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재철 정보폭로, ‘국가기밀 탈취사건’?
    여권 일각, X파일 폭로 노회찬 의원직 상실과 비교
        2018년 10월 04일 12: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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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청와대와 정부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정보 입수 경위의 불법성을 제기하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세가 도를 넘고 있다. 여당 일각에선 심재철 의원의 불법성 입증을 위해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삼성 X파일 사건 폭로로 의원직이 상실된 사례까지 언급하고 있다.

    민주당은 청와대·정부의 업무추진비(업추비) 공개가 ‘국가기밀 탈취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심재철 의원과 자유한국당은 불법행위를 저지르고서도, 벌써 한 달째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며 “국가기밀을 빼돌리는 범법행위를 하고도 국민 알권리를 앞세워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는 사람이 피해자일 수 없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4일 오전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서도 청와대·정부 업추비 공개가 “굉장히 중대한 불법행위”라며 “100만 건을 다운로드 받아서 폭로했는데 그 폭로 자체가 너무 사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과 심재철 의원이)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내용이 있다거나 정국을 반전하기 위해서 이걸 좀 활용해야겠다고 오판을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방송화면 캡처

    심 의원과 자유한국당은 청와대·정부 공무원들이 심야시간과 공휴일에 이자카야, 펍, 식당 등에서 사용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공무원들이 카드 쓴 내역까지 국가기밀이라고 해놓으면 도대체 무엇이 국가기밀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야당들 역시 청와대 업무추진비 공개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을 위해 필요한 의정활동이라고 보고 있다.

    법조계 출신인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같은 매체와 인터뷰에서 “(법적인 문제는) 최종적으로 법원에서 판단할 일이지만 (정보 입수 경위가) 불법으로 (판단돼) 유죄가 나오기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행정부의 활동을 감시해야 하는 것이 책임이고,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자료들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것은 국민들의 알권리나 국회의원의 직무를 고려해 봤을 때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17일 기재부는 심 의원을 비롯해 보좌진 등을 재정정보 유출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심 의원실 압수수색까지 벌였다. 자유한국당은 ‘야당 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으나, 민주당 소속 국회 기획재정위 위원들은 심 의원의 기재위 사퇴를 압박하고 나섰다.

    김 원내대표는 “재정정보원의 시스템 오류 문제도 기재부가 반성해야 하지만 (기재부는) 해당 상임위원회 국회의원을 국정감사 앞두고 고발했다”고 “특히 여당은 해당 상임위원회 위원을 사퇴하라고까지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스스로 국회의 권한, 권위를 깎아내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청와대·정부 업추비 공개에 대해 국민 알 권리를 위해 필요한 의정활동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민주당이 정보 입수경위에만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여론몰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1일 상무위에서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청와대 업무추진비 용처를 폭로한 이유는 세금의 쓰임에 관한 것”이라며 “본인이 밝혔듯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의정활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표창원, 노회찬 사례와 심재철 사례 비교하며 과정 적법성 거론
    김관영, “노회찬 의원직 상실 유죄 판결, 과연 옳았는지 의문 들어”

    여당 일각에선 고 노회찬 원내대표이 삼성X파일 녹취록 폭로로 의원직을 상실한 사례까지 언급하고 있다. 삼성X파일 녹취록 폭로 사건은 2005년 노 원내대표가 삼성에 뇌물을 받은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해 한 사건이다. 노 원내대표는 폭로 이후 사건의 이해당사자인 검찰의 조사와 법원의 판단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했다. 불법적으로 입수한 정보를 무단으로 공개했다는 혐의였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와 인터뷰에서 “(심 의원이) 접근할 수 없는 영역에 불법적인 접근을 해서 확보해서는 안 될 자료를 확보했다”면서 “과거 고 노회찬 의원이 안기부 X파일, 삼성 X파일을 공개했을 때 그 내용은 진정성 있고, 사회적으로 옳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했지만 방법상의 문제가 있다고 해서 의원직까지 박탈되는 실형 선고를 받았다. 이 사례와 비교해본다면, 심재철 의원도 야당 탄압이라는 일방적인 주장만 할 게 아니라 자료 접근의 합법성에 대해 입증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표 의원은 더 나아가 “취지와 결과가 좋으면 도둑질을 하건, 살인을 하건 괜찮단 말인가. 방법과 수단의 적법성이라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김관영 원내대표는 “자료 유출을 원하지 않거나, 자료 유출로 인해서 타격이 있는 쪽에서는 항상 그것(입수경위의 불법성)을 주장한다”고 반박했다. 비슷한 사례로 최순실 국정농단의 증거가 담긴 태블릿PC가 언론에 공개됐을 당시 자유한국당, 조선일보 등은 태블릿PC 입수 경위의 불법성에만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김 원내대표는 “노회찬 의원이 삼성 X파일 폭로로 의원직까지 상실한 것이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과연 그 유죄 판결이 옳았는가, 정의에 부합하는가, 라고 하는 것은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윤소한 원내대표도 “정보를 입수한 경위의 합법, 불법성만으로 야당의 의정활동을 여론몰이로 위축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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