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개혁 논의 부진,
    민주당·자유당 양당 때문“
    바른미래·민주평화·정의당과 정치개혁공동행동 등 선거제도 개혁 촉구
        2018년 10월 02일 04: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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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내·외 정당과 57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동형 비례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선거제도 개혁에 연대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거대양당은 선거제도 개혁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정작 논의엔 소극적인 상황이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민중당, 녹색당, 우리미래, 정치개혁공동행동은 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시일 내에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구성될 수 있도록 할 것과 거대양당이 책임 있는 태도로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현재 정치개혁 논의가 정체되고 있는 것에 관한 일차적인 책임은 국회의 거대 양당인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에 있다”며, 특히 민주당에 대해선 “교착 상태에 빠진 국면을 타개하고 선거제도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제도 개혁 촉구 기자회견(사진=유하라)

    “자유한국당, 오늘이라도 특위 명단 제출하라”

    후반기 국회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꾸렸지만 특위 위원 구성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죽음으로 정의당이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하자, 자유한국당은 심 의원의 위원장직을 인정할 수 없다며 특위 위원 명단 제출을 거부하는 등 파행으로 몰아갔다. 당시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의 야당들은 강하게 반발했으나, 민주당은 별도의 입장도 내지 않은 채 논의 자체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특위 활동기한이 연말까지로 한정돼 있어 이날 특위가 가동되더라도 논의할 기간은 3개월밖에 되지 않는다. 내달 있을 국정감사, 법안심사와 예산심의 등 국회 일정까지 감안하면 논의 시한은 더 촉박하다. 특위 가동을 더 미뤄졌다간 2020년 총선을 현행 선거제도 하에서 치르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내년 4월이면 총선을 어떤 선거제도로 치를지 결정해야 한다. 그러려면 12월 정기국회까지 합의안 만들어야 한다”며 “정당 간 큰 견해차이가 있지 않은 만큼 (두 거대양당의) 의지의 문제만 남았다. ‘민심 그대로의 국회’를 드리겠다는 의지만 확고하다면 내일 당장이라도 모여서 합의안 만들 수 있다”고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압박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도 “자유한국당과 민주당만 뜻을 같이 하면 선거제도 개혁은 올해 국회 통과가 가능하다”며 “민주당 지도부가 선거제도 개혁에 인식을 같이하고 있고 자유한국당도 대표연설을 통해 선거제도 개혁 의지를 천명한 만큼 조속히 정개특위를 가동해서 결실을 맺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선관위 제안한 선거제도 개편안에서 정수만 조정하면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는 방안이 도출될 수 있다. 논의 테이블에 빨리 앉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52%의 사표 막아내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사회·경제적 약자를 정치적 강자로”

    원내외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당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국회예산 동결을 전제로 국회의원 정족수 확대 ▲선거권·피선거권 연령 인하와 청소년 참정권 확대 ▲유권자 표현의 자유 확대 ▲여성대표성 확대 ▲정당설립 요건 완화 등의 제도 도입하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현행 선거제도는 승자독식 중심의 구조를 띄고 있어서 표의 등가성을 깨뜨리고, 민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등 적지 않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며 “현재의 선거제도는 전면적 개혁이 불가피하며, 한국정치의 변화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실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제도 개혁은 단순히 국회의원을 뽑는 제도 변경의 문제가 아니다. 강남3구 다주택자나 수십억의 재산을 가진 이들만 모인 기존의 국회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농민, 자영업자, 청년, 노동자를 대변하는 이들로 구성된 국회를 만들자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정동영 대표는 “국민들은 ‘국회에서 자기들끼리 제도 고치는 건가보다’ 생각하시는 것 같다. 하지만 선거제도 개혁은 국회의원들을 위해서 제도 바꾸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회에서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절대다수 차지하는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국회에 담아 정치적 강자로 만들자는 것이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절반이 넘는 사표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필요성은 19대 국회부터 요구되어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역시 지난 총선 전 발표한 선거제도 개편안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담았었지만 거대양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정 대표는 “유권자 48%는 자기가 뽑은 국회의원이 국회에 들어와 있는 반면, 그보다 많은 52%의 유권자들은 자신이 찍은 후보자가 낙선했다. 즉 52%의 사표가 발생한 것”이라며 “이 사표를 없애는 제도가 연동형 비례제도”라고 강조했다.

    선거제도-개헌 투트랙으로
    “선거제도 개혁, 정치개혁 시발점될 수 있어”

    자유한국당은 선거제도 개혁이 개헌 논의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제도에 비해 여야 이견이 첨예한 개헌이 패키지로 다뤄질 경우 선거제도 개혁까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20대 국회 상반기 때 구성됐던 정개특위에서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유야무야 끝난 것 역시 여야가 개헌안에 절충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정강자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개헌과 선거제도는 분리해서 투트랙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해 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회견 직후 ‘개헌 문제를 함께 다뤄야 한다는 자유한국당의 입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개헌 문제는 당장 다루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이미 개헌안을 제출했지만 국회에서 협의를 안 하지 않았나. 개헌 문제를 얘기하면 끝이 없다”고 덧붙였다.

    손 대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짚으면서도, 선거제도 개혁이 우선이라는 뜻을 거듭 피력했다.

    그는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모든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돼서, 이를테면 청문회 후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내지 않아도 대통령이 임명하면 그만인 상황이다. 국회의 권위를 확보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책임”이라면서도 “국회 정개특위에서 선거제도 개선으로 국민의 대표성을 보장하고 그것을 통해 국회의 힘을 강화하는 정치개혁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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