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가법’엔 미적대던 국회
    건물주 위한 조세특례법은 날림 처리
    예상 비용 등을 담은 비용추계서도 생략하며 입법
        2018년 10월 02일 12: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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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가 합의해 지난달 20일 상가임대차보호법(상가법)과 함께 패키지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계약갱신청구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해 임차인의 생존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의 상가법을 통과시키는 조건으로 자유한국당이 제안했다. 그런데 이 개정안은 과연 조세정의라는 대원칙을 지킨 법안일까.

    해당 개정안에 대한 논란은 3가지 정도로 추려진다.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개정안임에도 비용추계도 하지 않은 채 ‘날림입법’했다는 것, 임대소득만 연 7500만원을 벌어들이는 건물주에게 법인세 5%를 감면해주는 개정안의 ‘과도한 혜택’, 이 개정안을 큰 이견 없이 처리한 국회의원과 그의 가족들 다수가 상가 건물의 주인인 ‘이해당사자’라는 점이다.

    임차인 생존권 걸린 ‘상가법’엔 미적대던 국회
    건물주 위한 법은 날림으로라도 처리

    미흡하긴 하지만 이번에 처리된 상가법은 임차인들이 건물주의 횡포 속에서 겪어온 수년간의 고통과 투쟁의 결과물이다. 서촌 궁중족발 사건이 거대 언론사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동력을 얻었지만 그 이전에 국회는 상가법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었다.

    ‘민생법안’인 상가법 처리엔 미적댔던 국회는 건물주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개정안은 전광석화처럼 통과시켰다. 지난 7월부터 여론의 주목을 받으며 상가법 처리가 불가피해지자 자유한국당은 건물주에게 혜택을 주는 법안을 함께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상가법 처리가 미뤄졌고 급조된 개정안은 본회의 전날인 19일 발의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 개정안을 겨우 1시간여 논의한 후 법제사법위원회에 넘겼고 이날 저녁 본회의에서 무리 없이 통과시켰다.

    예산 소요가 있는 법 개정은 예상 비용 등을 담은 비용추계서가 있어야 하지만 여야는 ‘긴급한 사유’를 이유로 비용추계서 제출을 생략해버렸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다수인 기재위 위원 사이에서도 일부를 제외하곤 큰 이견은 없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시개혁센터 팀장은 2일 오전 MBC 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에서 “정확한 그 예산, 그러니까 누구한테 어떤 수혜가 갈지에 대한 검증도 없이 급조돼서 법안이 처리됐다”고 지적했다.

    남 팀장은 “(이 개정안으로) 정부가 210억 원 정도 세수 감소를 예상을 했다. 그런데 그 예측 기준과 관련 근거들이 정확치 않다”며 “210억 원을 예측하면서 부동산 임대업자 소득 7500만 원 이하 소득자들을 산출하는 과정이 그 안에 상가임대소득만이 포함된 것이 아니라 주택임대까지 같이 포함이 됐다.

    조세특례법, 연 7500만원 버는 ‘영세한 임대업자’를 위한 법?

    더 큰 문제는 이 개정안의 내용이다. 개정안은 임대소득이 연 7500만원 이하인 건물주가 5년 이상 상가건물을 빌려주고 임대료를 연 3% 내에서 올릴 때, 소득세·법인세를 5% 감면해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다른 소득과 별개로 임대업으로 벌어들이는 소득만 따져서 세제혜택을 주는 것이다. 임대소득 연 7500만원인 건물주는 매월 ‘임대소득만’ 625만원을 벌어들인다.

    남 팀장은 “(임대소득 연 7500만원을 올리는 경우) 수익으로 따져보면 15억 원 가량 건물을 소유했다는 뜻”이라며 “더 큰 문제는 임대소득에 대해서만 분리해서 (그 외에 다른 소득이 있더라도) 7500만 원 과세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7500만 원이라는 기준을 세워서 영세한 임대인에 대해서 세제혜택을 주겠다는 것인데 이 기준(임대소득)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과도한 소득자에게 세금을 감면해주는 특혜를 주는, 국민적 상식에도 어긋난다는 개정안”이라고 비판하며, 특히 “최저임금 소득자의 경우도 모든 세금을 다 내고 있지만 전혀 감면되는 것이 없다”고 짚었다.

    조세특례법 통과시킨 거대정당의 진짜 속내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은 시장에서 건물주의 권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보여준다. 그런 이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개정안은 당연히 ‘과도한 특혜’라는 비판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여야가 이 개정안을 처리한 데엔 그들의 이해관계가 달려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남 팀장은 “(개정안을 논의한 상임위) 회의록을 봤을 때는 상당수 국회의원들이 임대인들에 대해서 혜택을 주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었다”며 “개정안에 문제를 제기했던 분들은 한 두 분 정도에 불과했고, 나머지 대부분 의원들은 ‘당연히 혜택을 줘야 된다’, ‘얼마큼 더 줘야 하나’ 등 이에 대한 논의들을 살펴서 가자라고 했던 분들이 상당수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국회의원 재산변동 공개목록’을 살펴보면, 여야 의원 60명이 본인 또는 가족이 상가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소속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이 20명, 자유한국당 26명으로 가장 많았다. 바른미래당 9명, 민주평화당 3명, 무소속이 2명이었다.

    남 팀장은 “본인들도 그런 걸(상가건물) 가지고 있고 만약에 거기서 일부 제한이 있다면 거기에 대해선 반대급부를 줘야 한다는 그런 인식들이 있지 않았을까, 그런 인식이 법안 처리까지 간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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