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 간 협정에도
    개인 청구권 박탈 못 해”
    강제징용 소송 日 변호사 “일본, ‘밟힌 발 아픔’ 몰라···책임 인정해야”
        2018년 10월 31일 03: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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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3년 만에 승소했다. 가해 기업인 신일철주금은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고, 일본 정부는 ‘수용할 수 없다’며 강경 대응하겠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일본에서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도와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벌여온 자이마 히데카즈 변호사는 “일본 정부와 일본 기업은 이번 판결을 통해 전쟁 책임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문제 해결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이마 히데카즈 변호사는 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일본에는 ‘밟힌 발의 아픔은 그 발을 밟힌 사람밖에 알지 못한다’는 속담이 있다. 그러나 일본 기업은 지금까지 ‘밟힌 발의 아픔’을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런 대응으로 문제는 언제까지도 해결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그는 “(일본 기업과 일본 정부가 전쟁 책임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한) 피해자들은 언제까지나 이 판결의 결과를 끝까지 추궁하려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대법원은 전날인 30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일제 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권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특히 대법원은 “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 불법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권적 불법행위를 전제로 한다”고 규정했다.

    자이마 변호사는 이러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 “국가 간 협정이나 협의를 통해서 개인 청구권을 빼앗을 수는 없다고 하는 점을 확인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의미”라며 “국가 간의 협의로 개인의 청구권을 박탈할 수 없다는 것은 국제법상 상식”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식민지 지배에 대한 국가, 개인에 대한 배상이 최종적으로 종료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자이마 변호사는 “1965년 협정 당시 일본은 한국에 지불한 금액에 대해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배상 자금이 아니라 한국에 대한 독립 축하금 혹은 경제 협력 자금 명목으로 지불하는 것’이라고 한 바 있다. 그것을 이제 와서 ‘배상은 모두 끝났다, 개인에 대한 보상도 모두 종료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국가 간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이 됐다’고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 개인이 소송을 제기했다. 개인의 여러 문제 제기들에 대해선 일본 정부는 당연히 각오를 했어야 하는 문제”라고도 했다.

    자이마 변호사는 “일본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전쟁 책임을 다해 오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일본이 아시아의 평화, 세계의 평화를 일본이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일본 스스로 과거에 일으켰던 침략 전쟁에 대해서 인정하고,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아시아 피해자들에게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 나가는 것이 앞으로 아시아에서 일본이 책임 있는 국가로 바로설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대법원의 판결 지연으로 강제징용 피해자 중 생존자가 단 1명만 남은 점에 있어선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대법원 판결 관련 방송화면

    국내 법조계에서도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의 확정 판결에 대해 “상식의 승리”라고 호평하면서도, 일본 기업의 책임을 물은 사법부의 판결을 무시한 양국의 행정부를 비판했다.

    대한변협 일제 피해자 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봉태 변호사는 이날 KBS 라디오 ‘정준희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일제 피해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일본 정부가 일본 사법부의 판단을 경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강제 동원 피해자 문제에 대해 2007년 4월 일본 최고재판소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의 틀 안에서 이뤄진 전후 처리가 가지고 있는 법률적 의미는 피해자들이 가진 청구권이 실질적으로 소멸한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구제를 하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2007년도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 이후 한일 양국 법률가들은 2010년도 양국 변호사회 공동선언을 했다. 일제 식민지 지배로 인한 피해자들을 조속히 구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선언이다. 이후 2012년 5월, 우리 대법원은 하급심을 깨고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승소 판결을 했다.

    최 변호사는 “자국에서 그런 판단이 났으면 일본 정부가 그에 따라 피해자 구제를 했으면 이 문제가 해결이 됐을 것”이라며 “이렇게 10년 정도 시간이 걸린 이유는 결국 일본 정부가 자기 나라 사법부 판단을 가볍게 생각하고 따르는 않은 게 근본 원인이고, 한국 외교부가 그것을 시정하고 견인을 해야 하는데 한국 외교부조차 이 사법부 판단을 경시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가 이번 대법원 판단에 반발하며 국가 간 분쟁을 다루는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겠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선 “원폭피해자 같은 경우 일본 정부가 다달이 피해자들에게 금전을 지급하고 있고, 한센병 피해자도 일제 강점기 때 인권침해라지만 일본에서 법을 통해서 보상을 했다”며 “그래놓고 일본군 위안부나 강제노동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못하겠다면서 국제재판소에 가자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최 변호사는 일본 내에서 일제 식민지 지배 하에 한국인 피해자들에 대한 관심도가 적은 것과 관련해 “일본 여론을 잘 견인해나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짚었다.

    그는 “일단은 일본이 숨기고 있는 문서를 공개하게 해야 한다. 지금 일본 정부는 65년 한일협정을 (배상 책임이 없다는 주장의) 핑계로 대면서 그 문서는 아직 공개도 제대로 안 하고 있다. 그러니까 일본 사회에서도 제대로 인식이 안 되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일본이 핵심적인 문서를 감추고 있는 이유가 뭔지를 일본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문서 공개를 강하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우리 정부는 유골 문제도 이야기해야 한다. 원폭피해자 일본 문제라든지 강제 동원된 분들의 유골이 지금 일본에 산재해 있다”며 “그런 유골 조사라도 같이 하자, 그렇게 이야기를 해서 하나하나 일본의 건전한 여론을 조성시키는 데에 노력을 해야 이 문제 원만하게 해결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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