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미군사훈련 재개 언급,
대북 압박과 중·미 패권경쟁 고려한 것
백악관 “현시점 아니지만, 재개하면 훨씬 큰 규모”
    2018년 08월 30일 12: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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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일정을 갑작스레 취소한 데 이어, 잠정 중단했던 한미군사훈련 재개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북미관계와 한반도 비핵화 일정이 안갯속에 빠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 같은 오락가락 행보가 북한에 대한 비핵화 압박보다는 미중관계에 있어 패권을 쥐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 역시 “미국이 황당한 이유로 한반도에서의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28일(현지시간) 국방부 브리핑에서 “현재로서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더는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보낸 편지에 미국이 비핵화를 위한 어떤 조치도 하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핵과 미사일 활동 재개”를 경고한 바 있다. 매티스 장관의 한미군사훈련 재개 가능성 언급은 이에 대한 맞대응 차원인 것으로 풀이된다.

매티스 장관은 또한 “몇몇 훈련이 중단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선의의 노력으로 이뤄진 것”이라면서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고 미래를 계산해 보겠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다음날인 2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매우 좋고 따듯한 관계라고 믿고 있다”며 “현 시점에 한미연합군사훈련에 큰돈을 쓸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은 마음만 먹으면 한국 및 일본과 즉시 군사훈련을 재개할 수 있다”며 “만약 그렇게 한다면 그것은 그 어느 때보다 훨씬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화적인 메시지를 던지면서도 한미군사훈련 재개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특히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와 중국 간 무역 갈등 때문에 북한이 중국의 엄청난 압박 하에 있다고 느끼고 있다”며 “우리는 중국이 북한에 돈을 포함해 연료, 비료, 그리고 다양한 상품을 포함한 상당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북미관계가 교착상황에 빠진 원인을 중국으로 돌린 것이다.

한미군사훈련은 지난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중단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환구시보의 이미지

앞서 중국은 미국이 방북 일정을 갑작스럽게 취소하면서 중국을 겨냥한 것에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25일자 사설에서 “백악관은 마치 (중국이라는) 좋은 핑계거리 하나를 발견한 것 같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중국의 무역전에 있어서의 단호한 반격을 연계시키는 것인데, 이로써 미국 국내의 김정은-트럼프 회담 성과에 대한 의혹을 완화시키고, 부단히 상승하는 백악관의 무역정책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에 회답함해 중간선거에 앞서 더 많은 지지표를 획득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국내 정치에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또한 “현재 미북 대화가 정체되고 있는 것은 그 주요한 책임이 미국 측에 있다”며 “(비핵화와 관련한) 실질적인 정책 변동이 요구될 때 백악관은 다시 자신의 북한정책의 기점으로 되돌아갔으며, 북한이 가장 중시하는 안전보장 문제에 있어 계속해서 강한 압박을 유지하였다. 이번에는 다만 백악관이 중국으로 하여금 이 누명을 쓰도록 하려는 것에 불과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국내 전문가도 한미군사훈련 재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북한과 중국을 함께 압박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0일 오전 MBC 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이 큰 그림은 비핵화보다는 미중 패권경쟁이 깔려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적인 지원을 무기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 개입하려고 한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라며 “중국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 들어오면 비핵화보다는 미중 간의 패권협정에서 미국의 군사적 역량을 약화시키는 게 목표가 된다”고 말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도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이 건 한 가지를 가지고 북한과 중국을 모두 압박하는 것이다. 비핵화도 압박하면서 미중 통상 분쟁에 있어서도 중국을 몰아붙이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혹시라도 (중국을 압박하는 것이) 트럼프의 출구 전략일까봐 우려스럽다”며 “(미국 중간선거)가 끝나고 북한이 계속 저렇게 나오면 트럼프가 (북미 관계에 대해) 급격하게 관심을 잃어버릴 수 있고, 이 판을 깨고자 할 때 그 탓을 북한과 중국에 하기 위해 예비적으로 던진 것이라면 좀 우려스럽다. 하지만 아직 그쪽 측면까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은 한미군사훈련 할지 말지를 정해야 될 시점이 아니다. 이런 국면에서 한미군사훈련 재개를 운운한다는 것은 ‘북한이 하기에 달렸다’라고 하는 전술적 차원인 것 같다”면서 “(북한에 핵리스트를 받아내기 위해) 미국이 여러 가지 압박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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