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의 없는 성관계’ 처벌
    이정미, 형법 개정안 발의
    ‘Yes Means Yes'···미국, 스웨덴, 독일 등에선 이미 유사 법안 입법화
        2018년 09월 03일 06: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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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3일 폭행·협박이 없는 상황에서 일어난 ‘동의하지 않는 성관계’도 처벌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상대방이 적극적이고 명시적으로 성관계 동의 의사를 밝히지 않을 경우 강간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이정미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법원은 저항 등이 있을 경우에만 강간으로 보는 이른바 최협의설에 입각해 판결해 왔다. 그러나 가해자의 폭행·협박으로 공포감을 느껴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한 경우, 저항으로 인해 더욱 심각한 폭행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어 저항하지 않은 경우, 또는 수치심에 구조를 요청하지 않은 경우 등 다양한 경우가 존재한다”며 “이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동의하지 않는 성관계를 처벌’하는 ‘거부 의사에 반하는 강간죄’를 도입한 ‘형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

    현행 법에선 저항이 곤란할 정도의 폭행·협박에 의한 강간 등만 강간죄로 구분해 처벌하고 있다. 추행죄 역시 항거 불능 정도의 폭행·협박을 전제한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했다. 이 대표가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이처럼 현행법이 지나치게 강간죄 등의 범위를 좁게 해석해왔던 것을 바로 잡아 ‘폭행이나 협박이 없는 상태에서 벌어진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를 강간죄로 처벌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특히 해당 개정안엔 기존 형법의 강간과 ‘추행의 죄’를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의 죄’로 변경하는 내용도 담겼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국가와 사회가 보호해야할 ‘권리’라는 점을 분명히 짚은 것이다.

    그는 “이 법안의 제출 의미와 관련해 세 가지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며 “‘거부 의사에 반하는 강간죄’가 도입이 된다면 ‘성관계를 할 때마다 물어봐야 하는 것이냐’는 질문이 제기되고 있는데,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는 피해당사자에게 커다란 수치심과 절망감을 안겨주는 범죄이지 그 무슨 무용담이나 자랑거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의가 없다면 성관계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이제는 우리 사회의 상식이 되어야 한다. 여러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이렇게 법을 운용 중”이라고 강조했다.

    폭력이나 강요는 없지만 상대방으로부터 명백한 동의를 얻지 않은 경우 강간죄로 처벌하는 해당 법안은 ‘예스 민스 예스’(Yes Means Yes)룰로도 불린다. 미국, 캐나다, 스웨덴, 독일 등 선진국에선 이미 유사한 법안들을 입법화한 상태이고 스페인에서도 입법 절차를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예스 민스 예스’룰은 미투운동을 계기로 필요성이 제기된 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자신의 수행비서인 김지은 씨를 성폭력한 사건의 1심에서 “위력이 행사되지 않았다”, “반항이 불가능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없었다”는 취지로 무죄를 받으면서 형법 개정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 대표는 이번 개정안에서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추행의 형량도 ‘15년 이하의 유기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을 강화했다. 기존 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 정도에 그쳤다.

    아울러 이 대표는 1심 재판부가 현행 법의 미비점을 근거로 무죄 판결을 내린 점에 대해서도 “남성 기득권에 갇힌 사법부”라고 비판하며 “(개정안 발의가) 1심 재판부의 결론에 대한 동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재판의 쟁점이 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는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도 권력 관계를 이용한 성폭력을 처벌할 수 있게 해 놓은 법”이라며 “위력은 있었지만 행사하지는 않았다는 1심 재판부의 판결은 위력에 의한 간음죄의 취지 자체를 위협하는 판결”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형법 개정안 발의는 사법부에 의해 미투 운동이 좌초하는 것을 막고, 보다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고자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며, 철저히 ‘여성 인권의 보호’라는 관점에서 이 법안이 다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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