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 평화의 길,
    몽양 여운형에게 듣다
    서거 71주기 맞아 추모좌담회 개최
        2018년 07월 17일 02: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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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회장 이부영)는 16일 서울 글로벌센터 9층 회의장에서 “한반도 평화의 길, 여운형에게 듣는다”라는 주제로 서거 71주기 추모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는 서중석 성균관대 명예교수, 이승환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회장 등이 참여한 가운데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그동안 몽양의 좌우합작노선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노선이지만 실현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전망과 “좌우합작운동을 정치연합으로 바꾸는 방향으로 실현된다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전망이 엇갈려왔다. 하지만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한 차례의 조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 정세가 급변하고 있어 몽양의 노선을 계승한 “21세기 좌우합작노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날 좌담의 주를 이뤘다.

    추모좌담회 모습(사진=최백순)

    비핵화 이후의 한반도와 여운형 노선의 부활

    <한반도 평화의 길>이라는 주제로 좌담에 나선 이승환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회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 직후 2013년 3월 ‘경제·핵무력 건설’을 채택하며 여전히 ‘병진노선’을 천명했지만, 불과 1년 뒤에 발표한 ‘5·30조치’는 미국에 보내는 중요한 신호였지만 오바마 정권이 철저히 외면했다고 강조했다.

    5·30조치는 이른바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으로 불리는 경제노선이지만 병진노선을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비)핵도 논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는 것이다. 이후 2016년 7월 6일 비핵화 5대 조건을 전면에 내걸고 명시적으로 신호를 보냈지만 이를 오바마 정권이 또 외면하고 경제제재에만 골몰하자 김정은 위원장이 핵 무력 시위로 전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승환 회장은 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비핵화와 발전국가 진입이 현실화된다면, 그에 따라 향후 한반도와 동아시아 질서는 크게 변화될 것이 분명하다고 예측했다. 북한의 ‘경제부흥’을 중심으로 한미와 중국, 일본, 아시아 등이 각축을 벌이게 될 것이고, 남북 관계는 물론 북미·북중·북일 관계도 급속한 재편의 물결을 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동아시아에서의 미중 관계가 북한을 둘러싸고 협력과 갈등이 교차하는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것이고, 전략적 유연성 강화에 따라 주한미군이 존재하는 한반도는 과거보다 더 첨예한 미중 관계의 접점이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전망했다. 또한 남북관계는 한반도 경제공동체 형성을 중심으로 낮은 수준의 국가연합 수준의 질서가 추진될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이승환 회장은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탄생하면서 남북 대화의 직접적인 길이 열리고 남북 관계의 극적 개선을 통해 외세의 분단 유지 담합구도를 깨고 탈냉전과 통일 지향의 평화체제를 수립하려는 ‘기적 직전’의 상황이 전개되기 시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구세력이 분열되어 지리멸렬한 것도 한반도 평화정착의 호재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로 가는 길은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지 않으면 언제든지 수구세력이 다시 힘을 얻을 수도 있다는 점도 환기시켰다.

    서중석 명예교수는 <여운형의 좌우합작 논리와 21세기 4강시대의 한반도>라는 주제로 좌담에 참여했다. 서중석 명예교수에 따르면 2018년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이루어진 것은 단순히 비핵화 때문에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특히 5·26 회담은 여운형의 합작이념이 목표하는 바가 잘 구현되었다고 주장했다. 남과 북이 4강(미·러·중·일)의 양해나 동의, 승인 없이 만났다는 것은 4강이 각별히 주시하는 결과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여운형 좌우합작노선에서 주장한 “4강에 대한 외교적 교섭력을 극대화하는 것”과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5·26회담은 남북이 필요하면 언제든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갖고 있지만, 남북이 4강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상의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4강에 대한 정치력을 최대한 높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운형 정신을 구현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점의 하나는 한반도는 어느 곳에서든 다른 4강에 서로 위협을 줄 수 있는 군사기지를 4강 어디에도 내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제주 강정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이며, 사드 배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고도 주장했다.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서는 정전협정 제4조 60항에 규정되어 있는, 한반도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필요할 때는 “모든 외국 군대의 철수 및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의 문제들을 (정전당사자가) 협력할 것”을 참고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서중석 교수는 한반도 평화의 열쇠인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의 활성화와 남북, 중국을 연결하는 황해경제권의 실현, 한반도와 만주, 시베리아, 일본 서북지구를 연결하는 동북아 경제협력지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남과 북이 개성공단의 경험이나 과거의 차원을 뛰어넘는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21세기 한반도 미래는 여운형의 전략을 어떻게, 얼마만큼 잘 실현시키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북미정상회담에 관한 평가와 전망

    이날 좌담회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향후 북미 대화와 비핵화의 쟁점을 어떻게 풀어 가느냐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조동준 서울대 교수는 <북미대화와 비핵화의 쟁점>이라는 주제로 좌담에 참여해 “북미정상회담이 가진 의미를 장기적 시각에서 평가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북미 회담을 거치면서 한반도의 전쟁 위협이 줄었으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냉전 유산으로 한반도 주변 갈등을 없애는 계기를 마련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북한의 요구가 과도하게 수용되어 사실상 북한이 핵보유국으로서 인정을 받고, 비핵화는 사실상 불가능해진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조동준 교수는 서두에 북미회담은 회담기록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동합의문과 기자회견밖에 없기 때문에 평가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북미정상회담 합의문 4개항>

    1. 미국과 북한은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두 나라 인민들의 염원에 맞게 새로운 조미관계를 수립해 나가기로 하였다.
    2. 미국과 북한은 한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할 것이다.
    3. 북한은 2018년 4월 27일에 채택된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하여 노력할 것을 확약하였다.
    4. 미국과 북한은 전쟁포로 및 행방불명자들의 유골 발굴을 진행하며 이미 발굴 확인된 유골들을 즉시 송환할 것을 확약하였다.

    공동합의문의 내용을 그대로 평가하면 3항을 제외하고 나머지 3개항은 이미 2000년 울브라이트 국무장관과 조명록 총정치국장의 북미 합의를 통해 천명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고, 3항도 남북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내용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동 합의사항은 북한이 양보했던 일반적 원칙, 양자적 의무, 각국의 의무를 교환하지만 구체성이 없으며 시한을 두지 않아 이행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회담이 구체성을 결여한 상태도 귀결된 원인에 관해서는 첫째, 미국은 현 시점에서 불만족스러운 구체적 합의를 하기보다는 포괄적 원칙에 합의를 한 후 이후 실무협상에서 미국의 입장을 관철시키겠다는 결정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협상 과정에서 이행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포괄적 합의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둘째, 미국이 아직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어느 지점까지 요구할지 확정하지 못하거나, 북한에게 미국의 진의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 시점에서 판단을 내리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최소한 양측은 비핵화와 관련된 쟁점을 여러 개로 나누어 주고받는 식의 협상을 하기로 합의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천명했던 CVID와 일회성 빅딜에서 벗어나기로 한 결정이라고 판단했다. 즉 자신이 일관되게 비판했지만 북한과 중국이 일관되게 주장한 단계적 조치에 합의한 것이 회담문의 성격이라고 판단했다.

    조동준 교수는 몽양이라면 현 시국에 관하여 어떤 해법과 의견을 제시할까 반문했다. 몽양이 체계적인 저서를 남기지 않아 추론하기 어렵지만 그의 일생을 보면 두 가지 공통점이 확인된다고 평가했다.

    첫째, 몽양은 특정 정치적 사상과 견해를 교조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현실 문제의 해결에 도움을 주는 유용성의 측면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준 구상과 활동, 남북합작운동으로 이어지는 사상적 편력은 현실에 굴복하는 전향 또는 투항이 아니라 한민족과 한국 대중에게 최상의 결과를 가져오기 위한 일관된 목표를 두고 필요한 수단을 선택하는 행보를 보여 왔다는 것이다.

    둘째,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한 상태에서 목표 달성을 위한 정치활동을 진행해왔고, 상대방을 상호작용하는 상태에서 정치적 이상을 구현하기 위해 활동해 온 것이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몽양의 특징을 현 시국에 적용한다면 두 가지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추론했다. 첫째, 핵무기에 관한 신화를 교조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핵무기와 관련된 경험적 연구를 유연하게 수용하라고 권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둘째, 자신의 시각으로 상대방의 입장을 해석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의견을 먼저 확인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전망했다. 북미 대화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의 입장을 명확히 이해해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때, 몽양의 삶과 노선을 돌아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부영 (사)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해방공간에서 남북좌우연합을 ‘1차 정치협상’,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남북협상을 ‘2차 정치협상’, 남북 및 북미협상을 ‘3차 정치협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남북의 신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신뢰를 바탕으로 진행된 2차 정치협상이 다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좌담회는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날씨에도 불구하고 몽양을 추모하는 200여명의 사람들이 몰리는 성황을 이뤘다.

    필자소개
    인문사회과학 서점 공동대표이며 레디앙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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