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용역업체 노동자들
노조 탈퇴 압박, 차별 등 탄압 극심
KT 본사, 노조 있는 협력업체에 불이익 등 부당노동행위 의혹
    2018년 09월 19일 06:5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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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협력업체 소속으로 외선 케이블설비 설치·수리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든 후 노조 탈퇴 종용, 회유, 압박 등 전 방위적인 노동탄압과 각종 부당노동행위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40년 평생 KT 용역업체 일을 하면서 노예생활이나 마찬가지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대우를 받으며 죽어라 일을 해오다가, 현실을 바꿔보고자 노조를 만들었다. 하지만 노조를 만들자마자 KT 원청과 용역업체들의 노조 탈퇴 종용과 회유‧압박 등의 노동탄압이 시작됐다”며 “결국 각종 부당노동행위를 통해 노조 와해가 이뤄졌다”

황충연 KT상용직지부 사무장은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KT용역업체 통신노동자 노동실태조사 보고대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전국 9개 지역에 흩어져 있던 조합원 700명 정도가 뭉쳐 올해 6월 공공운수노조 KT상용직지부를 설립했다.

노조 탄압이 가장 극심한 지역은 전북이다. 올해 3월 전북지역 13개 협력업체에서 노조가 만들어진 당시 조합원 수가 115명에 달했지만 반년도 지나지 않아 절반 이상이 노조를 탈퇴했다.

황 사무장은 “(회사는)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한 달에 며칠밖에 일을 시키지 않았고 가정이 힘들어진 많은 조합원들이 회사의 탈퇴 압박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보고대회 모습(사진=공공운수노조)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가 발표한 하반기 시중노임단가는 통신외선공 28만1811원, 통신케이블공 31만4268원이다. 그러나 KT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받는 일당은 절반 수준인 15만원에 불과하다. 노조를 만든 후 단체협약과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노조에 따르면, 회사 측은 노조의 요구를 거부한 상황이다.

황 사무장은 “사측은 임금동결을 말하면서 뒤로는 노조 와해 공작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조를 만들기 전까진 토요일도 무조건 일을 했는데 노조 만들고 나서부턴 일이 있어도, 수당을 줘야 한다며 쉬라고 한다. 여태까지 주말에도 일해 놓고 노조 만들고 나니 노동법 때문에 일을 못시키겠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노조가 생기기 전엔 휴일수당 미지급이 일상적이었던 회사가 노조가 생기고 나니 근로기준법을 핑계로 토요일 근무에서 조합원을 배제했다는 것이다. 일당제인 노동자들 입장에선 노조 가입 자체가 임금삭감이라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업무 배제에 이어 회사는 퇴직까지 강요하고 있다. 황 사무장은 “요즘 일을 안 시키니 퇴직금이 적어지니까 이참에 사직서를 받고 강제 퇴직금을 받으라고 강요한다. 노동자들은 퇴사할 마음도 없는데 자기들 마음대로 사직서를 쓰라고 한다”며 “1년 이상 일을 하면 퇴직금이 발생하는데 통신용역업체들은 노동자가 고발을 해야만 지급을 해준다”고 말했다.

외선 케이블설비 설치·수리 노동자들은 형식적으론 1년 단위로 계약을 하지만 대부분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은 채 수십 년을 일해 왔다.

공공운수노조의 의뢰로 전주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가 KT 53개 하청업체의 현장노동자 211명을 대상으로 올해 7~8월간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0.7%(104명)가 ‘작성하지 않는다’고 응답했고, ‘모르겠다’는 답변도 11.2%(23명)이나 됐다. 전체 노동자 중에 61.9%의 노동자가 사실상 근로계약서 없이 일한 셈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일용직 노동자 역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황 사무장은 “1년 단위로 계약을 한다고 하지만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고는 심지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11개월만 일한 것으로 신고한다. 지금까지 12개월 일을 시키고 서류상에서 한 달을 누락 신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없었던 근로계약서엔 장시간 노동을 합법화하기 위해 악용되는 ‘악법’인 포괄임금제까지 포함됐다.

그는 “근로계약서에 그동안 받던 일급을 (회사) 마음대로 포괄임금제 형태로 만들어서 기본급을 10만원으로 낮추고 나머지 연장 휴일 연차 주휴 등을 맞춰서 일급 15만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리고 언제든 노동자들을 해고시킬 수 있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멋대로 만들어서 강압적으로 동의서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 업종은 길게는 40년까지 일한 고령의 숙련공이 대부분이다. 회사는 노조 설립 이후 60세 정년까지 만들며 노조 탈퇴를 유도했다.

황 사무장은 “일급제의 정년이 60세라면 대한민국 건설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일하지 말라는 거냐”며 “또 다른 업체에서는 나이 들어서 힘도 없고 작업도 빨리할 수 없으니 일을 계속하려면 일급을 조금 주겠다고 얘기하면서 실상은 노동조합 탈퇴를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에 따르면, 원청인 KT는 노조가 있는 업체에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업체의 노조 와해를 부추기고 있다.

황 사무장은 “KT 원청은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업체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주거나, 다음 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등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위험한 작업을 외주화하고 외면하는 KT 원청이 직접 책임 있게 나서서 사태를 해결하고 전국의 모든 KT 용역업체 통신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존에 없던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서를 만들어 강제로 사인하게 하거나 노동조합 탈퇴를 종용하고 압박하는 행위,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차별해 일을 시키지 않는 행위,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구두로 해고하거나 자택대기 시키는 등의 모든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하고 처벌해달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서면 모두발언을 통해 “KT상용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는 이유로 KT 본사가 직접 노무관리를 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이에 대해서도 특별근로감독 등 철저한 감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정의당 이정미·심상정 의원,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가 공동주최하고 정의당 노동이당당한나라본부가 주관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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