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 훼손 논란,
성평등 이슈 vs 종교 모독
이현재 "워마드 행위에 흠집을 내고 비난하는 걸로 문제 해결 안돼"
    2018년 07월 12일 02:4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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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적 여성주의를 표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가 천주교의 성체를 훼손한 사진이 게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천주교주교회의는 워마드를 사회악으로 규정하며 처벌을 요구하는 한편, 청와대 청원 게시판엔 워마드 폐쇄를 촉구하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워마드의 한 이용자가 ‘성체’에 낙서를 하고 불에 태워 검게 그을린 사진을 올린 후, ‘성체 훼손’, ‘워마드’ 등의 키워드가 연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라와있다. 성체는 천주교에서 예수의 몸으로 여기는 밀떡이다. 해당 사진을 게재한 이용자는 천주교가 낙태를 허용하지 않고 여성은 사제가 될 수 없어 여성억압적인 종교라며 이에 항의하는 의미로 성체를 훼손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11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에 발생한 성체 모독과 훼손 사건은 천주교 신앙의 핵심 교리에 맞서는 것이며, 모든 천주교 신자에 대한 모독 행위”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거룩한 성체에 대한 믿음의 유무를 떠나서 종교인이 존귀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에 대한 공개적 모독 행위는 절대 묵과할 수 없다”며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고 주장하는 것은 자유롭게 허용되지만, 그것이 보편적인 상식과 공동선에 어긋나는 사회악이라면 마땅히 비판받아야 하고, 법적인 처벌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온라인상에서도 워마드에 대한 비난 여론은 상당하다. 워마드는 천주교 측의 입장문대로 ‘사회악’으로 규정되고 있고 청와대 청원 게시판엔 워마드를 폐쇄해야 한다는 청원 게시물도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처럼 부정적 여론을 감수하며 극단적인 방식으로 여성혐오에 맞서는 행위가 우리 사회의 무관심이 낳은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워마드도 사회가 낳은 현상,
문제 해결 위해서라도 성평등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해야

이현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11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혜화역 시위의 이슈였던 몰래카메라 같은 경우에 굉장히 공포를 주는 사건임에도 우리 사회는 미온적으로 반응했다. 그랬을 때 느끼는 배신감 같은 것들이 있을 것”이라며 “(몰카 같은 사건엔)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다가, 굉장히 자극적인 사건으로 했을 때 관심을 기울여주더라, 라는 경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미러링’이라는 이름으로 언론에 이런 사이트(메갈리아, 워마드)가 알려지게 된 계기도 안중근 의사 모독 등 자극적이었던 사건들”이라며 “굉장히 강하게 할수록 언론이 관심을 가지면서 사회에서 논의되기 시작했고, 그 결과 혜화역 시위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청원 게시판엔 워마드 폐쇄를 비롯해 불법 촬영 편파 수사를 규탄하는 혜화역 시위까지도 처벌해야 한다는 글까지 있다. 워마드 폐쇄 요구엔 여성혐오에 맞서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여성들 자체에 대한 반감도 깔려 있는 셈이다.

이 교수는 “워마드의 행위에 흠집을 내는 것에만 집중하는 방식이 이 문제들을 불거지게 한 성평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인가라는 데는 의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워마드가) 잘못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 잘못을 지적한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상황이 없어지진 않는다는 것”이라며 “(워마드도) 어떻게 보면 사회가 낳은 현상일 수 있고, 문제가 되는 상황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성평등을 위해 무엇을 더 할 수 있었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워마드에 대해선 학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워마드가 불러오는 논란들이 정작 중요한 여성문제의 본질을 가리고 있다는 등의 우려다.

이 교수는 “이러한 미러링의 방법뿐만 아니라 페미니즘을 어떻게 정의해야 되는가 등에 대한 논쟁이 상당히 많다. 그 논쟁의 초점은 (워마드가) ‘생물학적 여성만’이라는 포지션을 갖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페미니즘은 기본적으로 ‘차별에 대한 반대’이다. 여성으로서의 차별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차별 받는 소수자들과 연대하는, 연대의 정치를 했다. 그런데 지금 (워마드의 행위는) 구분의 정치로 가는 것 같아 고립을 초래할까 봐 걱정이 되고, 이러한 부분 때문에 중요한 이슈들이 가려지는 것이 아닌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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