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5.31선거 "이것이 궁금하다"
    2006년 05월 18일 02: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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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간의 공식선거운동을 거쳐 오는 31일 결과가 나올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은 어떤 성적을 거둘까. 개표당일 언론들은 광역단체장의 당선자수를 가지고 마치 운동경기 득점 상황 중계하듯이 보도할 것이다. 이런 선정적인 보도로 인해 주목받지 못하지만 진보정당의 도전과 실험은 여전히 한국정치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할 사안이다.

2000년 창당 이후 두 번째 지방선거에 도전하는 민주노동당의 선거운동 과정과 결과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 5월 11일 열린 민주노동당 공동선대위 발족식 ⓒ이치열
 

1. 열린우리당 후보를 앞지를 광역단체장 후보는 누구일까

광역단체장 선거는 지방선거에서 가장 많은 관심이 집중된다.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는 각 정당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가장 쉽게 파악되는 성적표다. 민주노동당의 입장에서는 출마한 13개 시도에서 얼마나 ‘높게’ 또 ‘고르게’ 득표하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당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기초단체장이나, 지방의원에 출마한 후보들의 득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는 절박한 사정이 숨어있다.

우선 서울과 울산, 경남의 광역단체장 선거는 당의 자존심이 걸린 지역이다. 서울은 ‘소통령’선거라고 불릴 만큼 전국의 눈과 귀가 집중되는 선거인만큼 말할 나위가 없고, 울산은 노동자 밀집도시로 민주노동당에게는 가장 유력한 지역이다. 경남은 현직 당대표가 나섰다는 점에서 소홀히 할 수 없는 승부처가 됐다.

울산은 노옥희 시장후보가 상대적으로 뒤늦게 후보로 확정됐고, 또 박맹우 현시장이 50%가 넘는 지지율을 계속 유지하고 있어 여러모로 불리한 조건임에도 노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어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노 후보가 40%에 가까운 득표율을 달성할 경우 ‘내용적 승리’와 함께 노동자 정당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킨 것으로 봐야한다. 이 경우 노옥희 후보의 선거 이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게 될 것이다.

경남은 문성현 경남도지사후보가 올해 2월 당대표로 선출되면서 당 최고위 인사가 직접 광역단체장 선거에 뛰어든 형국이 됐다.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가 부동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김두관 열린우리당 최고위원과 문 후보가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다. 두 후보는 선거 전부터 반한나라당 후보단일화를 놓고 감정싸움을 이미 전개한 상태고 또 당의 지도부를 대표해 출마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문 후보가 김 후보와의 득표차이를 얼마나 좁힐지 여부에 민주노동당은 신경쓰고 있다.

서울선거가 전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김종철 후보의 지지율 부진은 민주노동당의 애를 태우고 있다. 당 지지율을 크게 밑도는 3%대의 후보지지율 자체보다도 조금이라도 상승하는 모습이 나타나지 않아 관계자들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늘어난 당세와 TV토론 출연 등을 고려할 때 김 후보의 한자리수의 득표는 당에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2002년 출마한 이문옥 후보는 2.53%를 득표했다.

민주노동당이 기대를 걸고 있는 광역선거는 수도권인 인천과 경기, 그리고 광주와 부산이다. 4년 전 무명의 정치인이었던 김석준 후보는 부산시장 선거에서 16.83%를 득표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이번에 다시 도전장을 낸 김 후보의 득표율과 함께 열린우리당 후보와의 차이를 얼마나 좁힐지 여부가 주목된다. 광주시장에 출마한 오병윤 후보의 득표도 주목된다. 최근 오 후보의 지지율이 열린우리당 조영택 후보에 근접하는 것으로 나오면서 오 후보가 조 후보를 앞지를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비록 광역단체장 배출에 실패한다하더라도 서너곳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를 앞지른다면 실질적인 ‘선거승리’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울산은 이미 여당 후보를 앞질렀고 이외에 부산, 경남, 인천, 광주에서의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2. 16개 광역의회 진출에 성공할까

지난 2002년 6.13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은 당시 처음 도입된 광역의원 비례대표선출제 덕에 9개 지역에서 의원을 탄생시켰다. 대전충청의 중부지역과 대구경북, 인천과 제주를 제외하고는 모두 1명씩의 비례대표 당선자를 낸 것이다.

4년 전 선거에 비해서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이 늘어난 만큼 당으로서는 16개 전 광역의회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당선자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일단 2002년 당선자가 나온 지역들은 대부분 무리 없이 광역의원을 배출할 것으로 보인다. 대전, 충남, 충북 지역도 6.13지방선거 당시 간발의 차이로 의석 배분에 실패했고 이번에는 지지율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광역의원을 배출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 제주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보수적 정서가 여전히 강하게 유지되고 있어 낙관하기 어렵다.

광역의회의 비례대표 선출 의원수가 적어 민주노동당의 지지율로 복수의 당선자를 내기는 어렵지만 10명을 뽑는 서울시의회와 11명을 뽑는 경기도의회의 경우 명부 2순위 후보의 당선여부도 눈여겨 볼만 하다.

한편 4년 전 비례대표로 당선됐던 광역의원들의 생환 여부도 관심거리다. 민주노동당은 비례대표연임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비례대표 명부에 이름을 올릴 수는 없다.

전종덕(전남), 윤난실(광주), 박주미(부산) 의원은 지역구 광역의원으로 출마했다. 전북의 김민아 의원은 전주시장에 출마했다. 울산의 홍정련 의원은 독특하게도 울산 기초의원으로 재출마했다. 심재옥 서울시의원은 지난 1월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활동 중이고 고수정 강원도의원은 재출마를 포기했다. 이경숙 경남도의원은 과로로 임기 중 사망했다.

광역비례대표 선거결과는 당지지율 전국 평균을 산출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2002년 6.13 지방선거 당시 전국 평균 8.13%의 지지를 얻었다. 이번에는 몇%의 지지를 얻을지 여부와 함께 제3당의 지위를 다시 확인할 수 있을지 여부가 민주노동당의 주요 관심사 중의 하나다. 민주노동당은 2004년 4.15 총선에서 득표율과 당선자 수 모두 3위를 기록했지만 이후 조승수 의원의 자격상실과 민주당의 의석 추가로 제4당으로 밀려났다. 정당기호도 민주당과 자리바꿈해 4번이 됐다. 참고로 지난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지지율은 13%였다.

3. 기초의원 몇 명이나 탄생할까

   
▲ 홍준호 서울 구로구의원. 지난 2002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유일하게 서울시 구의원에 당선된 그는 이번에는 같은 지역에서 서울시의원에 도전한다.

민주노동당이 이번 선거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기초의회다. 2002년에 비해 전체 후보 수는 4배정도 늘었지만 기초의원만 놓고 보면 2002년 108명에서 올해 594명으로 거의 6배가 늘어났다. 민주노동당이 어디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지 한눈에 보인다.

올해 당대회에서 민주노동당이 목표로 잡은 기초의회 선거결과는 “300명 이상 당선, 모든 기초의회에 의원 선출”이다. 전국의 여론추이를 집계하고 있는 중앙당 기조실의 배철호 팀장은 자체 분석으로 250명이 당선권 안에 있다고 분석했다. 중앙선대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선동 사무총장은 이런 분석에 기반해 광역의원 등을 포함한 전체 당선자수 목표치를 300명으로 상향 조정했다.

민주노동당의 이런 목표는 늘어난 당 지지율과 4년 전에 비해 대폭 늘어난 출마자 수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주요하게는 바뀐 선거제도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부터 도입된 기초의원 정당공천, 기초의회 중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가 민주노동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이 금지됐던 2002년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은 108명의 당원이 출마해 32명이 당선됐다.

한계도 있다.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는 광역이나 기초단체장 후보 소속 정당에 대한 줄세우기 식 투표를 부추겨 소수정당과 무소속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중선거구제의 경우 대부분의 4인선거구가 2인선거구로 쪼개져 애초에 민주노동당이 기대한 만큼의 효과는 어렵게 됐다. 기초의회 비례대표는 선출정수가 워낙 적어 대공장을 끼고 있는 지역 등에서만 민주노동당 후보의 당선을 바라볼 수 있다.

당 지도부가 장담하는 데로 250명 이상의 진보적 지방의원이 탄생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지방의원의 유급화로 과거와 달리 지방의원들도 이제 ‘직업적 정치인’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민주노동당은 이들 지방의원들이 의정에 전념하면서 보수정당과는 차별화된 지역 정치를 선보이는 것을 계기로 당의 기반을 일거에 확장시킨 다는 생각이다. 천영세 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 7일 기자 간담회에서 "다수의 기초의원을 배출한다는 선거목표는 미래를 내다보고 ‘내실’을 챙기겠다는 전략"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기초의원 출마자들의 당선율 만큼이나 민주노동당이 공을 들인 여성후보 확대가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지 여부도 지켜볼만하다. 비례대표를 제외한 민주노동당 기초의원 후보는 466명으로 이중 여성은 126명이다 27%에 가까운 수치다. 지역구 후보에 여성을 이 정도로 공천한 것은 유례가 없다는 것이 민주노동당 측의 자랑이다. 이제는 실제 당선자수에서 여성이 어느 정도를 차지할지가 관심이다.

다만 18일 공식 선거운동 개막과 함께 발생한 거창군의회 출마자의 금품비리 사건이 어느 정도의 악영향을 미칠지 당지도부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4. 진보정당 소속의 기초단체장 가능할까

민주노동당은 울산 북구와 동구 두 곳의 구청장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공무업노조 파업에 대한 중앙의 징계방침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두 구청장 모두 직무정지상태다. 이 두 곳은 당의 전신인 국민승리21 시절에 치른 1998년 제2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구청장을 배출했을 만큼 민주노동당의 ‘아성’인 곳이다. 당으로서는 3연승에 대한 기대를 버릴 수 없다.

그러나 지역 언론의 여론조사와 당 관계자들의 이야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주된 흐름이다. 동구의 경우 지난 해 현대중공업노동조합의 제명으로 현장에서의 선거활동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한나라당 후보와의 지지도 격차도 예상 외로 크게 벌어지고 있다.

북구의 경우 동구보다는 여러 가지 조건이 좋은 편이지만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작년 10월에 치러진 울산북구 보궐선거 당시 유권자는 9만6천명으로 2002년 지방선거 당시 북구 유권자 7만9천명보다 2만명 가까이 늘어났다. 19세 유권자가 새로 포함된 탓도 있지만 울산의 상업구조 개편 등으로 외지인구가 1만명 가까이 북구로 새로 이주한 것이 큰 원인이다. 이들은 한나라당 지지성향이 강한 중구와 남구에서 이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구속도 지역 민심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지역경제가 현대그룹에 종속돼있고 회사의 불안을 고용의 불안으로 여기는 직원과 가족의 심리를 한나라당 조직들이 파고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 회장 구속의 여파로 현대차 공장안에서도 과거와 다르게 노골적인 한나라당 선거운동이 목격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지난 8년간의 민주노동당 구정에 대한 주민들의 평가가 썩 좋지만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또 다른 노동자 밀집지역인 대전 유성구는 선거시기마다 민주노동당의 기대지역으로 분류된다. 이번에는 유성구의회 의장을 지낸 신현관 후보가 구청장으로 출마했다. 그러나 선거개시 전에 진행된 여론조사들에서는 당선권과는 먼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조직세가 강한 경기도 성남시장 선거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김미희 전 최고위원이 시장후보로 나섰다. 여성 자치단체장 후보도 드문 편인데 성남시에서 광역, 기초의원으로 출마한 16명의 후보 중 12명이 여성이며 수정구의 경우 5명의 후보자 전원이 여성이다.

이외에 민주노동당이 주목하고 있는 기초단체장 후보는 노동자 밀집지역에 출마한 ▲경남 거제시장 변성준 후보, 창원시장 손석형 후보, ▲경북 포항시장 김병일 후보 ▲전남 광양시장 김정태 후보 ▲인천 부평구청장 한상욱 후보와 농민회의 조직력이 강한 ▲경남 진주시장 하정우 후보, 의령군수 박민우 후보 ▲전북 정읍 이효신 후보 등이다.

   
▲ 5월 4일 열린 민주노동당 노동공동선거본부 출범식. 공동본부장을 맡은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이날 비정규직으로 확대되는 계급투표를 강조했다.
 

5. 계급투표는 얼마나 확대됐을까

당선자 수만큼이나 눈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민주노동당이 어느 지역에서 어느 정도의 득표를 얻고 과거에 비해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여부도 중요한 대목이다. ‘계급투표’란 노동자가 집단적으로 특정정당을 지지하는 것을 말한다.

민주노동당은 그동안 대공장을 끼고 있는 지역, 산업시설이 밀집한 공단지역에서의 대량 득표를 통해 성장했다. 지난 총선에서 지역구 의원을 당선시킨 울산 북구와 경남 창원의 경우가 대표적인 계급투표의 사례다. 특히 대규모 생산단지가 밀집한 영남 지역은 민주노동당이 ‘영남진보벨트’라고 부를 만큼 당의 지지율이 높은 곳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민주노동당의 계급투표는 조직 노동자 중에서도 민주노총에 소속된 노동자에 국한된 반쪽짜리 계급투표였다. 이는 민주노동당이 대공장, 정규직 중심의 민주노총을 일방적으로 옹호한다는 비판의 주된 근거로 제시되기도 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은 전 지역에서 고른 득표를 기록해 진정한 전국정당임을 입증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는 돌려 이야기하면 대공장과 정규직, 생산직 중심의 노동자 지지층을 보다 일반적인 노동자층으로 확대시키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뿐만이 아니라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까지, 정규직에서 비정규직까지, 생산직에서 사무서비스직 노동자까지, 남성에서 여성 노동자로 계급투표가 확대되어야만 영남진보벨트를 넘어서는 고른 득표가 가능하다.

계급투표의 확대는 스스로를 노동자로 인식하는 계층이 민주노동당을 얼마만큼 ‘노동자의 정당’으로 인정하는가 여부와 함께 그동안 민주노동당의 활동에 대한 평가의 의미를 함께 담고 있다. 계급투표의 확대 여부는 앞으로 있을 대선과 총선에서 진보정당이 성장하는데 필수적인 조건이다.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이번 선거에서 당선자수라는 결과보다도 어떤 성향의 투표결과를 손에 쥐게 되느냐 여부가 더 가슴 조마조마한 일일 수도 있다.

노회찬 의원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초의원을 수백명 배출하고 정당 득표율도 15%에 이르면 이후 총선과 대선, 개헌 정국 등에서 민주노동당이 발언권을 확보한다. 이번 지방선거는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솔직히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이 정말 100% 남는 장사를 하기 위해서는 수백명의 의원과 전국평균 15%의 득표가 어떤 사람들에 의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31일 당일의 개표결과만 가지고 계급투표의 의미를 상세히 분석하기는 어렵지만 지역별 득표율과 성장추이를 보면 대략적인 판단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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