를 계속 고수한다면 현대기아차 역시 세상에 존재했던 무수한 기업들 중 하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부경대 경제사회연구소 연구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