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노동자의 대안 될 수 없어
[경제산책] 노동조합과 제도의 힘
    2018년 11월 08일 04:04 오후

Print Friendly

경제 관련한 ‘경제산책’ 칼럼을 시작한다. 레디앙의 필자인 남종석 선생과 부경대 경제사회연구소의 송영조 연구원이 번갈아 작성할 예정이다. 남종석 선생의 칼럼은 <양산시민신문>의 칼럼 코너에 동시에 게재한다. 많은 관심 부탁한다. <편집자>
—————-

복지제도 개혁과 관련한 토론회에서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분들을 자주 만난다. 기본소득이란 일정한 조건이 되는 개인에게 노동소득이나 자산 유무와 상관없이 정해진 현금을 매월 지급하자는 주장이다.

기본소득론자들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으로 인해 불안정한 일자리가 확대됐고, 인공지능ㆍ자동화는 인간을 점차 잉여 존재로 만든다고 주장한다. 안정된 일자리가 없으면 노동기반 복지는 불가능하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기본소득이 제시된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분들은 기초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주장을 하는지 의문이 든다. 한국 사례를 보자. 한국은 설비 자동화가 가장 앞서 있는 국가다. 인구 대비 로봇 사용을 가장 많이 한다. 기본소득 옹호자들에 따르면 실업률 상승, 불안정 고용이 확대돼야 한다.

사실은 반대로 움직인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박사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분석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비정규직 규모는 계속해서 감소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1998~2007년)까지 비정규직은 55%까지 꾸준히 증가했다가 2007~2016년까지 44%로 감소했다. 왜 비정규직의 규모가 축소했는가? 그것은 노동조합과 사회운동이 불안정 노동 사용을 제한하려는 투쟁을 효과적으로 진행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이 요구가 수렴됐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제도의 힘이다.

이미지 출처=참여사회

기본소득론자들은 노동운동의 힘과 제도적 타협이 현실 사회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에 주목하지 않는다. 비정규직 확대, 실업 증가, 일자리 부족, 노동조합 협상력 붕괴를 당연하다고 받아들인다. 이런 전제 위에 기본소득으로 현금 지급을 주장한다. 이는 노동비용 절감, 노동의 파편화를 바라는 사용자 측 주장과 어딘가 유사하다. 기본소득론은 사용자측 입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제도를 통해 시장을 규제하면 결코 그와 같은 일은 액면 그대로 실현되지는 않는다. 한국이 설비 자동화에서 가장 앞선 국가임에도 비정규직 규모가 줄어든 사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노동조합과 시민사회가 효과적으로 저항했기 때문이다. 아세모글루 같은 제도주의 관점에 선 학자들도 노동조합 협상력이나 법적ㆍ제도적 장치가 어떻게 구축됐는가에 따라 경제성장, 불평등 양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띨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본소득론자들 주장이 위험한 것은 노동자를 조직된 힘으로 보지 않고 개별화되고 파편화된 인간으로 보는 것에 있다. 이들은 노동조합, 노동운동을 통해 조직되는 제도의 힘을 부정한다. 이와 같은 주장이 오히려 생산 현장에서 자본의 전횡을 초래한다. 기본소득은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양산시민신문 링크)

필자소개
남종석
부경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