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산도 공항 건설 여부 결정
    국립공원위 심의 중단 “정치적 압력 탓”
    환경단체들과 이정미 의원 등 총리 예전 공약사항의 영향 지적
        2018년 10월 04일 04:5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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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부가 흑산도 공항 건설 여부를 결정하는 국립공원위원회(위원회)의 심의 중단 결정을 내리면서 ‘정치적 압력’에 의한 월권 논란이 일고 있다. 흑산도 공항 건설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남도지사 시절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사업으로, 환경단체에선 안전성, 환경성, 경제성의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해왔다.

    42개 환경단체가 모인 한국환경회의,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정미·바른미래당 이상돈 의원은 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의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중단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에 정치적 압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위원 다수가 흑산도 공항 건설에 반대해 심의가 계속될 경우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환경부가 일방적으로 심의를 중단시킨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지난 2일 보도자료를 내고 “흑산도에 소규모 공항을 건설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계획 변경’에 대한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업자인 국토교통부 서울지방항공청에서 흑산도 공항 건설에 관한 서류를 재보완해 제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것이 이유다. 환경부는 사업자가 재보완 서류를 제출하면 위원회를 다시 개최해 심의 절차를 속개할 예정이다.

    이러한 결정이 위원회의 독립성과 민주성을 무시한 것일 뿐 아니라 월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환경부에 위원회를 소집할 수는 있지만 심의 중단 등 운영 권한은 위원장과 위원에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19일 위원회는 제124차 회의를 개최해 밤까지 안건의 표결 처리 여부를 놓고 격론을 이어갔으나 정회했다. 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국립공원위원회 위원장인 박천규 차관이 위원들의 표결 요구를 거부했고 흑산도 공항 건설을 주장하는 신안군수에 의해 2시간 넘게 감금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결국 위원회는 오는 5일 이전에 속개하기로 하고 이날 회의를 중단했다. 그러던 중 환경부가 일방적으로 심의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김홍철 한국환경회의 운영위원장은 “환경부와 (위원회 위원장인) 환경부 차관은 국립공원위원회의 실질적 역할과 권한을 포기했고 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을 무력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환경부가 부처의 권한도 아닌 심의 중단 발표까지 한 데엔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흑산도 공항 건설은 현 국무총리인 이낙연 전 전남도지사가 공약한 역점 사업이었다.

    이정미 의원은 “흑산도 공항 건설은 환경성, 경제성, 안전성 모두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줄기차게 나왔고 이에 대한 어떤 반대 논리를 접해본 바가 없다”면서 “그럼에도 이것이 현 국무총리의 예전 공약사항이었다는 정치적 이유가 아니라면 어떻게 이렇게 밀어붙일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지난 19일 회의 당시 박천규 차관이 신안군수에 의해 감금된 것 역시 ‘셀프 감금’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온다.

    한국환경회의는 지난달 21일 성명을 내고 “신안군수가 심의장에 난입해 공무 관계자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박천규 차관 본인을 감금하는 등의 공무집행을 방해했음에도 (환경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오죽하면 관계자들 사이에 박천규 차관의 셀프 감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설악산 케이블카 논란 당시 건설에 반대했던 환경단체들을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엔 심의 자체를 파행으로 몰아간 신안군수에 대한 어떤 법적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김홍철 운영위원장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남도지사 시절에 관심을 갖고 있던 핵심 사업이고 문재인 대통령 역시 대선 후보 때 흑산 공항 지원을 얘기했다. (환경부가 심의 중단을 결정한 것은) 정치적 이유가 있다고 본다”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위원회 운영 과정에 외부 압력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회의는 “이번 심의에서 눈에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온갖 종류의 정치적 압력이 국립공원위원회에 쏟아지는 등 과거 정권에나 가능한 모든 악습이 반복됐다”며 “(정부는) 국립공원위원회에 대한 정치적 압력과 폭력을 멈추고 독립성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환경부가 심의를 중단하기로 한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미 의원은 “환경부는 정치적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오늘이라도 이 문제를 전향적으로 재검토하고 국민 상식에 부합하는 흑산도 공항 중단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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