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비판 단체 사찰
환경단체, 이명박 등 고발
당시 국정원과 청와대 수석 등 포함
    2018년 08월 20일 06: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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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환경운동가들을 불법 사찰한 사실이 담긴 국정원 내부 문건이 드러난 가운데, 환경단체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대한하천학회·환경운동연합·환경재단은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4대강 환경운동가 민간사찰, 국정원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직원과 문건 작성에 연루된 당시 청와대 수석들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은 “4대강 사업은 학계와 시민단체의 합리적이고 근거 있는 반대에도 이명박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였던 망국적 사업”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던 환경운동가와 양심적 학자 등을 탄압했기에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그러나 새 정부 들어서도 그에 대한 진상규명 및 책임자에 대한 수사와 기소는 매우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검찰의 수사를 촉구했다.

지난달 KBS가 보도한 ‘4대강 사업 관련 민간인 사찰 등 활동 내역’이라는 제목의 국정원 문건엔 2008년 12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진행된 사찰 내용이 총 9개의 항목으로 요약돼있다. ‘반대 단체 간 연대 방해를 위해 기업 후원금 모금 차단, ‘환경단체 핵심인물 24명의 신원자료 및 개인비리 수집’, ‘반대 단체 견제 방안으로 세무조사 압박’, ‘찬성단체 강화 방안으로 홍보 활동비 지원’, ‘종교계 반대 주도 단체, 개인비리 언론보도 추진’ 등이다.

해당 문건은 지난 3월 환경부 자료 요청에 따라 국정원이 스스로 조사해 내놓은 회신 내용이다. 특히 국정원이 사찰을 통해 만든 문건은 청와대 수석들에게 일일이 보고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2008년 9월 경 검찰 특수부는 환경운동연합을 압수수색하고 환경재단도 뒤이어 압수수색을 했다. 특수부가 시민사회단체를 압수수색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국장은 “지난달 KBS가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후원금 모금 차단, 세무조사 압박, 내부 갈등 유도, 핵심인물 활동 파악, 규탄집회 개최, 개인비리 언론보도 등이 담겨 있다”며 “이는 매우 형식적인 한 장짜리 문서로 누구를, 언제, 어떻게 사찰했는지 구체적 내용이 없다. 검찰은 사찰 내용에 대해 추가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국장은 “(공개된 문건은) 2010년 6월까지의 내용으로 직권남용에 관한 공소시효가 지난 것”이라며 “하지만 실제 현장 활동가와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까지 사찰 이어졌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검찰은 2010년 6월 이후 사찰이 있었는지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11년 간 기아차 사외이사를 했던 당시 기아차 임원이 와서 ‘국정원 때문에 시달려서 힘들다. 그만뒀으면 좋겠다’, ‘살려달라’고 해서 그만뒀다”며 “임채진 전 검찰총장은 사석에서 ‘대운하 하려면 최열을 묶어야 한다면서 위에서 자꾸 흔든다’, ‘NGO를 치라는데 내키지 않는다’, ‘청와대에서 직접 수사검사에게 지시하고 있어서 괴롭다’고까지 말했다”고 전했다.

최 이사장은 국정원의 전방위적인 탄압에 대해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고 생각한다”며 “그 당시 4대강 사업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반박하고 문제제기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데에 장애가 되는 개인인 최열과 단체인 환경운동연합의 발을 묶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전 사무총장은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시점인 2013년 겪은 개인적인 사례를 언급했다. 염 전 사무총장은 “(포털사이드에서) 염형철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매국노로 뜰 정도”라고 토로했다.

그는 “2011년 태국에서 대홍수가 났고 정부가 대규모 토목공사 벌이겠다고 하면서 당시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국외로 수출한다고 홍보했다. 환경의제가 국제적이라 태국 당국의 요청에 따라 4대강 사업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를 갖게 됐다. 당시 저는 ‘4대강 사업이 여러 측면 문제 있으니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고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해야 한다’는 정도의 발언을 했다”며 “그러나 이후 방송3사와 조중동에서 ‘도 넘은 NGO’라는 취지의 보도가 일제히 나왔고, 당시 KBS를 제외하곤 어떤 언론도 나를 취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시 KBS 국제팀이 (염 전 사무총장을 비난하는 기사를) 반대했지만 데스크에선 ‘무조건 조지라’고 지시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염 전 사무총장이 태국에 출장을 간 것도) 국정원에서 제보, 지시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염 사무총장은 “환경운동가들은 일상적인 감시에 노출돼있다는 우려 속에서 살았다”며 “국가를 감옥으로 만든 이명박 정부와 국정원에 대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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