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양보→여당 거부' 수순 예상 다 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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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5월 07일 10:5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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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국민들은 비정규직 법안의 심각성에 대해 아직 인식을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종국에는 대화를 통한 합의가 아니라 사회적 힘의 관계에서 우위를 보임으로써 주장을 관철시켜야 할 텐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국민들을 노동의 편으로 끌어들여야 할 거고, 그러려면 비정규직 법안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계몽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런 것도 필요할 거라고 보는데요.

    =제가 지난 3월 하순에 통계시찰차 유럽에 갔는데 프랑스에 4-5일 머물렀어요. 마침 그 때가 최초고용해고법 가지고 한참 싸움이 벌어지는 때였어요. 저도 소르본 대학 앞에서 싸움도 보고 언론의 반응도 보고 국민의 생각도 듣고 그랬는데, 참 우울했어요.

    "프랑스 사람들은 사용자에게 해고권한 주는 걸 도저히 이해 못해요"

    최초고용해고법은 최초 고용 2년에 대해 해고할 수 있다는 내용이고,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법안은 평생 동안 아무 때나 해고할 수 있다는 거잖아요. 그런데도 프랑스는 전국민이 반대 목소리를 내서 결국 법안을 철폐하는 데 성공했고, 우리나라는 너무 조용합니다.

    프랑스는 처음 싸움에 나선 게 노조가 아니라 대학생이었어요. 당장 내일이면 자기에게 닥칠 일이니까요. 고등학생들도 가세하고 또 부모들도 가세해서 개악을 저지했어요.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해고 허용 연한을 1년으로 하느냐 2년으로 하느나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어요. 사용자에게 해고권을 준다는 사실 자체를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앞으로 노동자로 편입될 많은 대학생이나 고등학생, 부모들은 이 비정규직 법안이 나와 무슨 상관인지 별 관심이 없어요. 대학생 90% 이상이 이 법안의 적용을 받을 텐데 말이죠. 미래의 자신과 노동자라는 개념을 연결시키지 못해요. 이런 상황에서 오직 노동조합만이 당위적으로 싸우고 있을 뿐이예요.

    "우리나라 수구보수 세력 눈으로 보면 프랑스는 완전 빨갱이 사회죠"

    프랑스와 우리나라 사이에 그만큼 사회정치의식의 뿌리의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 나라는 기업에게 해고권을 준다는 것 자체를 용납하지 못하는데, 우리나라는 사용자에게 마음대로 고용하고 해고할 수 있는 권리를 주지 못하면 글로벌 시대에 기업이 완전히 망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이 극단적인 인식의 차이는 도대체 어디로부터 온 걸까,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그만큼 덜 싸워서인가, 이런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됐어요. 우리나라 수구 보수세력의 기준으로 보면 프랑스 사회는 완전히 빨갱이 사회죠.

       

    앞으로 비정규직 입법을 둘러싼 싸움의 성패는 얼마나 정치적 영향력을 갖는 싸움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느냐에 달린 것 같아요. 우리나라 국민들은 노동자라고 하면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조직된 노동자만 생각하는데, 이건 오랫동안 노동의 가치를 천시해온 사회 의식이 아직까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거든요. 이런 사회 인식을 변화시키고, 비정규직 문제를 국민적인 의제로 만들고, 그렇게 해서 노동 주체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동참을 통해 정치적인 영향력을 확대할 때 비정규직 보호법안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시간되면 ‘알람’ 울리듯이 당위적이고 의례적으로 이뤄지는 파업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습니다. 노동시장 유연성이 우리 사회와 개인에 미치는 영향을 학생과 학부모를 포함한 보다 많은 국민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노조도 파업을 하는데서 그치지 말고 가족을 포함한 지역사회, 더 나아가서 비정규직과 미조직 노동 주체 등으로까지 실천 영역을 넓혀서 판을 키우는, 그래서 단기적인 승부보다는 긴 승부를 통해서 이기는 싸움을 해야 합니다.

    "국회는 비정규직 문제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선전의 공간"

    -법안 문제가 다 그렇겠습니다만, 비정규직 법안의 경우 특히 향후 우리 사회의 틀을 짜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국민적 동의의 과정을 광범위하게 거칠 필요가 있고, 또 어떤 면에서는 이런 역할을 정부가 나서서라도 해야되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현실에서는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죠. 노동조합이 이런 일을 한다고 해도 한계가 분명히 있을 텐데, 이 문제와 관련해 민주노동당의 역할은 뭐라고 보십니까.

    =지금까지는 여당이 대화의 여지를 보이지 않은 채 일방적인 강행처리 의사만 밝혀왔기 때문에 일단 악법의 처리를 막는 게 큰 일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어쨌건 한 숨 돌릴 시간이 주어진 상태입니다. 앞서도 말했듯이 비정규직 문제에서 승리하려면 광범위한 투쟁 동력을 확충하는 문제가 관건인데요. 그와 관련해서 원내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이 열린우리당, 혹은 정부와 협상을 붙이고 논의를 하는 과정을 보면서 국민들이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자신들의 삶과 연결시켜낼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선전 공간의 역할, 그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여당과의 대화 형식이나 시기도 그런 맥락에서 결정돼야 할 것 같습니다.

    "김한길 대표가 여러 차례 죄송하다고 하더군요"

    -다시 임시국회 얘기로 돌아가서요. 대통령의 사학법 양보 발언에 대해 여당이 어떻게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셨나요.

    =대통령이 그 자리를 마련한 이유가 뭐냐를 먼저 봐야할 것 같은데요. 저는 대통령이 사학법 양보하고 부동산 법안 처리하자고 말할 것으로 짐작했어요. 김한길 대표에게도 그렇게 몇 차례 말했어요, 김 원내대표는) 아니라고 했지만요. 결국 그 다음날 저에게 죄송하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죠(웃음).

    대통령은 그렇고, 그렇다면 여당이 수용할 것으로 봤느냐. 그렇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대통령의 판단은 뭐냐. 일단 그나마 대통령이 일관되게 해온 것이 부동산 정책인데, ‘여당이 그거 책임지라’는 압박을 가한 것이고요. 또 여당이 그런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도 대통령이 무리수를 뒀다면 결국 그건 대통령이 여당 당원의 옷을 하나 둘 벗어가는 과정 아니겠느냐, 이런 판단이었습니다.

    그럼 여당의 계산은 어떻게 될 거냐. 대통령 권고를 모양새를 갖춰서 거부하면서 개혁을 사수하고 인기없는 대통령의 개혁 후퇴에도 단호하게 대처하는, 책임있는 이미지를 보여주려 하지 않겠느냐, 이렇게 예상했는데, 이런 예상은 거의 적중했습니다.

    -대통령과 여당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시나리오를 맞춰서 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요. 주로는 대통령의 정세 인식과 판단, 또 각자 위치에서의 정치적 판단이 들어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여당 반응은 예상이 됐는데 김원기 의장에 대해선 확신이 없었어요"

    -여당이 12개 법안에 대한 직권상정을 김원기 국회의장에게 요구했는데, 김 의장은 주민소환제법과 국제조세조정법을 빼버렸어요. 이걸 어떻게 보셨습니까. 여당의 술수라고 보셨나요, 아니면 김원기 의장 개인의 판단이라고 보셨나요.

    =대통령 발언에 대해 여당이 어떻게 나올지는 예상이 됐는데, 사실 김원기 의장이 직권상정을 수용할 것인지는 저희도 확신하지 못했어요. 그 이유는 김 의장의 특성 때문인데요. 김 의장이 직권상정을 여러번 했지만, 대개는 한나라당의 암묵적인 동의를 전제로 이뤄진 것들입니다.

    이번의 경우에는 한나라당이 결사 반대하는데 과연 김 의장이 직권상정을 하겠느냐, 게다가 민주당이나 국민중심당도 반대하는 데 수용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 그렇게 생각했는데, 수용하더군요.

    저는 대통령에 대한 김 의장의 부담과 직권상정에 대한 김 의장의 평소 소신이 합쳐진 것이 결국 3.30 부동산 대책 관련 법안만 직권상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봅니다. 이런 면에서 주민소환제법과 국제조세조정법을 제외한 것은 김 의장 개인의 판단이 맞습니다. 그러나 국회에서 어느 법안을 처리할 것인가는 국회의장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결국 정당의 몫이거든요.

    여당이 12개 법안을 다 올렸다고는 해도 확고한 내용적 중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대통령의 체면을 살리는 데 주안점을 뒀고, 3.30 부동산 대책 관련 법안 이외의 부문에 있어서는 그리 비중있게 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주민소환제법과 국제조세조정법은 열린우리당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 있었습니다.

    "민주주의는 법제도의 정치적 파괴를 통해서 달성되는 측면이 있다"

    -민주노동당이 법사위에서 비정규직 법안의 처리를 물리적으로 막은 것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두 번입니다. 한나라당은 본회의에서 사학법을 물리적으로 저지하려 했는데, 둘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비정규직 법안은 입법 취지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자는 건데 실제 내용은 개악한 것이기 때문에 법안 자체가 사기성을 갖고 있는 거고요. 또 양극화의 핵심 문제와 닿아있는 일종의 민생법안입니다. 사학법은 민생법안이라기 보다는 개혁법안이죠. 입법 취지가 개혁이고,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열린당이 유일하게 관철시킨 개혁 법안입니다.

    -절차적으로 보자면 둘 다 국회법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 좀 전에 말씀하신 것은 내용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그건 각자가 선 위치에 따라 상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이런 지적이 있을 수 있는데요.

    =의회 민주주의의 본질과 관련된 문젠데요. 우리가 작년에 쌀비준 문제 때문에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했고 올해 들어서도 비정규직 문제 때문에 환노위와 법사위를 점거했어요. 저희가 반대하는 법안은 많지만 결사적으로 몸을 던져 반대하는 법안은 민생법안입니다.

    작년에 쌀 비준 저지할 때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의회주의 파괴하는 민노당 의원들 나가라’ ‘극력 좌파세력 물러가라’ 이런 얘기를 했는데 그 때 천영세 대표가 국회의사당에서 한 말이 있어요 "민주주의? 지금 이 국회의사당에 민주주의가 있느냐. 지금 이 시각 민주주의는 자식같은 볏단을 불사를 수밖에 없는 농심에 있다. 지금 이 국회에 민생이 있느냐. 다수 서민의 이해는 철저히 외면하고 소수 기득권 세력의 이익만을 옹호하는 그런 의회 민주주의라면 우리는 단호히 투쟁할 수밖에 없다" 그런 연설을 한 적이 있어요.

    저희는 민주주의는 법제도의 정치적 파괴를 통해서 달성되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 진보적인 실천론에 입각해서 의정활동에 임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형식적인 법절차를 부정하는 것이, 그러니까 내용을 중심으로 형식을 거부하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원내 활동에 상당한 긴장을 가져오고 입지를 제약한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바깥에 있는 거대한 다수와 효율적으로 연계되도록 원내정치를 펼치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보적 가치입니다"

    제가 강연을 다니면 항상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민주노동당 의원이 국회 들어온 것은 첩보영화 보면 나오는, 적진에 특공대 투입한 것과 같은 것이다. 멋모르고 설치다가 몰살당할 수도 있고, 그거 무서워서 몸사리다가는 흔적도 없을 수가 있다. 노동자 서민이 부여하는 임무를 충실히 하기 위해 몰살과 침묵 사이에서 고도의 긴장감을 갖고 의정활동에 임하고 있다" 그게 적절한 비유인 것 같아요. 목소리를 크게 내면서도 몰살 당하지 않고 활동공간을 계속 확대해나가는 것, 이게 원내정치의 핵심이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마다 이념에 따라 중요한 원칙과 내용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정당성의 기준이 도출될텐데요. 민주노동당에게 위법을 불사하게 만드는 정당성의 근거는 무엇인가요. 국민여론인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진보적 가치라고 봅니다. 때로는 부담이 따르더라도 당장의 국민적 여론보다는 민주노동당의 전략적 관점에서의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매 시기의 전술 운용과 관련된 문제, 그러니까 원내정치의 공간을 축소하느냐 확대하느냐 하는 문제는, 거대한 소수라고 말했습니다만, 국회 밖의 거대함, 그런 대중 실천 투쟁과 연계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전략적 판단을 하되 전술 운용은 대중 투쟁과 국민 여론을 봐가면서 탄력적으로 해야한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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