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T 강국?
참담한 IT노동자들의 노동현실
장시간·중노동, 수당 미지급, 고용불안, 스트레스 심각 등
    2018년 10월 26일 11:13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IT업계 노동자들의 극단적인 장시간·중노동 문제가 논란이 됐으나 법정 노동시간 초과, 초과근로수당 미지급 문제는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 IT산업노동조합이 지난 9월 12일부터 10월 3일까지 IT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IT노동실태조사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IT업계에서 일하는 노동자 총 503명이 참여한 이번 실태조사 결과는 심각한 장시간 노동, 파견 및 하도급 관행, 프리랜서의 노동실태, 건강권 위협 등으로 요약된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25.3%가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한다고 응답했고 근로기준법상 법정근로시간인 40시간을 준수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12.4%에 불과했다. 52시간 상한제 적용 이후 실제로 근로시간이 단축되었다는 응답은 17.4% 뿐이었다.

응답자들은 이러한 연장근로의 발생 원인에 대해 대체로 ‘하도급 관행’, ‘무리한 업무일정’, ‘비효율적인 업무 배치와 조직의 의사결정’을 이유로 꼽았다.

IT노조 홈페이지 캡쳐

더 큰 문제는 초과근로시간이 아예 기록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응답자 전체의 57.5%, 300인 이상 사업장 정규직의 26.1%가 근로시간이 집계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아예 출퇴근 및 근무시간을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48.3%나 됐다. 근무시간의 확인이 가능한 출퇴근 관리시스템. 출입카드를 사용한다는 응답은 43.6%에 불과했다.

밤 10시 이후까지 연장근무를 하더라도 야간수당을 지급받지 못한다는 답변은 전체의 52.6%나 됐고, 초과근로수당을 근로기준법에 기준해 지급한다는 의견은 고작 5.4%에 불과했다.

IT 업계에 파견 및 하도급 문제와 관련해선 응답자 중 201명이 ‘원청/발주업체에서 일한다’고 답했으나, ‘원청/발주업체와 계약했다’는 것은 100명에 불과했다. 응답자 절반이 하도급업체와 계약한 것이다.

이철희 의원은 “IT업계는 프리랜서들을 하도급업체들과 연결해주고 커미션을 받는 인력거래소가 암암리에 운영되고 있다. IT프리랜서들은 원청 또는 2, 3차 하도급업체의 채용절차를 거쳐 이들 인력거래소와 용역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며 “사고 발생 시 소속사업장은 인력거래소가 되는데, 인력거래소는 정식 사업장이나 정규직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아예 산재보험 등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전체 응답자 중 25%를 차지하는 프리랜서의 처우도 큰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자신이 프리랜서라고 한 응답자의 91.2%가 자택, 카페 등 원하는 장소가 아닌, 사무실 등 지정된 장소에서 근무하고 있었고, 79.8%가 월급제로 임금을 지급받는다고 답했다.

고용 안정성 역시 매우 취약했다. 프리랜서 응답자의 62.4%가 계약기간이 1개월~6개월 미만이라고 답했고, 1년 이상 장기계약은 12%에 불과했다. 65.6%는 프로젝트 수행 중 그만 둔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프리랜서의 삶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32.6%에 그쳤고, 나머지는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희망했다. ‘고용의 안정성(75.8%)’이 가장 큰 이유였다.

IT 노동자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위험수위에 있다는 것 또한 이번 실태조사로 다시 한 번 확인됐다. IT노동자들의 자살 시도율은 일반 성인의 약 28배에 달했다.

응답자 중 ‘최근 1년간 자살을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응답은 48.71%로 절반도 되지 않았다. 그 중 ‘거의 매일 자살을 생각한다’는 응답자가 19명(3.78%)이었고, 실제로 ‘최근 1년간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14명(2.78%)이나 되었다.

2016년 기준 보건복지부의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서 우리나라 성인 일반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최근 1년간 자살시도를 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0.1%였다.

이철희 의원은 “90년대 말, 2000년대 초 IT 기술자를 꿈꾸며 공대로 진학했던 많은 인재들이 30대 중반, 40대 초반에 이른 지금 근로기준법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며 “IT 강국, 소프트웨어 강국을 표방하며 4차 산업혁명의 선두에 서겠다면서도 정작 그 대열에 설 인재를 보호조차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전수조사 등을 통해 (IT노동자들의 노동실태)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