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남북정상회담
그 이후 한반도 정세 흐름
    2018년 10월 10일 09:1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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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0월 7일 부산에서 열린 태평양핵피재지원센터 하타지부 관계자들과의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의 정세와 관련한 세미나에서 발제한 글을 필자 동의를 얻어 게재한다. 세미나가 열리던 날은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방북한 날이어서 본문에 반영이 될 수 없었고, 방북 결과에 대한 논평은 후기로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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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모습

1. 정상회담 외교의 전사: 6자회담은 왜 중단되었는가?

[6자회담 약사]

* 2003년 6자회담 개시
* 20059·19 공동성명
* 2007년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 조치> (2.13 합의문)
* 2007<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제2단계 조치> (10.3 합의)

[2005년 9·19 공동성명]

(핵무기 관련)

1. 6개국은 이번 회담의 목표가 한반도의 비핵화를 이루는 것임을 재확인.
2.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핵 확산 금지 조약와 IAEA 안전조치에 복귀
3. 미국은 한반도의 핵무기가 없으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공격하거나 침략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
4. 남한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재확인하고 남한에 핵무기가 없음을 확인
5.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평화적 핵에너지 사용 권리가 있음을 확인, 적당한 시점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경수로 제공 문제를 논의할 것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일관계)

1. 6개국은 유엔헌장을 준수하고, 국제관계 규범을 따르기로 함.
2.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국은 상호간 주권을 존중하기로 합의. 평화적으로 상호 공존하며, 관계정상화 조치를 취할 것.
3.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일본은 평양선언에 따라 관계를 정상화시키기로 함.

(경제협력 및 에너지제공)

1. 6개국은 에너지, 교역, 투자분야에서 경제 협력을 증진시키기로 승낙
2.중국, 일본, 남한, 러시아, 미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에너지를 제공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힘.

3. 남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200만kw 전력을 제공하는 7월의 제안을 재확인.

(평화체제 협상)

1. 6개국은 동북아에서 평화안정을 지속시키기 위한 공동 노력을 다짐
2. 직접 당사자들은 한반도의 영구 평화체제를 위한 협상을 별도의 포럼을 통해 하기로 했음.

[2007년 10·3 합의,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2단계 조치>]

– 북한은 2007년 12월 31일까지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를 완료하고, 또한 같은 날까지 모든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정확하게 신고하며, 핵물질과 핵기술과 노하우를 이전하지 않는다는 공약을 재확인한다,

– 미국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에 관한 공약을 완수한다, 일본은 양국관계 정상화를 위한 진지한 노력을 기울인다, 중유 100만 톤 상당의 지원을 제공한다.

북한은 2008년 6월 26일 <제2단계 조치>에서 명기한 핵 신고서를 6자회담 의장국 중국에 제출했다. 플루토늄 추출량, 플루토늄 사용처(핵실험과 핵무기 제조), 영변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등 핵시설 목록, 우라늄 재고 총량이 담겼다. 북한은 플루토늄 추출량을 37kg 내외로 신고했다.

하지만 실무회의에서 구체적인 검증조치, 특히 시료채취 여부를 두고 북한과 나머지 참여국간 이견이 첨예하게 맞섰다. 북한은 ‘시료채취는 다음 단계에서나 가능하다’며 이를 완강히 거부했다. 우여곡절 끝에 2008년 12월 수석대표회담도 합의 없이 종료했다.

6자회담이 중단된 후, 사태를 바라보는 두 가지가 시각이 경합했다. 첫 번째 시각에 따르면,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비견하여 북미관계와 북일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가 부진하다는 북한의 불만이 존재하여 회담이 중단된 것이다. 두 번째 시각에 따르면, 북한이 진정으로 비핵화의 길로 갈 의사는 없었기 때문에, 비핵화의 실제적 단계에 돌입하는 핵 신고서 검증단계에서 협상에서 이탈한 것이다. 6자회담 중단 후, 새롭게 등장한 오바마 행정부는 첫 번째 시각을 채택했다. 6자회담 틀 내에서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불만을 반영하여, 6자회담과 북미양자 회담을 병행한다는 기조 하에서 대북특사도 별도로 임명했다. 그러나 북한은 오바마 정부의 정책기조 변화에 아무런 주의도 기울이지 않고, 유엔 제재에 따라 금지된 미사일 실험과 핵 실험을 단행했다. 따라서 미국 내에서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과 외교관계 정상화를 맞바꾸는 목표 대신에 핵무력 완성을 추구한다는 비관론이 점점 더 힘을 얻게 되었다.

특히 이 시점은 김정일 위원장에서 김정은 위원장으로 권력교체가 발생하던 시기였다. 따라서 북한에게 핵무력 완성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는 분석이 제기되었다. 첫 번째는 상징적인 의미로, 새롭게 등장할 젊은 지도자가 핵무력을 완성함으로써, 북한을 강성대국으로 이끌 충분한 능력을 보여준다는 의미다. 즉 핵 무력 완성이 김정은 위원장으로의 권력승계를 정당화하는 핵심적 도구로 활용된다는 뜻이다. 두 번째는 좀 더 실제적 의미를 지니는데, 북한의 핵 보유는 권력교체기에 등장할 수도 있는 북한의 내분 사태에 미국을 비롯한 외국의 개입을 억제하는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리비아 사태를 볼 때, 시위가 내란 형태로 발전하고 이때 중앙정부의 군사적 진압이 낳는 민간인 학살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서방의 군사개입이 단행되었고, 결국 저항군에 의한 카다피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이는 만약 리비아가 핵무기를 보유했다면 서방군이 그렇게 쉽게 공군력을 투입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권력승계가 북한의 최우선적 관심사인 상황에서, 유엔 제재의 수위가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압박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거듭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반복함으로써 핵무력 완성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2. 정상회담 외교의 등장 배경

그렇다면, 왜 2018년에 이르러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과 같은 정상회담 외교가 개시되었는가? 한편으로는 북한의 병진정책(경제건설과 핵무력 완성)의 한 축, 즉 시장지향 경제개혁이 경제제재로 인해 벽에 부딪히게 되었다는 점, 다른 한 축으로는 미국의 군사적 선제타격 전략이 미국 내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1) 북한의 병진정책과 경제제재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의 북한 경제는 김정일 위원장 당시보다 상당히 큰 변화를 보였다. 대북제재가 본격화되는 2017년 이전까지 병진 노선의 한 축인 시장개혁이 상당히 안정적으로 진행되었다. 북한의 시장개혁은 △농업 부문, △산업경영, △민간시장, △외국인투자 측면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외부에서 보기에는 조용하며 대체로 공식적으로 인정되지는 않지만, 상당 폭의 시장개혁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첫 번째, 농업의 경우, 2012년 이른바 ’6·28 조치‘가 실시되어, 사실상 가족농 제도가 실행되었다. 협동조합 농장원은 5-6명으로 구성된 분조 단위로 미래 상당 기간까지 경작할 토지를 할당 받았는데, 실제로 한두 가족 단위로 분조를 구성했다. 그리고 농장원은 과거처럼 고정된 양의 곡물을 배급 받는 게 아니라, 전체 수확량의 일정 부분을 받게 되었다. 대략 정부 30%, 농장원 70% 비율로 분배된다. 그에 따라 곡물생산이 안정화되었는데, 2005-2010년 연간 곡물생산이 400만-450만 톤이었다면, 2013년 이후 대체로 480만 톤 규모로 안정화되었다. (물론 완전한 곡물 자급화 수준은 아니다.)

두 번째, 산업경영에서 2015년 5·30 조치로 산업경영자가 상당한 자율성을 확보하게 되었다. 산업경영자는 시장가격으로 원자재와 부품을 시장에서 구매하여, 생산물의 상당부분을 국내외 시장에서 판매하고, 노동자에게는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수준의 추가 임금이 ’보너스‘ 명목으로 지급했다. 보너스는 공식임금보다 훨씬 큰데, 가장 성공한 기업의 경우 임금은 북한 원화로 수십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환율로 북한원화 100만 원은 미화 120달러에 달한다.) 이러한 변화는 대외무역에 대한 통제의 자유화를 자극하는 경향도 있다.

세 번째, 김정은 위원장 등장 이전, 북한에서 시장은 ’호의적인 무시‘과 ’감시 강화‘ 사이에서 동요했다. 김정은 시대 북한의 시장운영자, 민간기업경영자를 뜻하는 ’돈주‘는 “김정은 시대보다 우리의 삶이 더 좋았던 적은 없다”며 북한의 시장화를 만끽하는 듯하다.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볼 때, 2015년 말 현재 406개에 이르는 상설시장이 존재한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 직전에는 200개였는데, 급격히 그 수가 증가한 셈이다.

네 번째, 김정은 위원장은 2015년 25개 경제특구를 지정했다. 그런데 북한의 경제특구 정책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는데 해외투자자로부터 미숙하거나 부정직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종합하면, 북한은 ’개방 없는 개혁‘을 실행 중인 셈이었다. 그에 따라 북한이 상당한 경제회복을 경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북한 내에 있는 외교관이나 경제분석가들은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바, 북한의 실제 성장률이 3-4%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북한이 병진 노선의 다른 축인 ‘핵무력 완성’도 추구한다는 것인데,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는 이러한 흐름에 직접적 타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북한이 유엔제재가 허용하는 석유 수입 규모의 서너 배를 넘는 양을 해상밀수를 통해 수입하고 있다는 보도가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는 ‘밀수’에 의존하지 않는다면, 북한의 경제가 재생산되기 어렵다는 조건을 반영하는 것이다. 게다가 9월 17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의 석유밀수를 감시하기 위한 ‘다국적연합’ 구성을 검토 중이다. 일본 요코스카 주둔하는 지휘함 USS 블루리지에 ‘이행조정센터’를 만들고,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한국, 일본, 프랑스 등 50명 이상의 연합국 요원을 결집시킨다는 계획이다. 만약 미국이 제재의 실제 수위를 높인다고 판단하여, 해상차단에 나선다면 북한으로서는 석유 밀수를 위해서는 무력충돌을 불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2) 미국의 선제타격 전략의 난점

주한미대사 내정자 빅터 차에 대한 지명 철회가 북한에 대한 ‘제한적’ 선제타격 전략, 즉 ‘코피’ 전략에 대한 의문 제기 때문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미국이 대북 군사공격 옵션을 최소한, 원천적으로 배제하지는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일 수밖에 없었다.

지명 철회 직후, 2018년 1월 30일, 빅터 차가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그가 선제타격 전략을 반대하는 결정적인 근거는 “미국 시민이 남한에는 23만 명, 일본에 9만 명이 있다”, “북한의 보복 미사일 공격이 쏟아질 경우, 미국 시민을 대피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문제는 미국 의회에서도 진지하게 검토했다. 1월 30일 상원 군사위원회에서는 이 문제를 청문회를 개최했는데, 공화당 일부 의원이 예방전쟁이 국제법 위반이자, 전쟁선포 권한을 의회에 부여한 미국 헌법에 대한 위반이라는 입장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청문회 결과, 미 상원 군사위원회는 대체로 선제타격보다 공세적 제재·차단을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처럼 미국 정가 내에서는 일방적 군사행동 계획을 뒷받침하는 기류에 힘이 빠지는 양상이었다.

3. 북미정상회담 결과 분석

2018년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 합의문

① 북한과 미국은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해나가기로 하였다.
북한과 미국은 한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peace regime)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다.
③ 북한과 미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하여 노력할 것을 확약한다.
④ 북한과 미국은 전쟁포로과 행방불명자의 유골발굴을 진행하며, 이미 발굴된 유골을 즉시 송환할 것을 확약한다.

* 합의문 발표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선의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미국이 연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고 약속. 또한 북한이 탄도미사일 엔진을 실험하는 시설을 파괴하기로 약속했다고 발표. 또한 인권 문제가 양측 단 논의 주제에 올랐으나, 공동성명에서 언급되지는 않았다는 보도가 나옴.

미국 <전략국제연구소>의 분석
(https://www.csis.org/analysis/assessment-singapore-summit)

– (북미정상회담은 역사적 사건인가?) 북미정상회담은 역사적 사건임에는 분명함.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북한 지도자와 직접 만났음. 하지만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더 역사적 사건임. 김정은은 북한이 오랫동안 추구했던 목표인 북미 정상 간 직접 대화를 달성했음. 북한의 김정은은 신생 핵무기 보유국의 지도자로서 국제무대에 등장한 장이 되었음.

– (정상회담 결과, 미국은 더 안전해졌는가?) 완전히 그런 것은 아님. 물론 2017년 북한이 20번의 탄도미사일 실험과 한 차례의 핵실험을 수행했고, 미국이 북한에 대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를 언급했던 것에 비하면, 나아졌음. 그러나 정상회담 합의문은 비핵화의 세부사항 대부분이 빠져있음. 예를 들어, 북한의 핵무기 목록에 관한 신고서, 검증 약속, 시간표 등등. 오히려 2005년 6자회담의 공동성명이 더 분명한 북한의 약속을 담고 있었음. (“모든 핵무기를 폐기하고, 핵 프로그램을 포기한다.”) 하지만, 정상회담 이후 두 지도자가 위임한 광범위한 사안을 두고 외교협상이 지속될 것임. 또한 북한은 위기를 유도할 수 있는 군사적 도발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음. 하지만, 이는 미국에 대한 총괄적 위협 수준이 하락했다는 의미는 아님. 즉 미사일 실험이나 핵 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게,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중단한다는 의미는 아님.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단이 북한으로 복귀하여, 각종 시설의 운영을 중단시키고, 건물을 봉쇄하고,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기 전까지는, 더 안전해졌다고 말하기는 어려움.

– (협상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협상 속도와 그 결과를 따져 보아야 함. 외교는 종종 ‘속도’의 문제임. 정상회담 후, 협상이 빠른 시일 내에 어떤 가시적 성과를 내야지 모든 당사자가 신뢰를 보낼 수 있음. 과거 미국이 행했던 실패한 협상에 비할 때, 이번 협상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듣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북한 핵무기, 핵물질, 핵시설, 전문가에 대한 완전하고 완벽한 신고서일 것이며, 이는 국제원자력기구를 통해 완전히 검증되어야 할 것임. 실질적으로, 미국이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에 관해 무엇을 협상해야 할지 모른다면, 협상이 진척될 수 없으므로. 트럼프는 첫 번째 벤치마크로 가을을 제시한 셈인데, 이때 김정은을 백악관에 초대할 수 있다고 말했음. (9월에 뉴욕에서 유엔 총회가 개최됨.)

– (북한이 정상회담에서 품었던 목표는 무엇이고 달성됐나?) 김정은은 국제무대에서의 적법성, 제제의 경감, 군사위협의 완화를 노렸을 것. 김정은은 대체로 이러한 목표에서 성공을 거둔 듯. 현재 미국은 모든 외교적 도전에 직면했음. 국무장관 폼페이오는 몹시 어려운 수년간의 협상을 진행해야 함. 이는 전 국무장관 존 케리가 이란과 진행한 핵 협상과 유비할 수 있는데, 트럼프는 오바마의 이란 핵협상이 “최악”이라고 비난했으나, 오바마가 행한 것에 준하는 것을 달성하려면 어려운 도전에 임해야 함.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핵 외교에서 큰 승자(big win)는 북한.

–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지나?) 수많은 결점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지난 6개월 전 핵전쟁의 문턱으로부터 벗어나는 외교적 과정을 개시했음. 정상회담의 결과는 대단하지 않지만, 전쟁으로 가는 길보다 나쁘지는 않음.

1차 북미정상회담이 마무리된 시점에서의 상황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회담의 순수한 결과만 놓고 보면,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기도 전인) 2016년 9월 미국 외교협회가 발표한 보고서 <북한에 대해 더 날카로운 선택: 안정적인 동북아시아를 위한 중국과의 접촉>에서 제시한 협상 재개의 초기조건과 유사하다.

당시 보고서에 따르면, 북미 간 공식대화를 시작하려면 미국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조건을 주장해야 한다. 첫째, 모든 참가국은 2005년 9·19공동성명의 원칙을 재확인해야 한다. 둘째, 협상은 각 단계에서 핵 이슈에 관해 일관된 진전을 달성해야 한다. 셋째, 북한의 핵폭발 실험과 (현존 스커드 미사일보다 사정거리-탑재 능력 더 큰) 미사일 실험이 유예되어야 한다. 협상이 진행되는 한, 미국과 남한 정부는 비정부기구의 검증을 전제로 식량지원에 동의할 수 있다. 또한 미국과 한국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의 규모와 내용의 수정도 고려할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미국, 남한의 식량지원과 연합군사훈련 축소를 교환하여 일단 협상을 재개하자는 것이었다.

북미 정상회담 직후, 객관적 상황을 보면,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유예하고(풍계리 핵실험 시설 폭파, 미사일엔진 시험장 철가), 미국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함으로써, 초기 조건을 충족하고 외교적 협상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둘째, 그러나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이 2017년 4월경부터 선포했던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전략은 사실상 해체되는 양상이다. 예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6월 21일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중국과 북한의) 국경이 조금 약해졌다. 그러나 그건 괜찮다”고 했다. 일부 제재가 무너져도 미·북 정상회담의 판을 깨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셈이다. 따라서 향후 외교 협상에서 북한이 미국의 희망에 얼마나 부합할지는 미지수다.

4. 북미정상회담 이후 상황 전개

* 7월 30일, 워싱턴 포스트, 북한이 평양 인근 산음동 미사일 연구단지에서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제조하고 있는 징후가 보인다고 보도.

* 8월 5일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은 ’강성‘이며 평양 인근’이라고 주장. (영변에 비해 최소 세 배 이상 규모의 농축시설이라고 주장.)

* 8월 9일, 리용호 북한 외무상, 이란 방문 중, “핵 기술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발언.

* 9월 18일-20일 3차 남북정상회담. “①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하였다. ②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다.”

* 10월 4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워싱턴포스트 인터뷰) “한국은 미국에 북한 핵무기에 대한 신고 요구를 미루고 협상의 다음 단계로서 북한 핵심 핵시설(영변)의 검증된 폐쇄를 받아들일 것을 제안하고 있다.”

먼저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첫째, 북한과 협상에 임하는 미국의 입장에 변화가 있는 것인가?

5월

한미정상회담

트럼프, (비핵화 조치에 필요한) “물리적 이유 때문에 아주 짧은 시간이 걸릴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일괄타결이 될 것이다”

* 일본언론, “미국 정부가 북한에 6개월 내 핵·미사일 반출을 제안”

6. 14 폼페이오 국무장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가 끝나기 전(2012년 1월)에 비핵화 조치 달성”
9. 26 트럼프, “북한과의 시간싸움을 하지 않겠다… 2년이 걸리든, 3년이 걸리든, 또는 5개월이 걸리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이 지속적으로 변화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6월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는 북한 비핵화 협상이 ‘최종적이고 완전하며 검증가능한 비핵화’(FFVD)를 목표로, 일괄타결 방식으로, 짧은 기간 내에 (예컨대 2018년 연내에) 가능하다는 뉘앙스가 분명히 존재했다. 이는 북한의 완전한 핵신고서 제출을 전제로, 비핵화 시간표 합의, 검증(사찰)을 동반하는 과정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는 실제로는, 북한의 완전한 핵신고서 제출 약속이나 비핵화 시간표 합의도 없는 상태로, 사실상 비연속적인 (단계적인) 협상이 진행되는 양상이다.

둘째, “북한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가 북한의 핵무기 능력의 감축에 결정적으로 중요한가?

북한의 영변 핵시설은 1960년대부터 조성한 것으로 북한 핵개발의 산실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시설들은 현재 그 가치가 상당히 퇴색한 상태다. 영변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는 1965년 구소련에서 제공받은 2MW 규모의 IRT-2000 연구로와 1986년에 가동을 시작한 5MWe 흑연로 등 2기다. 5MWe흑연로는 연간 5~7㎏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50MWe급 흑연로는 연간 55㎏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지만, 1994년 건설이 중단됐다. (북한의 핵발전 기술의 한계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북한이 기존 재처리시설을 통해 이미 확보한 핵물질과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고려한다면, 북한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9월 19일,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부소장은 “진짜 중요하고 위험한 핵 시설은 다 숨겨놓고 별로 쓸모도 없는 영변 핵 시설 파괴로 대가를 얻으려는 것은 움직이지도 않는 낡은 중고차를 고급차 값에 팔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종합해보자.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10월 7일 방북을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과연 북한의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와 종전선언이 맞교환되는 방식으로 합의가 이뤄질지 점치기 어렵다. 현재 분위기로 보아, 11월 미국 중간선거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한편으로는 중국에 대한 무역조치를 강화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중대한’ 진전이 있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고자 할 것이며, 2차 북미정상회담도 개최될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 경로가 있을 것이다.

① (애초에 언급했던 일괄타결 방식, 즉 핵신고서 제출과 비핵화 시간표, 검증 등등이 없는 방식으로,) 북한의 핵동결, 또는 북한의 부분적 핵군축과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를 교환하는 방식. 예컨대 현재 언급되고 있는 것처럼, 북한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와 종전선언의 교환.

이는 현재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지지하는 방식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을 미국 내에서 지지할지 여부가 문제로 남는다. 즉 미국 의회나 여론에서 수용할 것이냐. 6월 26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 간사 메넨데스 의원(민주), 동아태소위원장 가드너 의원(공화) 공동으로 대북정책감독법을 제출했다. (North Korea Policy Oversight act of 2018.) 법안은 비핵화 협상을 정기적으로 미 의회에 보고하도록 규정했으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목표로 제시하고, 주한미군 철수는 협상 불가항목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중간선거 이후, 미국 의회에서 민주당이 의석 비중을 확대할 경우, 본격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견제할 가능성도 있다.

왜 그런가. 본질적인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북한의 핵동결, 부분적 핵군축을 실행한다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게 할 카드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즉 종전선언이 이뤄지고, 대북제재의 실제적 경감이 이뤄질 경우에, 북한이 추가적 비핵화 조치를 취할 유인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2017년 대북제재 이전 수준이라면, 북한이 추가 조치를 서두를 이유가 사라진다는 말이다.

한편, 일본과 같은 동맹국을 어떻게 조율할 것이냐는 문제도 남는다. 일본으로서는 북한의 핵동결이나 부분적 핵군축 합의가 있더라도 핵 위협이 상존하므로, 강한 불만을 제기할 가능성이 남는다. 일본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결국 수용하더라도, 이에 상응하여 일본의 요구 일부를 수용해야 할 것이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핵무장화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언급한 바 있는데, 당장 일본의 핵 무장화는 아니더라도, 어떤 무언가 일본의 군사, 외교적 요구를 미국이 수용해야 할 것이다.

② (북한이 핵신고서 제출이나 비핵화 시간표 합의를 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최종적으로 확인한 후) 대북정책의 전환을 시도할 가능성. 즉 대북제재를 다시 강화하면서, 북한에 대한 최대압박으로 복귀하는 경로. (여기에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재개도 포함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최근 남북관계 진전에 매우 적극적인 한국을 통제할 수 있냐는 문제가 있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는 현실도 있다. 북한이 핵 실험이나 미사일 실험과 같이, 유엔 제재를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경우, 최대압박으로 복귀를 밀어붙일 주변국의 동의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현재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두 가지 선택지 중에서 어떤 것도 선택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과 2차 정상회담은 미국의 대북정책에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다.

5. 평화운동의 역할

6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짧은 시간 내에 북한의 비핵화가 가능할 것이며, 이를 전제로 한반도와 동아시아 정세에 급격한 변화가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가 점점 옅어지고 있다. 북한의 권력승계가 마무리되면서, 앞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북한이 핵무장력을 보유해야 할 상징적 이유나 실제적 이유가 크게 줄어들었으므로, 북한이 궁극적 비핵화를 수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최소한 현재까지 상황을 볼 때는 그러한 낙관적 전망보다는, 북한의 의도가 핵무장을 전제로 한 핵동결이나 부분적 핵군축이 아니냐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그런지, 북한의 의도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의사결정은 고도로 집중되어 있고, 여론 동향을 직접 파악할 길이 없으므로, 현재로서는 왜 그런지 단지 ‘추측’만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을 성공으로 간주하냐, 실패로 간주하냐는 문제와 상관없이 북한의 핵 보유가 객관적으로 엄존하는 현실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이런 조건이라면,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협상을 성공으로 규정하더라도, 실제로는 북한의 핵 보유에 군사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의 수위를 지속적으로 높일 가능성이 크다. 즉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협상을 치장하면서도, 그 이면에서 특히 미일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이를 연결하는 한미일 군사동맹을 강화할 구체적 조치를 취할 것이다. 아베 정부가 올해 가을 임시국회에 헌법 개정안을 제출할 의사가 있음을 밝힌 것은 우연이 아니다. 또한 최근 2018년 10월 미국 <전략국제연구소>는 <21세기를 위한 미국-일본 동맹의 갱신: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한 동맹>(www.csis.org/analysis/more-important-ever)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대담한 발상을 주창했는데, 북한의 핵 위협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미일 군사협력을 한 단계 강화하기 위해 연합합동지휘 구조를 창출하고, 미국-일본 미국–한국을 잇는 삼각 군사동맹을 재활성화해야 한다고 특히 강조했다.

따라서 동아시아의 핵무장,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에 대항하는 반핵·평화운동의 역할이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우리 민족끼리”, 또는 “민족자주”라는 이름으로, 북한의 핵무장 문제를 상대화하는 태도를 특히 경계해야 한다. 북한의 핵무장 유지는 동아시아 전반의 핵무장 밀도의 강화, 무장충돌 위험의 증가라는 민중 절멸의 위험을 지속적으로 높일 것이기 때문이다.

[후기]

보도에 따르면, 10월 8일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이 국제 사찰단의 방북을 허용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의전, 수송 등 문제가 합의되는 대로 사찰단이 풍계리 핵실험장과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방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도 김정은 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의 불가역적인 해체를 확인할 사찰단을 초청했다고 밝혔다.

현재 언론 보도 수준으로는, 앞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기로에 서 있는 미국이 택한 전략이 무엇인지 명확히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실효성 있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사찰단의 풍계리 핵실험장 방문이라는 조치를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미국이 그러한 선택을 계속 뒤고 미루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2차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1차 정상회담만큼이나 모호한 결과를 남길 수도 있다. 즉 2차 정상회담이 진행되더라도 분명한 다음 단계의 합의가 있을지 여부도 아직 장담할 수 없다는 뜻이다. (2018년 10월 8일.) <끝>

필자소개
| 사회진보연대 정책교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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