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족탕 먹고 싶다
[내 맛대로 먹기] 콜라겐의 기능
    2018년 09월 21일 09:34 오전

Print Friendly

6년 전에 레디앙에 요리에 관한 이야기를 연재했다. 요리 만드는 법은 인터넷 검색만 해도 줄레줄레 쏟아져 나오는 판이라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었다. 나는 요리법보다 음식을 사이에 놓고 사람들 사이에 오고가는 사연을 푸근하게 비벼 넣고 싶었다. 음식 만들어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일이야 일상이 되다시피 했으니 어려울 것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연재는 불과 일 년도 이어가지 못했다. 음식을 만드는 것보다 사람들의 사연을 함께 버무리는 일이 어려웠다. 그 사이에 박근혜 씨가 덜컥 대통령이 되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에서 더 나아가 노조 혐오증을 노골적으로 정부 정책에 반영하기 시작하자 여기 저기 작은 공공기관들도 노조를 만들기 시작했다. 노조 일은 늘어났고 싸울 일도 많아졌다. 원고 독촉에도 불구하고 마감을 몇 번 넘기고 나니까 얼굴도 곧 두꺼워졌다.

그렇게 6년이 지났다. 그 동안에도 틈만 나면 사람들 불러 모아 음식과 술을 챙기는 일은 변함없이 내 즐거운 일과 중의 하나였다. 레디앙은 작년 10월에 창립 11주년을 맞아 첫 후원의 날 행사를 가졌고, 그 날 모여든 동지들에게 풍성한 음식을 차려낸 것도 가슴 벅찬 추억으로 남았다. 이제 막 노조를 시작한 비정규직지부 간부들을 집으로 불러 힘을 모으고, 바쿠스 테라피라는 이름까지 붙이며 당원들을 모아 지방선거의 여독을 함께 풀기도 했다.

그렇게 지나온 얘기를 풀어내면 연재가 무어 그리 어려울까? 다시 쓰겠다고 했다. 그러고도 한참 지났지만, 쓰기로 했으니 즐겁게 쓴다. 무엇부터 쓸까, 하면서 냉장고를 열어 봤더니 냉동실 바닥에 우족 한 꾸러미가 놓여 있다. 이번 주는 우족탕으로 너끈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겠구나.

우족탕, 콜라겐 덩어리

우족, 우리 아이들은 어릴 때 우족탕을 끓이면 ‘소발탕’이라고 부르면서 킬킬대곤 했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 이따금 별미로 해주거나 아이들만 남겨놓고 여행을 떠날 때 아이들이 손쉽게 차려먹을 수 있도록 했던 음식이다. 어른들에게는 우족에 사골, 도가니 등을 섞어서 풍성하게 차려내도 좋지만, 우족 한가지만으로도 깔끔하고 구수한 우족탕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우족탕은 콜라겐 덩어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혹시라도 콜라겐의 기능에 대해서 과신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콜라겐에 대해서 아는 체부터 한다. 콜라겐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결합조직의 주성분이다. 우리 몸에 존재하는 단백질 중에서 가장 비중이 커서 전체 단백질의 3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피부 단백질의 70%, 연골의 50%가 콜라겐으로 이루어져 있고, 사람의 몸에 존재하는 모든 세포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동물에서 콜라겐은 공통적으로 발견되며 특히 포유동물의 살과 결합조직을 구성하는 주요 단백질이다.

주름과 피부의 노화에 중요한 피부 진피층의 70%는 콜라겐이 차지하고 있다. 피부 진피층은 피부의 수분 함량을 유지하여 탄력있는 피부를 만들어 준다. 콜라겐의 생성을 촉진한다면 주근깨나 주름을 개선하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소장에서 흡수된 영양소도 콜라겐을 매개로 하여 각 장기나 조직에 운반되고 노폐물도 콜라겐을 통해 혈관으로 운반되어 몸 밖으로 배출될 수 있다. 콜라겐은 인대나 연골 등의 중요한 구성요소로서 과도한 부하나 손상으로 변화가 생겼을 때 새로운 세포로 교체하고 정상 조직으로 교체하는 역할을 한다. 콜라겐은 머리카락을 구성하는 케라틴이라는 단백질과 구조가 똑같다.

사람의 몸에서 콜라겐이 갖는 중요성이 이렇게 크고 다양하니까 마치 콜라겐이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것처럼 과잉 광고가 나돌고 콜라겐 상품들이 시중에 쏟아지고 있다. 콜라겐을 먹거나 바르면 피부는 아기 피부가 되고, 눈은 좋아지며, 관절염은 낫고, 대머리는 머리가 다시 나고, 위장도 좋아지고, 혈관이 튼튼해진다는 식이다. 과연 그럴까?

우리 몸을 구성하는 어떤 물질이 결핍되었을 때 약이나 음식으로 그것과 똑같은 물질을 음식으로 먹으면 곧바로 보충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콜라겐은 단백질이다. 단백질은 여러 가지 아미노산이 모여서 구성되기 때문에 그것을 먹으면 소화기관을 거치면서 각각의 아미노산으로 쪼개져서 흡수된다.

콜라겐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소화되고 나면 글리신, 수산화프롤린, 수산화라이신 등 콜라겐을 구성하고 있던 아미노산들을 섭취한 것이며 이들 아미노산은 다시 새로운 단백질을 만드는 데 주로 쓰이게 된다. 콜라겐을 먹는다고 해서 콜라겐이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몸 속에서 콜라겐을 많이 만들어지게 하거나 콜라겐이 덜 파괴되도록 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비타민 C로 알려져 있다. 비타민 C는 수용성이라 많이 먹어도 몸안에 축적되지 않으니까 맘 놓고 먹어도 되겠다. 다만, 비타민 C는 산(ascorbic acid)이라 위가 약한 사람은 속이 쓰릴 수도 있으니 음식물과 함께 먹는 것이 좋다.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도 지나갔고 어느 새 추석이 다가온다. 차례 음식 장만하러 가는 길에 우족 하나 사와서 뜨끈뜨끈한 우족탕을 끓여 보시라.

첫 번째 고아낸 우족탕은 맑고 고소하다. 두 번째 고아낸 우족탕은 뽀얗고 담백하다. 거기에 우족에서 발라낸 연골조직을 건더기로 넣어 먹으면 맛이 더 풍부해진다. 세 번째는 우족의 껍데기와 발라낸 뼈를 갖고 한번 떠 고아낸다. 물론 껍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뼈만 남겨 삼탕을 해도 좋다. 한번 고아낼 때마다 식힌 다음에 기름기를 걷어낸다. 먹고 남은 우족탕은 한 번 먹을 분량으로 나누어 냉동했다가 속이 헛헛할 때 꺼내어 끓여먹으면 좋다. 이틀쯤 틈틈이 신경을 써야 되는 것 말고는 결코 어렵지 않다.

<재료>

우족 1개(약 1.5kg)
황기 1뿌리
대파와 소금 약간(먹을 때)

<만드는 방법>

1. 우족을 찬물에 3-4시간 담가서 핏물을 빼고 흐르는 물에 한번 씻어낸다.

2. 우족이 잠길 만큼 물을 끓인 다음 우족을 넣어 핏물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팔팔 데치고 찬 물로 씻는다.

3. 우족을 데치기 전에 5리터 가량의 물을 준비하여 황기 한 뿌리를 넣고 끓인다.

4. 데친 우족을 끓는 물에 넣어서 팔팔 끓으면 약불로 뭉근하게 3-4시간 끓인다.

5. 물의 양이 절반쯤으로 줄어들면 국물은 따라내고 다시 5리터 가량 물을 더해서 같은 방법으로 끓인다.(재탕)

6. 우족에서 연골조직은 따로 분리하여 우족탕의 건더기로 쓰고, 흐물흐물해진 껍질과 뼈를 발라내어 물을 5리터 더하여 끓인다.(3탕)

7. 고아낸 국물을 모두 합하여 냉장(단기) 또는 냉동(장기)하여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어 먹는다.

필자소개
이성우
전 공공연맹 사무처장이었고 현재는 공공연구노조 위원장이다. 노동운동뿐 아니라 요리를 통해서도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남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