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석의 의미, 파행국회서 건져낸 소중한 성과
    2006년 05월 02일 08: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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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임시국회의 최종 승자는 민주노동당이었다. 비정규법안을 막아냈고, 주민소환제 법안과 국제조세조정법의 본회의 처리를 관철시켰다. 특히 민주노동당이 이날 본회의에서 개혁 법안을 일괄 처리하고 4월 임시국회를 마무리한 것은 9회말 만루 홈런에 비견된다.

   
 
▲지난 4월 3일 비정규 법안 저지를 위해 법사위 회의실을 점거한 민주노동당 의원들 ⓒ단병호의원실
 

먼저 비정규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끝까지 막아냈다. 사학법을 둘러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국회 파행 끝에 나온 결론이지만 4월 초부터 새벽 법사위 점거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비정규법안 처리를 연기시켜 온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의 공이 적지 않다.

특히 이번 국회에서 비정규법안이 처리 연기된 것은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단순히 4월 국회로 처리가 미뤄진 것과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비록 열린우리당으로부터 비정규법안에 대한 재논의를 명확하게 약속받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비정규법안의 재논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게 중론이다.

일단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이 비정규법안에 대한 전략과 계획을 세우고 전열을 새롭게 가다듬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했다. 민주노동당 핵심관계자는 “원구성이 걸린 6월 임시국회는 경험 상 공전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비정규법안이 9월 정기국회에서 다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 원 구성 변화에 따라 비정규법안의 재논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심상정 수석부대표는 비정규법안과 관련 열린우리당과 “상황적 이해를 공유했다”면서 “비정규법안이 재논의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심 수석부대표는 “원 구성이 바뀐다는 것은 열린우리당내에서 비정규법안을 추진해온 팀이 해체된다는 의미”라면서 “6월 임시국회도 불투명한데 하반기로 미뤄진 법안을 다시 손질하지도 않고 관철시킬 만큼 비정규법안이 열린우리당에게 자신 있는 법안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지난 1일 노동절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공조 가능성이 제기된 점도 의미가 있다. 국회 안 민주노동당과 함께 국회 밖 노동계의 단일한 입장 정리와 공동 투쟁이 보수 정당들에는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법안 처리를 막아낸 것 이상으로, 주민소환제와 국제조세조정법 등 개혁법안의 입법 성과도 크다. 특히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주도의 국회 파행 속에서 9명 의원 소수정당이 캐스팅보트로서 명분과 실익을 챙긴 ‘쾌거’라 할 만하다. 이와 관련 심상정 수석부대표와 박용진 대변인은 각각 “민주노동당의 존재 이유”, “민주노동당이 국회에 들어온 보람”이라는 표현으로 그 의미를 강조했다.

특히 주민소환제 법안의 경우, 열린우리당도 입법 의지가 강하지 못했고 김원기 국회의장도 정치관계법은 직권상정 한 선례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직권상정에서 배제했다. 하지만 캐스팅보트를 쥔 민주노동당이 직권상정을 요구했고 본회의 통과를 이뤄낸 것이다.

심상정 의원은 “정책 중심의 당론을 고수한 것이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면서 “직권상정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기에만 급급한 열린우리당을 민주노동당이 정책적 내용으로 제동을 건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 관계자 역시 “주민소환제의 경우 정상적인 국회 상황이었다면 보수 정당들이 통과시키지 않았을 법안”이라면서 “국회 파행 국면에서 민주노동당이 기회를 잘 활용해 주민소환제 입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물론 민주노동당이 여당과 공조하는데 부담이 없을 수 없었다. 내용보다 공조 그 자체를 문제 삼을 개연성이 농후했고 이는 법안 처리 후 한나라당의 반응에서도 확인됐다. 민주노동당 관계자 역시 “선거를 앞두고 인기 없는 여당과 공조하는 것에 정치적 부담이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장기적으로 보면 의정의 중심축은,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보수 양당 중심으로 복원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의 명분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열린우리당에는 ‘빚’을 남겨 향후 비정규법안 재논의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는 점은 명분과 실리를 조합해낸 소수 진보정당의 정치적 성과로 남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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