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 8명
항소심에서 전원 무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15건 무죄
    2018년 08월 23일 05:1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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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8명이 관련된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모두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6월 28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후 첫 항소심 무죄 선고다.

창원지방법원 제1형사부(류기인 부장판사)는 23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양심적 병역거부자 A씨 등 8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월의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06년부터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됐다며 병무청에 군 입대를 거부해 재판에 넘겨졌다.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방송화면 캡처

앞서 1심 재판부는 “종교적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병역법 제88조 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대체복무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은 현행법 하에서 병역법 위반의 고의도 충분히 인정된다”며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 종류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며 1심의 유죄 판결을 뒤집었다.

항소심 무죄는 2016년 광주지법(김영식 부장판사)과 지난 2월 부산지법(최종두 부장판사) 이후로 3번째다.

재판부는 “A씨는 양심의 자유에 따라 군사훈련이 수반된 사회복무요원 입영을 거부한 것이지 무조건적 병역기피를 한 것은 아니다”며 “대체복무제도가 있다면 대체복무 수행이 기존 병역의무 수행보다 기간이나 내용 면에서 더 무겁다 하더라도 이를 선택해 병역의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체복무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현행 제도에서 A씨의 입영 거부는 양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부연했다.

2004년 처음으로 이정렬 서울남부지법 판사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후 무죄 판결은 모두 104건에 달한다. 2016년까지만 해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선고를 내린 횟수는 한 자리 수를 넘기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44건, 올해 들어선 이날까지 43건의 사건이 무죄를 받았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법원의 무죄 선고는 헌재 결정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읽힌다. 앞서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이후 법원들은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15건이 무죄를 선고했다.

헌재 결정으로 정부와 국회도 대체복무제를 규정한 병역법 개정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국방부는 육군 현역병 기준 2배인 36개월 또는 1.5배인 27개월을 검토하고 있다. 연간 500명 수준을 정원으로 복무기관은 소방서와 교도소, 국공립병원, 사회복지시설 등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병역기피 악용을 막기 위해 ‘대체역 심사위원회’(가칭)를 구성해 대체복무 신청자의 적격성을 판정하도록 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종교인, 심리전문가, 의사, 법조인 등 외부 민간인으로 꾸려지며, 국무총리실이나 법무부 또는 병무청 산하기관으로 설치되지만 독립적인 지위는 유지하도록 할 방침이다.

국회 내에선 대체 복무기간이나 분야 등 대체복무 방식을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박주민·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대표발의한 병역법 개정안에선 ‘사회복지 또는 공익과 관련된 업무’라고 명시하고 복무기간을 현역병의 1.5배로 제시했다. 반면 이철희 민주당 의원과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은 육군 병사 의무 복무 기간의 2배로 대체복무 기간을 제시했다. 특히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은 업무에 ‘지뢰제거 작업 투입’을 적시하고 복무기간은 현재 복무 기간이 긴 공군(현재 22개월)의 2배로 규정했다.

한편 국회는 내년 12월 31일까지 해당 법의 관련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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